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참 없어 보이는 배달앱 ‘A사’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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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9-30 00:02:30

최근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의 ‘A사 논쟁’이 화제가 됐다. 배달 음식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이중가격제에 대해 쿠팡이츠가 특정 업체의 문제라고 저격한 것이 발단이 됐다.

쿠팡이츠가 제시한 자료에는 쿠팡이츠는 무료 배달 비용와 방문 포장 수수료를 자사가 부담하고 중개수수료도 올린 적 없는데 오직 A사만 이러한 비용들을 업주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마지막 줄에는 쿠팡이츠는 적자를 보고 A사는 수천억 원의 흑자를 보고 있다는 내용을 첨부해 A사를 점주들을 쥐어짜 자기 배만 불리는 악덕 기업으로 부각시켰다. A사라고 표기했으나 어느 플랫폼을 말하는지 너무 보였고 우리 말고 배달의민족을 때려 달라는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2023년 실적 발표에서 쿠팡이츠는 영업이익 6174억 원을 기록했고 김범석 쿠팡 창업자가 쿠팡이츠를 ‘쿠팡이 제공하는 전례 없는 가치’에 포함시키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기는 했으나 어쨌든 쿠팡이츠는 적자라고 하니 쿠팡이츠는 적자를 보면서 고객과 점주들을 위해 힘쓴다는 게 맞는 이야기였을 것이다. 쿠팡이츠의 영업 전략 핵심이 쿠팡와우를 구독하면 쿠팡이츠도 사용할 수 있는 묶음 상품인 건 중요한 얘기가 아니다.

배달의민족이 하루 만에 내놓은 반박 자료에도 ‘A사’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업주 부담 배달비·무료 배달 비용·중개이용료가 같은 수준이라는 것을 표기한 뒤 멤버십 가격이 A사보다 배달의민족이 싸다는 것을 강조하고 가격인상 내역까지 표기해 A사가 소비자들에게 무료배달 비용을 전가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줬다. 여기서 말하는 A사는 당연히 쿠팡이츠다.

배달의민족이 멤버십 서비스 ‘배민클럽’을 유료로 전환시키면서 배민클럽에 가입하지 않으면 주문이 줄어들까 염려되고 가입하면 배달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업주들의 곡소리가 좀 들리긴 했는데 어쨌든 업주들이 배민클럽 가입 여부는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으니 그게 배달의민족 잘못은 아닐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본인들에게 유리한 점만 부각시키면서 우리 잘못은 없고 다른 곳에서 잘못 했으니 쟤네만 때려 달라는 말을 한 것이다.

9월27일 한국 프랜차이즈 협회가 배달의민족을 배달앱 이용료 남용 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며 진행한 인터뷰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을 신고했으나 이는 배달의민족의 시장지배력이 높기 때문이지 다른 플랫폼은 자영업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 프랜차이즈 협회는 쿠팡이츠의 불공정행위를 계속 수집하고 대응할 방침이다. 배달의민족이나 쿠팡이츠나 자영업자를 힘들게 하는 것은 똑같다는 이야기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배달비 상승과 점주 부담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상생을 이야기하며 업주들을 위하는 척해 왔다. 그런데 논란이 커지고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나설 분위기가 되니 자기들은 쏙 빠지고 경쟁 업체 때릴 생각부터 하는 것이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특히 어느 업체를 지칭하는지 뻔한데 ‘A사’라고 표현하는 것은 유치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차라리 배달앱 사업의 수익성이 좋지 않아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 말했으면 기업의 목적이 수익 창출이지 자선사업은 아니니까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하는 사람이라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들의 치부는 감추고 남의 단점만 부각하는 ‘A’사 논쟁으로 끌고 가니 죽어도 자기 잘못은 없다고 주장하는 치졸함만 부각된다. 너무 자주 쓰여서 지긋지긋한 표현이지만 소비자와 자영업자는 바보가 아니다.

양준규 기자 jgy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