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부터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AIDT)’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히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현장에서는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거대 테크 기업들도 아직 AI 기술에 있어서는 시행착오를 겪는 단계인데 우리 교육부가 너무 성급하게 AIDT를 추진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당장 이를 활용해야 하는 교사·학생·학부모들의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최근 146종의 AIDT 심사본을 접수해 9월까지 본심사, 11월까지 수정본 검토를 거쳐 11월29일에 최종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 AIDT는 내년 초등학교 3·4학년과 중학교 1학년·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영어·수학·정보 등 교과목에 적용해 학교 현장에 도입될 예정이다.
AIDT는 우선 학생들 입장에서는 무거운 책가방에서 해방된다는 점, 그리고 디지털 세대의 학습 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는 동기부여가 쉽다는 점이 장점으로 부각된다. 하지만 수업을 이끌어 가야 할 교사나 학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아직은 우려되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교사·학부모가 가장 우려하는 건 아이들이 디지털 기기에 지나치게 의존적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도 우리나라 학생이 학교 학습 활동에 태블릿·노트북 등 디지털기기를 사용하는 시간은 하루 2.2시간으로 조사됐는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시간)보다 12분 길다. 특히 주말에는 학습용 디지털기기 사용시간이 2.3시간으로, OECD 평균(1.6시간)보다 42분이나 더 길었다.
그런데 우리나라 학생이 상대적으로 높은 디지털 의존성을 보이는 현상은 학습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우려를 자아냈다. 올해 초 교육부 소관 공공기관인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이 발간한 ‘2023 디지털 교육백서’에 따르면 학생이 수업 시간에 디지털기기를 사용하는 시간이 길수록 수학 성적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 잠잘 때 스마트폰 알림을 꺼 두는 학생은 그러지 않는 학생보다 수학 점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OECD가 주관한 2022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분석에서는 우리나라의 경우 수업시간에 디지털기기를 쓰는 시간이 1시간 늘 때마다 수학 점수가 3점씩 떨어졌다는 결과가 나와 충격을 준 바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 어린이·청소년들의 하루 평균 스마트폰 이용 시간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현실이다. 지난해 4077가구(9757명)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미디어패널조사 결과를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살 미만 어린이의 하루 평균 스마트폰 이용시간은 1시간15분으로 전년보다 11분(17.2%) 늘었다. 10대 청소년의 스마트폰 이용 시간도 하루 2시간41분으로 전년(2시간33분)에 비해 8분(5.2%) 증가했다.
디지털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 외에도 AIDT 도입에 대해 교사·학부모들이 불안해 하는 요소는 더 있다. 디지털 기기 사용 증가가 인지발달을 저해할 수 있다는 불안·문해력이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학습 부진을 겪는 학생들에게 교사의 1대 1 관리가 더 필요하다는 점 등이다.
AIDT는 개인 맞춤형 콘텐츠를 통해 학생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현시키는 학습 도구라는 점에서 분명히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에 수반되는 우려와 문제점을 생각하면 아직은 ‘양날의 검’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정부는 AI교과서 도입 유보를 촉구하는 국회의 국민청원이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6월 국회 교육위원회에 회부됐다는 점을 고려해 우선은 시범적 도입을 검토하거나 공론화 과정이 더 필요한 것 아닌지 숙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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