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등 윤석열정부의 의료개혁 정책은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 ‘공공·필수·지역 의료’ 해결이라는 명분은 있지만 의료 관련 단체 및 대학 등과 합리적 조율 없이 급하게 정책을 밀어붙여 의료시스템 붕괴 우려와 장기 개혁 목표 달성이 어렵게 됐다.
정부의 ‘의대생 연 1509명(당초 2000명)씩 5년 증원’에 반대하면서 2월부터 전공의 이탈을 비롯해 의료진들의 집단행동이 장기화하면서 의료 공백이 커진 지 오래다. 급기야 정부는 응급실 운영을 부분 중단했거나 중단할 예정인 병원에 군의관 파견을 시작했다. 하지만 전국 곳곳에서 응급실 파행이 잇따라 군의관 배치 효과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필수 의료에 대해 빠른 시일 내 적절한 보상체계 마련 등을 말했지만, 의료공백 사태 이후 반복되고 있는 ‘땜질식 처방’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군의관과 공보의 등에 맡길 수 있는 업무가 제한돼 있어 실효성이 의문시되는 것이다. 군의관들은 응급의학 전문의라 할지라도 전공의 과정을 막 마친 상태로, 교수급의 숙련된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가 응급실 인력지원 대책을 내놨지만 현장에서는 이미 운영을 일부 중단했거나, 중단을 검토하는 병원이 지속해서 나오고 있는 게 응급실 현실을 보여 준다.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인한 업무 공백 후 누적된 응급실 의료진의 피로가 상당한 데다 배후 진료마저 원활하지 않은 탓이다. 배후 진료는 응급실에서 처치한 환자를 병원 내에서 후속 진료하거나 수술하는 것을 뜻한다.
물론 공공·필수·지역 의료 해결을 위한 의대 입학 정원 증원 방향이나 지향은 바람직하다. 문제는 규모나 기간 등에 대해 합리적 근거 없이 과도하게, 급하게 추진해 의료시스템 붕괴가 우려되는 현실을 맞고 있는 것이다. ‘응급실 뺑뺑이’가 심화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의료개혁의 목적 그 자체와 정당성이 훼손되고 있기에 의대 증원 규모와 기간을 어떻게 분산할지, 또 공공·필수·지역 의료 인력을 어떻게 확보할지를 고려해 전면 재검토를 해야 한다고 본다.
우선 풀어야 할 과제는 윤석열 대통령과 고위공직자들의 인식 전환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사이에 일정한 의견 접근이 이뤄진다고 한들 과연 정부에서 수용할지 매우 비관적이기에 하는 말이다.
반면 정부는 응급의료가 어려움에 놓인 것은 맞지만, 붕괴 수준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에 코로나19 등으로 상황이 어려워졌지만 이제 코로나19가 지나가서 상황이 호전되고 있는 데다 정부와 지자체·의료기관의 노력을 통해 충분히 극복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현실과 다른 진단이다. 주요 상급병원 응급실은 지금도 밤 10시부터 아침 6시까지 극히 일부 진료만 제공하고 있다. 추석 같은 연휴가 되면 사정이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응급실에서 임시 처치 후 배후 진료가 진행되지 않으면 응급실 문을 열어 놓고 환자를 못 보는 경우가 있기에 현재보다 진료를 더 축소하는 악화일로를 걷게 될 게 불 보듯 훤하다.
더구나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환자 본인이 전화할 수 있으면 경증’이라고 한 발언은 온당치 않다. 경·중증 판단은 의사들도 하기 쉽지 않은 것으로, 실제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들이 경증으로 진단받았다가 추가 검사에서 중증으로 밝혀지는 경우가 적지 않고, 그 반대 또한 마찬가지다.
정부는 ‘의료 난맥상’을 초래한 관계자들의 책임을 묻고, 현 사태 해결을 위해 의료계와 함께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길 촉구한다. 물론 의료계도 ‘의사 수 증원 절대 반대’ 같은 기득권 수호에만 사로잡혀선 국민의 호응을 얻기 어렵다는 사실을 직시하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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