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RN黨, 납세자들 현실 파고들며 ‘극우 악마’ 이미지 탈출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국제정치

자국 내 무슬림 향한 ‘문화전쟁’ 선포… 30일 조기총선 승리 예감
‘불우했던 이민자 아들’ 바르델라 당대표의 젊음·외모·언변 어필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6-27 17:23:22

▲ 28세의 조르당 바르델라 국민연합(RN) 당대표가 악마화된 극우정당 이미지의 탈출과 최근 유럽선거 승리에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된다. RN이 총선에 승리하면 차기 총리에 오를 것이다. 이민자 아들로 빈곤층 거주지에서 자라면서 무대책 이민의 현실에 주목하게 됐다고 한다. 연합

30일 및 내달 7일(2차 투표) 치러질 프랑스 총선에서 ‘극우 인종주의자’ 정당으로 불리던 국민연합(RN)의 승리가 예상된다. 9일(현지시간) 끝난 유럽의회 선거 때 RN의 돌풍과 집권당 참패에 따른 조기 총선이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서 “10년 전만 해도 상상 못할 일이었다”며 변화의 배경을 분석했다.

1972년 국민전선(NF)으로 출발해 2018년 개명한 RN은 줄곧 ‘상종 못할 존재’ 취급을 받았다. 초대 당수 장 마리 르펜이 “(모든 인종은) 동일한 수준의 역사적 진화를 거치진 않았다”고 말한 이래 노골적 인종주의자로 낙인찍혔다. 그러나 그의 딸 마린이 2011년부터 RN을 이끌며 당 이미지 쇄신에 힘썼고 한가지만 집중했다. 바로 지난 수십년 인권‧다양성 존중을 내세워 국가적 재정위기 등을 초래한 이민정책 공격이다.

이민자들로 인한 사회적 피로감이 극대화된 가운데 RN의 주장은 공감대를 넓혀 갔다. NYT에선 RN의 약진을 무슬림 이민자 증가에 따른 프랑스 국내 사정 자체의 변화와 당 이미지 쇄신 성공의 결과로 봤다. 마린 르펜은 반유대주의와 거리를 뒀고 과격한 발언을 한 자기 부친을 2015년 제명하기도 했다.

일찍부터 RN는 민주주의가 포퓰리즘적인 ‘떼의 논리’로 타락할 수밖에 없는 운명임을 지적하며 전통적 가치(가족‧교회‧국가 공동체 존중)의 복원과 반공‧반이민을 주창해 왔다. 2002년 (아버지) 르펜이 대선 결선 투표에 진출하자 좌파 정당들까지 우파인 자크 시라크를 지지해 시라크가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고 르펜 득표율은 18% 미만에 그쳤으나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파리 정치대(Sciences Po)의 질 이발디 교수에 따르면 RN의 이념적 뿌리가 자유주의다. ‘작은 정부’를 추구하며 대규모 민영화, 공무원 감축, 소득세 축소 등을 요구해 왔다. 이민자들에게 일자리를 빼앗긴 노동자들이 RN을 지지하자 공공서비스 확대처럼 흔히 좌파 정당 전유물인 조치들을 제안하면서 인식이 더 달라졌다고 NYT는 설명했다.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지지자 다수가 백인 노동자 계층인 것과 통하는 현상이다.

2022년 대선 결선 때 마린 르펜 당시 RN 대표의 41.5% 득표와 당원들의 대거 의회 입성은 큰 전환점이다. 현역 의원이 8명에서 약 90명으로 늘었으며 2명은 국회부의장에 올랐다. 상임위 의석도 확보했다. 작년 10월 한 여론조사에서 ‘RN에 국정운영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응답이 44%나 나왔다. 이민과 범죄에 대한 RN의 주장이 주류가 되는 중이다. 작년 국회에서 처리한 이민법안들에 RN측 구상이 다수 포함됐다.

RN 이미지 변신에 또 하나 중요한 부분은 현 당대표 조르당 바르델라(28)의 역할이다. 이탈리아 이민자의 아들로 젊고 준수한 외모와 옷차림, 온화한 태도·언변의 소유자다. 최근 유럽의회 선거에서 RN의 큰 승리를 이끈 주역이기도 하다. 그는 무슬림 이민자와 빈곤층 거주자가 다수인 파리 교외 주택단지에서 자라면서 폭력과 마약 문제 해결을 위해 강력한 이민정책을 지지하게 됐다고 말한다.

그런 바르델라 대표가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향후 무슬림 이민사회를 겨냥한 법률 제정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프랑스 내 무슬림 지도자들 가운데 극단적인 성향의 인물을 추방하고 해당 사원도 신속히 폐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무슬림 여성복장의 과도한 제재을 꼬집으며 “법률뿐 아니라 문화 전반에서 전쟁이 수행돼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RN이 이끄는 우파 연대가 36%로 지지율 선두를 달리며 좌파 연합인 신민중전선(NFP)이 28.5%, 여당 르네상스의 연대 세력인 앙상블은 21%를 기록했다. RN이 프랑스 의회 577석 중 289석으로 과반을 차지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최근 유럽의회 선거에서 RN이 31.5% 득표로 압승을 거두자 바르델라 대표는 “이제 세상이 바뀔 것”이라고 외쳤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