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의 경제포커스] ‘인구 국가비상사태’ 해소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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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 문제는 수도권 집중·경쟁 압력 등이 요인
우수인재가 지역에서 창업할 수 있는 여건 필요

오정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6-24 06:31:30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주제로 ‘2024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공식 선언하고 저출생 문제를 극복할 때까지 범국가적 총력 대응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하고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맡아 저출생·고령사회·이민정책을 포함한 중장기 인구 전략을 수립하도록 하고 저출생 예산에 대한 사전심의권 및 지자체 사업에 대한 사전협의권을 부여해 강력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3월 기준 월간 출생아 수가 사상 처음 2만 명 밑으로 내려갔다. 2014년 3월 출생아 수(3만8021명)와 비교하면 48.3% 감소했다. 출생아 수가 10년 만에 ‘반토막’ 난 것이다. 1분기 합계출산율은 0.76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올해 합계출산율은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가장 낮았던 지난해(0.72명)보다 더 내려갈 것이란 예상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통상 출생률은 연말로 갈수록 떨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이르면 올해 3분기에 합계출산율이 0.6명대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로 보면 합계출산율이 가장 낮은 서울은 0.59명으로 작년 같은 분기보다 0.04명 감소했다.

이러한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3대 핵심 분야로 윤 대통령은 △일·가정 양립 △양육 △주거를 꼽고 대응책을 제시했다. 우선 일·가정 양립에 대해 윤 대통령은 “누구나 일을 하면서 필요한 시기에 출산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현재 6.8%인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을 임기 내 50% 수준으로 높이고 육아휴직 급여도 첫 3개월은 월 250만 원으로 인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남성의 출산휴가를 10일에서 20일로 확대하고,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이 가능한 자녀 연령을 8세에서 12세로 상향하는 한편, 2주씩 단기간 사용할 수 있는 육아휴직 제도를 새로 도입하기로 했다. 또 사업주에게 육아휴직 근로자 대체인력 지원금으로 월 120만 원을 지급하는 방안도 소개했다.

양육 정책에 대해서는 “국가가 양육을 책임지는 퍼블릭 케어로 전환해 임기 내에 0세부터 11세까지의 양육을 지원하는 국가 책임주의를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3~5세 무상 교육·돌봄 실현, 모든 초등학교의 늘봄프로그램 도입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출산 가구의 주거 문제를 위한 해법으로 윤 대통령은 “원하는 주택을 우선 분양받을 수 있게 하고 추가 청약 기회와 신생아 특별공급 비율도 늘리겠다”며 “신혼부부에게 저리로 주택 매입·전세 자금을 대출해 주고 출산할 때마다 추가 우대금리도 확대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결혼세액공제 추가와 자녀세액공제 확대 계획도 밝혔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저출생 문제는 수도권 집중, 높은 불안과 경쟁 압력 등 사회 구조적·문화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3대 핵심 분야에만 집중한다고 해결될 수 없는 난제”라며 “지역균형발전 정책과 고용·연금·교육·의료 개혁을 포함한 구조개혁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특히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중요하다. 서울의 합계출산율이 가장 낮은 0.59명을 기록하고 있는 반면, 청년들의 수도권 집중은 심화되고 있다. 비수도권에서 매년 대학 졸업생 20여만 명 중 10여만 명의 청년이 판교밸리와 같은 IT기업의 고임금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는 비수도권의 고임금 양질의 일자리 부족이 수도권 집중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걸 말해 준다. 이들 수도권 진입 청년들은 대개 1~2년 서울의 학원 등에서 코딩 등 IT 관련 기술을 배운 후 수도권 IT 기업에 취업을 시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은 지역에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데 가장 큰 원인이 있다. 지역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우선 지역에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기업들이 들어서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이 들어설 수 있도록 세제 개혁·규제 혁파 등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하며, 지역에서도 첨단산업이 발전할 정도의 우수인재가 양성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이미 윤석열정부는 지역별로 15개 전략산업특구를 지정한 바 있고 우수인재 양성을 위해 30개 글로컬대학을 선정 중에 있다. 또 입지 선정·인재육성에 관한 지자체장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이 밖에도 지역의 우수 인재가 지역에서 창업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 청년층의 수도권 집중을 억제하기 위해 지역에도 지역주도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혁신 생태계가 조성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벤처금융·지역 대학 연구소의 혁신 역량 배양·혁신 기업 간 삼위일체를 이루는 혁신 체계 조성이 시급하고 중요하다. 이와 같은 정책들이 균형 있게 추진될 때 인구 국가비상사태가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