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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미래는 무엇입니까?”
노란 줄이 메일 제목을 소리 내어 읽고는 모르겠다는 듯 히죽 웃었다. 파란 운동화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유난히 희고 맑은 피부를 가진 소년이었다. 연약한 듯 보였지만 세상에 대한 의문과 호기심으로 빛나는 까만 눈동자만큼은 모든 비밀을 알아내고야 말겠다는 의욕으로 반짝거렸다.
“내려.”
랜드로버가 소리쳤고 승강장에 멈춰 선 열차 밖으로 소년들이 우르르 몰려 나갔다. 정차한 줄도 모른 채 메일을 골똘하게 쳐다보던 파란 운동화가 친구들의 재촉을 받고서야 제일 늦게 뛰어내렸다. 소년을 따라가던 내 눈에 플랫폼 벽에 걸린 여의나루역이란 글자가 보였다. 그제야 나도 내려야 할 역이라는 걸 깨닫고는 문이 닫히려는 순간 미끄러지듯 열차 밖으로 뛰쳐나왔다. 파란 운동화가 흘끔 나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다른 소년들과 함께 곧 계단을 뛰어올라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저녁 8시, 하운은 여의나루역 3번 출구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해월영에서 올라오는 길이었다. 병원에서는 입원을 권했지만 최주결 박사가 거부했다.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연락하기로 했지만 그를 혼자 둔 게 아무래도 불안하다고 하운이 말했다.
“왜 나는 길을 알면 안 됩니까?”
주결이 걱정되는 건 나도 하운과 같았지만 차에 타고 안대로 두 눈을 가린 나는 심통 난 아이처럼 물었다.
“곧 알게 될 거예요. 지금은 한 가지에만 집중하세요.”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집중하고 있어요.”
나는 한껏 짜증이 나서 볼멘소리로 말했다. 하운을 만나자 오늘 하루 겪어야 했던 단절의 서러움이, 애써 부정하고 있던 불안이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오려 했다.
“재단 송년 파티가 열리고 있어요. 지금 가면 지루한 순서는 끝났을 테니까 먹고 마시고 즐기면 돼요. 그리고 무훤 씨는 오늘 아주 중요한 사람을 만나게 될 거예요.”
내 두려움을 모르는 게 아닐 텐데 하운은 직접 반응하지 않았다. 나에 대한 배려였을 테지만 그녀의 음성은 평소보다 빠르고 높았다.
‘재단의 높은 직책을 가진 작자가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 놈을 구경하려는 거겠지. 저렇게 상기된 걸 보면 오전에 통화한 변호사인가 뭔가 하는 놈을 소개해 주려는 것일지도 모르겠군.’
배배 꼬인 생각을 하면서도 내가 실망하지 않도록 하운이 애쓰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는 않았다. 다만 그녀와 이야길 하다 보면 내 안에 숨어 있던 아이가 불쑥 튀어나오고, 두려움은 오기로 바뀌고, 무기력하던 마음은 바짝 곤두섰다. 하운과 떨어져 있을 때 그녀가 그리운 이유였다.
“멋지군요.”
잠시 방을 나갔다 돌아온 그녀가 말했다. 주차장에서 내린 다음 처음과 똑같은 방법으로 하운의 방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새로 마련한 것 같은 고급 정장을 내게 건넸다. 나는 입고 있던 옷을 벗고 흰색 셔츠와 검은색 슈트로 갈아입었다. 반짝거리는 새 구두까지 발에 꼭 맞았다. 거울 속 내 모습도, 그녀의 칭찬도 한껏 나를 들뜨게 했다. 하운도 지난번 보았을 때처럼 정장으로 갈아입은 뒤였다.
[글 김규나 일러스트 임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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