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근칼럼] 결국 중국만 화나게 한 북·러 비정상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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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7-01 06:31:10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지난달 19일 새벽 2시46분 이후 약 21시간 동안 평양에서 함께했다. 작년 9월13일 김정은이 러시아 극동 시베리아의 한 외딴 군사기지에서 푸틴을 만나서 친분을 과시한 이후 9개월 만의 만남이다. 지난 9개월 동안 북한은 우크라이나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러시아군을 위해 포탄을 지원했다. 러시아는 그 댓가로 북한에 군사기술, 특히 미사일 기술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6.19 회합에서 김정은과 푸틴은 두 나라 중 한 나라가 침략을 당할 경우 양국이 서로 힘을 다해 도와줄 것이라는 군사 동맹에 준하는 조약을 체결했다. 대한민국을 위시한 서방 자유 진영은 푸틴·김정은 회담을 격하게 비난하고 이들의 위협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강구하고 있다.

우선 대한민국은 북·러회담과 동맹 조약을 ‘역사의 진보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미국의 저명한 상원의원 린지 그레이엄은 “지독한 악당들이 뭉쳤다”며 “북한과 러시아의 방위조약은 히틀러와 무솔리니의 강철조약만큼이나 나쁜 것”이라고 격하게 비판했다. 잭 킨 미 예비역 육군대장은 폭스TV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북한의 담합에 대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이 같은 위협에 당면한 적은 없었다”고 분석하고 미국의 적극적 대응을 촉구했다.

미국에서는 ‘한반도에 전술핵무기 재배치’ ‘러시아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 등의 대안도 나오고 있다. 더 나아가 필자는 미국이 북·러 방위조약을 빌미로 동북아시아 지역에 중거리 핵미사일(INF) 배치를 강행할 수 있는 기회를 포착했을 수도 있다고 본다.

중국은 노골적인 비난을 하지는 않았지만 아예 김정은이라는 이름을 거론조차 하지 않은 시큰둥한 논평을 했다. 김정은이 푸틴과 가까워지는 것이 중국의 마음에 들지 않는 불쾌한 일이라는 사실을 여과 없이 표현한 것이다.

푸틴과 김정은의 만남은 그들의 의도와는 달리 자유 진영을 결속시켜 대비 태세를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행동으로 옮겨질지는 잘 모르겠지만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아시아의 안보는 유럽의 안보에도 직결된다”고 흥분했다. 2년 전 나토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가 자국 상공에 비행금지구역(No Fly Zone)을 설치해 달라고 요구했을 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나토의 전쟁이 아니라며 거부해서 우크라이나를 좌절시켰던 인물이기에 그의 말이 행동에 옮겨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서방 진영이 북한과 러시아의 망나니 같은 행동을 규탄하고 대비 태세를 강화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저들의 행동에 당황하거나 너무나 겁먹을 필요는 없다. 푸틴과 김정은의 모임을 히틀러·무솔리니의 만남처럼 과장할 일도 아니다. 그럴만한 이유가 많다. 푸틴과 김정은의 만남이 무언가 비정상적인 것처럼 보이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우선 서방 진영이 러시아를 대단한 강대국으로 인식하는 것은 과장이다. 국력의 결정적 요인이 경제력인데 러시아는 국내총생산(GDP) 총량이 대한민국과 비슷한 나라다. 러시아의 GDP는 미국의 13분의 1에 불과하며 러시아의 국방비는 미국의 9분의 1이 조금 넘는다. 러시아는 산업 능력이 막강하지도 못하다. 러시아는 약소국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더 큰 인명 및 장비의 피해를 보고 있다. 북한 따위에게 포탄을 구걸하는 러시아를 강대국이라고 보기에도 어색하다. 북한은 지난 9개월간 약 180만 발 정도의 폭탄을 러시아에 제공했다.

북한은 그 대가로 돈, 특히 달러화를 받고 싶어할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는 달러가 넉넉지 못하다. 북한 포탄의 거의 절반이 불발탄이라는 사실은 러시아가 북한에게 달러를 주지 않을 핑계도 될 것이다. 러시아는 대신 기술을 제공하겠다고 하지만 그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포탄이라는 하드웨어와 기술이라는 소프트 웨어를 공평하게 교환하는 적정 비율이란 없다.

북·러동맹이 가장 황당한 점은 동맹이란 ‘적을 공유하는 나라들이, 즉 공통의 적을 가진 나라들이 그 공통의 적을 향해 함께 군사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체결하는 약속’인데 이번 북·러동맹이 가정하는 ‘가상 적국’은 어느 나라일까. 북한과 러시아를 침략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나라는 어디일까. 솔직히 말해 북한에 군대를 진입할 가능성이 가장 높고 그럴 준비를 갖춘 나라는 중국뿐이다. 게다가 한국의 분노에 대해 러시아는 “한국을 적대시하는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북·러동맹은 중국에 대항하려는 것인가. 그래서 중국이 뿔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