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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 영상 신문.녹음파일 증거로 유죄선고는 위법”
옛 형사소송법 위반한 영상 증인신문 증거 채택 판결 파기
“편법적 증거조사, 증거재판주의 원칙 위배… 유죄 증거로 불가”
최영호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0-03 17:19:36
▲ 대법원. 연합뉴스
 
대법원이 옛 형사소송법상 허용되지 않는 영상 증인신문을 통해 얻은 증거를 유죄 판단에 사용한 하급심 판결을 파기했다. 증거재판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증거조사는 적법한 증거로 인정될 수 없다는 취지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노태악 대법관)는 지날달 12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학 교수인 A씨는 학교에 허위 서류를 제출해 유령 조교 2명을 등록하고 조교 명의 장학금 742만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A씨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검찰은 유령 조교 명의를 빌려준 B씨의 진술을 필요로 했지만 법정에 선 A씨가 장학금 247만 원을 허위로 수령한 B씨의 진술을 증거로 쓰는 것을 거부했다. 이 경우 형사소송법에 따라 B씨를 법정으로 직접 불러 증언을 들어야 하는데, B씨는 해외 체류 중이라는 이유로 신문에 응하지 않았다. 이에 1심 재판부는 B씨의 진술 없이 일부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고 나머지 범행에 대해서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700만 원을 선고했다.
 
항소심에서 검찰은 B씨에 대한 영상 증인신문을 요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화상 장치를 이용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이후 항소심 재판부는 B씨의 영상 증인신문 녹음 파일과 그에 대한 녹취록을 증거로 채택해 A씨에게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증거재판주의를 위반하거나 증거조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판결을 파기했다. A씨에게 적용된 옛 형사소송법은 ‘피고인과 대면해 진술하는 경우 심리적인 부담으로 정신의 평온을 현저히 잃을 우려가 있는 자’ 등 제한적인 경우에만 영상 신문을 허용했다. B씨는 이런 경우에 해당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원심은 형사소송법이 규정한 증인에 대한 증거조사 방식인 ‘신문’에 의하지 않고 증인으로서 부담해야 할 각종 의무를 부과하지 아니한 채 별다른 법적 근거 없이 증거조사를 한 다음 진술의 형식적 변형(녹취파일과 녹취서 등본)에 해당하는 증거를 검사로부터 제출받는 우회적인 방식을 취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방식은 일종의 편법으로서 증거재판주의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에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다는 게 대법원의 입장이다.
 
옛 형사소송법은 영상 재판을 엄격히 제한했으나 2021년 8월 코로나19를 계기로 개정됐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교통이나 건강 상태 등의 이유로 직접 출석하기 어려운 증인에 대해서도 영상 신문을 허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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