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수출 순풍 타려면 인프라 조정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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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시장 다변화를 위해 지금이 최적기
중국 시장 대신 대안 시장으로 눈 돌려야

김상철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6-06 10:17:16

한국 경제의 젖줄인 수출이 다시 활기를 띤다. 올해 들어 계속 순항 중이다. 최근에는 중국 시장에 대한 수출마저 회복되고 있다. 미·중 쌍두마차 시장에서 동반 호조를 보여 모처럼 청신호가 켜진 상태다. 특히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와 자동차가 가파른 증가세를 시현하고 있어 월별로도 두 자릿수 증가율이 한동안 지속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작년 10월 13개월 만에 증가 추세로 돌아선 이후 올해 5월까지 8개월째 순항 중이다. 중국 수출이 3개월 만에 미국을 제치고 다시 최대 수출대상국 자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하지만 수출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해외시장 상황을 보면 호재와 악재가 겹친다. 악재를 극복하고 호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만 수출이 계속 순풍을 탈 수 있음을 의미한다.

호재는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저가 중국산 공습에 대한 경계경보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점이다. 미국은 중국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를 계속 높이고 있어 중국산의 시장 진입이 계속 어려워지고 있는 상태다. 일례로 한국산 하이브리드와 SUV 차량 미국 수출이 2개월 연속 큰 폭의 증가율(37.8%)을 보인다. 한편으로 미·중 충돌 격화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북미·유럽·아시아 등에서의 역내 공급망 투자 확대로 이어지면서 우리 수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이에 맞불을 놓기 위해 연초부터 본격적인 경기 부양 카드를 꺼내든 점도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수출 확대에 일조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수출 시장의 흐름을 잘 타고 있어 다행스럽다.

그러나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악재는 호시탐탐 우리 수출을 위협한다. 미국이나 유럽 시장에서 발목이 잡힌 저가의 중국산이 아시아·중동 등 신흥 시장에 봇물 터지듯 밀려들고 있다. 심지어 한국 시장에서도 예상했던 수준을 훨씬 넘어 중국산의 침투가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다. 중국은 기업의 과잉 설비에 따른 초과 생산품을 내수 시장에서 전부 소진할 수 없어 해외시장에서 출구를 찾는 방법 이외는 다른 대안이 없다. 중국 내에서 기업 간의 구조조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당분간 이런 추세가 계속될 수밖에 없음을 직시해야 한다. 최근에는 중국 기업이 수출을 위해 컨테이너 선박을 싹쓸이해감으로 인해 국내 기업들이 수출상품을 선적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지경으로 내몰리고 있을 정도다.

한편 우리 수출 1위 품목의 수출 시장 구성 변화도 예사롭지 않다. 중국 시장이 1위인 품목의 수가 5년 전에는 8개이었으나 현재는 3개로 줄어들었다. 디스플레이·컴퓨터·철강·이차전지·석유제품 등은 중국산에 밀려 수출이 급격하게 퇴조하면서 결국 순위가 내려앉았다. 중국의 자급률이 대폭 높아진 것과 비례하여 우리 기업의 탈(脫)중국 현상이 증가하고 있음을 반영하는 현상이다. 반면 미국 시장에서 1위인 품목은 5개에서 오히려 8개로 늘어났다. 일반기계·철강·이차전지 등이 새롭게 진입했다. 미국 정부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이나 칩스법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수출 시장의 중국 편중이 약화하고 동남아나 유럽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일본의 반격도 경계해야 한다. 일본 정부가 경제 재건을 위해 기업의 회생에 초점을 맞추면서 수출 견인을 위해 총력을 경주하고 있다. 환율이나 금리 등 기업친화적 환경 조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일본의 수출 증가세도 만만찮다. 미국과 중국에 대한 수출이 동시에 호조를 보이고 있고, 인도나 동남아 시장에서도 현지 진출 기업과 연계한 수출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자동차를 비롯하여 전자부품·가전·조선 등 대다수 수출 품목이 증가세를 보여 결코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다. 수출 시장에서는 벌써 한·중·일 3국 기업 간의 피를 말리는 경쟁이 재연될 조짐을 보인다. 여기에 더해 복병인 인도산 혹은 동남아산마저 경쟁이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어 갈수록 경쟁 구조가 더 복잡해질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우리 수출 시장에서 유럽 시장은 아직 본격적으로 회복되고 있지 않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의 중국에 대한 통상 정책이 오락가락하면서 일관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이 틈새를 타고 중국산의 유럽 시장 진출이 여전히 거세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한국 제품의 유럽 시장 수출은 여전히 시들하다. 구호만 요란하지, 중동 산유국에 대한 수출도 예전과 같지 않다. 수출 시장 재편은 이제 더 미룰 수 없는 우리 수출의 현안 과제다. 중국 시장에 팔 수 있는 상품이 제한적이고 더 노력해도 큰 성과를 낼 수 없다면, 다른 대안시장으로 과감하게 눈을 돌려야 한다. 중국 시장에 투입되는 국가 통상 마케팅 조직 재조정을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KOTRA 등 현지 진출 인프라를 비롯해 지원 예산 혹은 체계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