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낮을 가리지 않고 들려오는 발소리와 뛰는 소리가 이웃 간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아이가 뛰어 봤자 얼마나 뛰겠냐”는 말은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 정도도 못 참는 속 좁은 사람’이란 말로 들린다. 공동주택에서 층간소음 피해를 겪는 사람들은 극도의 스트레스와 불면증을 호소한다. 심지어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층간소음이 단순한 불편을 넘어 살인 충동을 일으킬 정도로 심각한 사회 문제가 돼 버렸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은 작은 다툼으로 그치지 않는다. 층간소음 탓에 이웃 간의 강력범죄 사건 또한 증가하는 추세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지난해 말 공개한 층간소음 민원 접수 현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층간소음 관련 살인·폭력 등 5대 강력범죄는 2016년 11건에서 2021년으로 110건으로 5년 새 10배 증가했다.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여러 제도를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공동주택관리법과 각 지자체의 조례에 따라 공동주택관리분쟁조정위원회가 설치되어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 제도들이 얼마나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층간소음 중재 기구는 형식적으로 존재하지만 층간소음과 관련된 처벌 규정이 미약해 갈등을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층간소음 전문가들은 현행 층간소음 기준치가 지나치게 느슨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시공사들이 49㏈ 기준에 맞춰 기술을 개발하고 있음에도 소음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미국이나 독일의 경우 층간소음에 대한 처벌 조항이 매우 강력하다”며 우리나라에서도 벌금 등 실질적인 처벌 조항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러한 지적에도 직접적인 제약이 없어 상황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층간소음 문제를 법적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는 대부분 유야무야되기 일쑤다. 층간소음 문제로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가해자에게 법적 심판을 받게 하기 쉽지 않다. 법적 기준이 애매하고 피해를 입증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때문에 층간소음에 대한 대응으로 ‘복수 스피커’나 망치 등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러한 대응은 오히려 자신이 가해자가 될 수 있다. ‘복수 스피커’로 소음을 보복하는 행위는 명백한 위법 행위로 간주되며 피해자가 오히려 가해자로 전락하게 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복수 스피커’를 사용한 사례에서 층간소음 피해자가 가해자로 고소당해 법적 처벌을 받은 경우도 있다.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감정적 대응보다는 법적 절차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법적 해결이 쉽지 않기 때문에 갈등이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층간소음 문제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심각한 사회 문제다. 정부는 다양한 정책과 제도를 마련하고 있지만 여전히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소음을 줄이는 기술적 개선뿐만 아니라 법적 분쟁 해결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양보와 배려를 바라기에는 피해를 겪는 사람들의 고통이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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