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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나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171] 쓰러진 어린 신부
결혼식과 장례식의 차이
김규나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9-10 06:30:10
 
 
“유리야!”
 
 
찢어질 듯한 외침에 놀라 돌아보았다. 유리도 너무 많은 사진을 찍었기 때문이었을지 몰랐다. 식장 안에서 비명이 터져 나오고 누군가 신부의 이름을 외쳐 불렀다. 결혼식에는 관심 없던 사람들이 우르르 유리에게로 몰려들었다.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어떤 상황인지 보이지 않았다. 모니터에 쓰러진 유리가 보였다. 그녀를 사람들이 일으켜 안고 흔들어 깨웠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이 유리를 둘러업고 일어서는 모습이 비쳤다. 유리의 아버지가 그녀를 업고 달려 나오고 있었다. 혼란 속에서 나는 어찌해야 할지 몰라 얼이 빠진 듯 서 있었다.
 
얼마간의 소란 끝에 누군가 허둥지둥 내 이름을 부르며 다가왔다. 놀라고 당황해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유리의 영웅 씨였다. 유리는 신부대기실 긴 의자에 누워 있었다. 나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며, 이마에 흰 물수건을 얹어 주던 신랑에게 잠시 자리를 비켜 달라고 부탁했다.
 
“장례식이랑 똑같은 색의 예복을 입고, 사람들은 어떻게 행복을 기대할 수 있는 거죠?”
 
몸을 일으켜 앉은 유리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하얀 조각으로 부서져 내릴 것처럼 창백했다.
 
 
“우리 영웅 씨 손에 인계되기까지 아버지의 손을 잡고 발을 맞춰 걸어가는 길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처럼 멀었어요. 그래서 차라리 그 길이 절대 끝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죠. 처음 듣는 것도 아닌데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웨딩마치가 왜 그렇게 비극적으로 들린 걸까요. 장송곡 같았어요. 식장에 들어서기 전까지 날 흥분시켰던 설렘과 기대는 모두 사라지고 없었죠.
 
저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 그에게로 걸어가는 동안 느끼는 슬픔이 너무도 당혹스러워서 어찌해야 할지 알 수 없었어요. 우리 영웅 씨가 환하게 웃으며 단상에서 내려왔죠. 아버지는 허리를 굽혀 인사한 그에게 내 손을 건네주었어요. 하지만 나는 아버지의 손을 놓아야 한다는 것도, 그 사람의 손을 잡아야 하는 것도 너무나 두려웠죠. 내가 얼마나 꼭 붙잡고 놓지 않으려 했던지 당황한 아버지가 다른 손으로 내 손을 떼어 그 사람의 손에 겨우 얹어 주어야 했다니까요. 아버지가 힘주어 내 손등을 토닥여 주셨어요.
 
아버지는 내가 도망가고 싶어 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던 것 같아요. 내 손을 꼭 감싸 쥐던 아버지의 체온이 지금도 느껴져요. 그 손은 따뜻했지만 완강하고 절대적이어서 나는 그 힘을 거역할 엄두가 나지 않았죠. 아니에요. 아버지 때문이 아니라 사실은, 창피했어요. 몇 백 명이나 되는 하객들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으니까. 나는 행복해 보이고 싶었어요. 얼굴에 경련이 일어날 만큼 웃었지요. 겨우 견디고 있었어요.”
 
유리가 입술을 앙다물었다. 얼굴이 파르르 떨렸다.
 
“일 모두 그만뒀어요. 프로 모델을 꿈꾸는 건 완전히 단념했어요.”
 
유리가 말하고는 불안한 듯 아랫입술을 자근자근 깨물었다.
 
“그러니까 결혼식 버진 로드가 내 처음이자 마지막 런웨이였던 거예요.”
 
그 순간 나는 유리를 괴롭혀 온 게 무엇인지 뒤늦게 알 것 같았다.
 
[글 김규나 일러스트 임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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