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반복되는 수해 안 막는 걸까 못 막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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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호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12 00:02:30

자연현상으로 인한 천재지변은 예측하기 어렵지만 반복되는 비극을 막기 위해 인재(人災)를 줄이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매년 장마철이 되면 홍수와 폭우로 많은 이들이 불안에 휩싸이곤 한다. 기상청은 올해 예년보다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하고 있어 이러한 불안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해 7월15일 청주시 오송읍에서 미호강 제방이 터지며 오송 지하차도를 덮쳐 14명의 생명을 앗아간 참사의 1주기가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참사 당시 국토교통부는 지하차도에 진입 차단 시설 32개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재까지 설치된 곳은 4개에 불과하다. 아직도 전국에는 182개의 침수 위험 지하차도가 있으며 대부분이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한 시설을 갖추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정부와 서울시는 2022년 8월 발생한 수해로 반지하에서 일가족이 숨지자 반지하 주택 건축 규제·배수설비 개선 지원·차수판 설치 등 각종 대책을 내놓았지만 눈에 띄는 변화는 없어 보인다. 침수 우려가 있는 반지하주택의 물막이판 설치율은 평균 61%에 불과하다. 특히 중구와 동작구는 각각 20%·49.8%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서울연구원은 물막이판 설치율이 저조한 이유로 “일부 공동주택에서 물막이판 설치 시 침수 우려 지역으로 낙인찍히고 집값 하락을 우려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는 분석 결과를 밝혔다. 반지하주택과 지하 주차장의 전체적인 물막이판 설치율은 각각 14.8%·1.4%로 여전히 매우 낮다.

강남역 일대는 침수되기 쉬운 지형 특성 때문에 장마철마다 발생하는 침수로 대한민국 도시계획의 취약성과 안전불감증의 폐해를 상징하는 불명예의 랜드마크가 된 지 오래다. 서울시는 대심도 빗물 배수 시설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으나 공사는 아직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비용 문제로 공사를 맡을 업체가 없어 2년 가까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심도 빗물 배수시설은 많은 비가 내릴 때 빗물을 보관해 하천으로 방류하는 중요한 시설인데 준비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재난이 발생하면 정부와 정치인들은 어김없이 피해 복구를 외치며 각종 방지 대책을 내세운다. 하지만 그들이 약속한 ‘만반의 준비’가 과연 이행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적어도 막을 수 있는 재난은 막아야 한다. 피해가 반복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기다려야 하는 현실이 매우 고통스럽고 초조하다. 이런저런 핑계로 적당히 넘어가기에는 그로 인한 댓가가 너무 크다.

올해 여름은 지난해보다 많은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어 작은 대책이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기상청 전망에 따르면 7월 강수량은 평년(245.9~308.2㎜)과 비슷하거나 높을 확률이 50%다. 8월 강수량은 평년(225.3~346.7㎜)과 비슷할 확률이 40%, 높을 확률이 40%에 달한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막을 수는 없지만 해마다 반복되는 인재는 막을 수 있다. 인명과 재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철저한 준비와 점검이 필요하다. 이번 장마철에도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돌아보고 또 돌아봐야 한다.

최영호 기자 cyh2@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