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석칼럼] 뉴스메이커 ‘천공’을 만나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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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 “나는 역술인 아닌 큰 법 가르치는 종교 지도자” 공언
윤석열의 멘토?... 천공은 외려 윤 대통령에 서운한 감정
“尹대통령 부부 지배하는 무속인” 모함엔 단호 대처해야

조우석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6-11 06:31:10

수행자 천공이 다시 한국 정치의 중심에 등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경북 포항 영일만에 석유가 매장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한 직후다. 더불어민주당은 그 뒤에 천공이 있다는 음모론부터 무턱대고 내놨다. 공교롭게도 그날 스카이데일리가 장문의 천공 인터뷰 기사를 올렸다. 보도대로 필자도 대담 자리에 있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내게 묻는다.

“당신이 왜 거기에 끼었나?”

오늘 밝히지만 그건 구미가 당기는 자리였다. 천공은 어쨌거나 뉴스메이커다. 내가 기독교 신자란 이유로 그를 못 만날 이유는 전혀 없다. 지금부터 그날 장장 네 시간이나 대화한 천공을 말하려 한다. 일단 그는 유튜브 영상보다는 실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얼굴과 손바닥의 특이한 붉은 색, 잘 소화한 모시 저고리 등이 그러했다. 단 앞가슴까지 내려온 머리칼을 시도 때도 없이 매만지는 모습은 꽤 낯설었다.

외모에 막 신경 쓰기 시작한 여고생을 보는 듯한 그런 느낌도 들었다. 그럼 우리의 최대 관심사인 그의 실체는 뭘까? “천공은 미신 아니다”고 했던 3년 전 대선 후보 윤석열의 말이 맞을까. 민주당 주장대로 윤석열·김건희의 심령을 지배하는 흑주술사일까. 내 판단으로는 최소한 그는 사기꾼은 아니다. 그럼 뭐지? 순전히 동북아시아 전통의 도인·역술인·신선의 기준으로 치면 ‘이무기 급’은 된다.

그날 자리를 함께했던 역술인 백운산(82) 한국역학사협회 회장의 태도도 흥미로웠다. 그는 천공보다 10살 연상임에도 “천공 스승님”이라며 말을 높였다. 대신 천공은 백 회장을 “선배님”이라며 예우했다. 내공에 따른 위계 서열이 그 세계에 나름 존재한다는 뜻일까. 나와 조정진 스카이데일리 대표는 그쪽 세계에서 불리는 ‘천공 스승’이라는 드라이한 호칭을 선택했다. 그래서 내가 반복해서 물었다.

“정법시대를 두고 예전 천공 스승 당신이 ‘우린 종교가 아니다’고 말했던 적이 있다.” 그가 대답했다. “아니다. 우린 종교다. 종교의 종(宗)은 으뜸간다는 뜻의 마루 종이고, 우린 큰 법을 가르친다.” 전보다는 자신감이 붙은 걸까. 좌우지간 정법시대는 민족종교·불교·도교가 뭉쳐진 신흥종교가 맞고, 천공은 교주라고 보면 된다. 단 교세는 미미하다. 그래서 유튜브에 매달린다.

그런 탓일까. 그는 역술인이란 호칭을 엄청 싫어한다. 그날 파악한 가장 흥미로운 사실은 따로 있다. 윤석열과 천공의 현재 관계는 꽤나 썰렁하다는 점이다. 팩트만 간추리자면, 대통령 취임 이후 둘은 만난 적이 결코 없다. 취임식 때 천공 제자 셋이 초대받은 게 전부다. 그것도 세상에 알려진 것처럼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건 결코 아니다. 즉 지인의 초대였다는 게 정법시대 측 설명이다.

이후 지금껏 둘 사이는 완전히 끊겼다. 대통령이 천공을 만난 건 서너 차례이지만 모두 서울중앙지검장·검찰총장 시절 얘기다. 이날 천공은 숱한 논란 속의 한남동 관저와 관련해 “거기 가 본 바 없고, 점 찍어 준 바 없다. 용산 대통령실 이전도 그렇다”며 하나하나 못 박고 확인했다. “용산에서 천막 치고 집무하라”고 말했지만 남이 물으니 대답해 준 것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조문 패싱 논란이나 의대생 2000명 증원 뒤에도 천공이 있다는 식의 루머도 죄다 사실무근이란다. 글쎄다.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아 보인다. 그러다가 “이 뭐지?” 싶었던 발언은 따로 있었다. “윤 대통령에겐 하늘이 준 역할이 있는데 그걸 이행하지 않는다면 직무유기이며 탄핵 감이다.” 웬일인지 스카이데일리 기사엔 그 대목의 발언이 누락됐지만 흥미로웠다.

그 말엔 대통령 취임 이후 자신을 투명인간 취급해 온 대통령에 대한 서운함 혹은 배신감 같은 게 짙게 묻어 있다. 그래서 내 최종 결론은 윤석열·천공은 한때의 인연과 달리 지금은 ‘헤어질 결심’의 남남이란 점이다. 물론 나만의 촉이지만, 다른 경로로 확인 작업을 거쳤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천공을 제2의 최순실로 엮어서 대통령을 끌어내려고 저렇게 생난리다.

그와 별도로 좌빨이 저렇게 집요하게 떠들어대는 건진법사 얘기나 남묘호렌게쿄 연루설 등은 또 뭐란 말인가? 우린 정말 당혹스럽다. 왜 윤 대통령은 자신을 ‘윤무당’이라며 찧고 까부는 인간들에게 저렇게 당하고 사는가. 그런 식의 황당한 내로남불 논리라면 건국 이래 이 나라 역대 대통령 전체를 문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일테면 이승만은 지관(地官) 지창룡과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 터를 잡았다. 이명박의 청계천 복원 사업도 역술인의 조언을 들었다. 노무현은 백운산 회장의 조카 사위였다. 그래서 백 회장은 노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살다시피했다. 김대중만 해도 대선을 앞두고 부모의 뼈를 추려 경기도 용인의 야산에 이장했다는 걸 세상이 다 안다.

해방 직후 북한 김일성도 그렇게 했다. 즉 1947년 평양 공관에서 엽기적 굿판을 벌였던 사실이 브루스 커밍스의 책 ‘김정은 코드’에 쫙 나온다. 공관 호수에서 세 살짜리 아들(김정일의 동생 슈라)이 익사하자 씻김굿 한판을 벌인 것이다. 그렇다. 그동안 우린 그런 비공식 부문의 얘기를 알면서도 모른 척해 왔다. 어쨌거나 그게 우리네 문화 풍토이고 역사이니까 말이다.

야비하게도 그걸 정치 쟁점으로 삼는 게 좌빨 동네다. 박근혜 탄핵 때 재미 봤던 걸 지금은 윤석열과 김건희에게 덮어씌우려는 최악의 음모다. 물론 국민과 윤석열정부 사이의 이간질이고, 탄핵의 명분을 쌓는 용도다. 최상의 대응은 윤 대통령 자신이 썩 나서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된다.

“예전에 천공을 만난 건 사실이지만, 모두 다 옛날 얘기다. 또 역술인을 만나지 않는 정치인·기업인을 봤느냐?” 그렇게 당당하게 되묻고, 직후 자성과 근신 모드로 들어가면 된다. 그렇게 훌훌 털고 갔더라면 지금의 설왕설래와 시비 따위는 없었다. 내 판단엔 천공이 아닌 윤석열과 김건희가 더 문제다. 취임 이후 그들 부부는 왜 저렇게 배짱이 없고 수세적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