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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로 한화그룹이 총 1억 달러(약 1380억 원)의 자금을 들여 미국 필리조선소 지분 100%를 인수한다.
한화그룹은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을 통해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필리조선소 지분 100%를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23일 밝혔다.
필리 조선소는 노르웨이 석유·가스·재생에너지 전문기업 아커(Aker)의 미국 소재 자회사로, 미국 존스법(Jones Act)에 의거해 미국 본토 연안에서 운항하는 상선을 전문적으로 건조하는 업체다.
필리 조선소는 1997년 미 해군 필라델피아 국영 조선소 부지에 설립된 이후 미국에서 건조된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 컨테이너선 등 대형 상선의 약 50%를 공급해 오고 있다.
또 미 교통부 해사청(MARAD)의 대형 다목적 훈련함 등 해양풍력설치선과 관공선의 건조 실적도 보유 중이다. 미 해군 수송함의 수리·개조 사업도 맡고 있다.
한화그룹이 2022년 9월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지 불과 1년 9개월만에 미국 현지 조선소 지분을 전량 인수하고 조선업 강화에 나선 것이다. 국내기업 중 미국 조선업계에 진출하는 것은 한화가 처음이다.
조선업계에서는 한화의 필리조선소 인수는 미국 사업 진출을 위한 본격적인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연안무역법(Jones Act)에 따르면 미국에서 건조 또는 상당 부분 개조되거나 미국에 해상운송 권한을 등록하고 미국인이 승선한 선박에만 미국 연안 운송권을 부여한다. 배를 잘 만들어도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미국 연안 운송용으로 배를 수출할 수 없다.
한화오션은 공식적인 필리조선소 인수 이유로 “미국 내 생산 거점 확보에 따른 상선·방산 분야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활용할 예정”이라며 “이번 인수를 통해 확보된 해외 생산 거점에 회사가 보유한 상선 및 함정 건조 역량을 결합해 매출 다각화와 미국 시장 진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한화의 이번 인수 배경에는 미국의 군함 입찰에 참가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는 의견도 우세하다. 먼저 이번 필리조선소 인수로 한화는 미 군함 입찰에서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인 미국 현지 생산 규정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현재 미국은 해군력 강화에 적극적인 중국과의 경쟁을 위해 군용 함정이 무척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미국의 조선 생산성은 지난 1980년대 중반 이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앞서 미 상무부는 2021년 조사를 통해 미국 조선소의 경우 선박 건조와 설계·조선소 레이아웃·제품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외국 조선소에 비해 뒤처져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 기술도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함은 항공기나 우주선과 같은 종류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첨단 기술 산업으로 고도로 훈련되고 전문화된 직원이 필요한데 미국 조선업계는 인력 부족과 노후한 시설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런 문제는 한화그룹이 보유한 기술이면 경쟁력을 확보하고도 남는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한화 시스템은 함정전투체계 개발 시스템과 후속 군수지원 플랫폼을 모두 보유한 기업이다. 실제 한화는 확보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무인수상정·함정 등 특수선 시장의 점유율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어성철 한화시스템 대표는 “한화그룹은 필리조선소 인수를 통해 글로벌 선박 및 방산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사업적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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