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기 유럽 역사를 보면 악마의 존재를 믿는 기독교 사회를 중심으로 마녀사냥이 기승을 부린 시절이 있었다. ‘악마에 이용당하는 인간에게 벌을 주는 것’으로 당시에는 마녀재판으로 불렸다고 한다. 재판 방식이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여서 마녀로 몰리면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게 된다. 예를 들면 ‘마녀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라고 정한 뒤 ‘재판에서 눈물을 흘려보라 시키고는 눈물을 흘리면 마녀에게 홀려서 눈물을 흘린다’고 판단해 처형하는 식이다.
근세에 들어 마녀재판·마녀사냥이란 말은 ‘다수가 개인 또는 소수에게 가하는 이유 불문의 괴롭힘을 정당화할 때’에 주로 사용되는데, 정치적으로는 공산주의식 자아비판과 인민재판, 전체주의 독재자들의 사상통제 수단으로 악용되곤 했다. 하지만 남에게 피해를 주고도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다’는 피해자 코스프레로 사용되기도 한다.
요즘 국회를 보면 마녀재판을 보는 것 같다. 자기 편이 아니면 ‘악마’라 정한 뒤, 자신들 뜻에 어긋나면 속된 말로 ‘죽일 x’이란 낙인을 찍는다. ‘북한의 인민재판보다 더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무논리에 우격다짐까지 부끄러움도 없다. 과거 국회는 이 정도는 아니었다. 국민권익위원장까지 지낸 이가 어처구니없는 논리로 대통령과 영부인에게 ‘살인자’란 막말을 거침없이 하고 자신들과 생각이 다르면 친일파로 몰아세운다. 아이들이 볼까 두렵다.
그런데 이런 국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사람이 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인데, 8월26일 인사청문회장에서 그는 모 침대 광고 문구처럼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민주당 의원들의 마녀사냥에도 굴하지 않고 김 후보자는 또박또박 소신을 드러냈다. "박근혜 탄핵은 잘못된 일, 나라가 망했는데 국적이 어디있나, 세월호 지나친 면 있다" 등의 발언이 그것이다. 열불이 난 야당 의원들은 결국 청문회장을 박차고 나갔다.
정치인은 무릇 소신이 있어야 하고 그 소신이 잘못됐다고 판단하면 즉시 사과할 줄 아는 용기도 있어야 한다. 기자란 직업인으로 오랫동안 지켜봐 온 김문수는 그런 삶을 살아 온 사람이다.
민주당이 패면 팰수록 김문수의 정치적 몸값은 올라갈 것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대통령으로 만든 일등 공신이 민주당이니 이번에는 김문수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주려 그러는지 모르겠다.
민의의 전당을 마녀재판정으로 바꿔버린 이재명 민주당 대표, 27일 그의 대북송금 사건(제3자 뇌물죄 등)재판이 시작됐다. 진짜 법정에서 김문수 같은 판사(수원지법 신진우 부장판사)를 만난 것은 ‘이 시대의 역설’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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