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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소니는 차마(車馬)를 운전해 사람을 살상하거나 물건을 손괴한 사람이 구호·경찰 신고·병원 이송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도주하는 중범죄이다. 한마디로 잘못을 저지르고 내빼는 행위다.
뺑소니는 매우 엄하게 처벌된다. 사고를 낸 뒤 처벌받는 게 무섭다고 해서 뺑소니치다 잡히면 더욱 심각한 상황에 놓이게 됨은 물론이다. 뺑소니범은 무조건 검거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뺑소니 범인 검거율은 무려 99%에 육박한다. 교통사고에 대한 우리나라의 수사는 상당히 선진적이기 때문에 범죄사실 자체를 은폐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뺑소니 피해자가 사망하거나 영구적인 장애라도 입는다면 법정형은 무조건 5년 이상의 징역이며, 심지어 무기징역에까지 처해질 수도 있다. 증거인멸을 꾀한 것이기 때문에 형량은 무겁다. 악질적인 범죄로 간주하겠다는 사회적 합의다.
과거에는 형벌이 더욱 강했다. 사망한 피해자를 사고 장소에서 옮기거나 피해자가 사망하면 10년 이상의 징역 혹은 무기징역, 죄질에 따라서는 사형까지 받을 수도 있었다. 당시 형량은 일반 살인은 물론 강도살인치사죄에 맞먹는 정도라 30여 년 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내려지면서 형량이 그나마 줄어들었다. 위헌 결정 이전에는 뺑소니범에게 감경 사유와 정상 참작 사유가 있더라도 집행유예 선고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였다.
뺑소니범은 대부분 음주 운전과 무관치 않다. 음주 운전한 뒤 사고를 낸 사실을 감추려고 도망치다가 붙잡혀 패가망신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얼마 전 트로트 가수 김호중이 음주 접촉 사고를 내고 도주한 뒤 어린 매니저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 한 혐의로 구속됐다. 혐의를 부정하다 음주 뺑소니 사고 후 보름 만의 일이었다. 또 조직적으로 범죄를 은폐하려 한 소속사 대표와 본부장도 함께 구속됐다. 똑같은 사람인데 김호중은 처벌받으면 안 되고 매니저는 괜찮은 것인가. 김호중은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하는 와중에도 예정된 공연을 강행하는 뻔뻔스러움으로 비난 여론을 키운 게 사실이다.
소속사는 후유증으로 폐업 수순을 밟는다고 한다. 한 개인의 음주 뺑소니 사건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키는지 여실히 보여 준다. 많은 팬을 거느린 인기 가수의 비양심과 부정직함의 단면을 보여 준 사건이라 뒷맛이 씁쓸하기만 하다. 진작에 자수해 광명을 찾았다면 일이 이렇게까지 커지진 않았을 것이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이 떠오른다.
박병헌 디지털뉴스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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