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살 빼는 마약’에 중독된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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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승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0-07 00:02:30

지난 5월 유명 의사가 운영 중인 의료기관에서 펜타민 등 식욕억제제 중독으로 입원 치료를 받던 환자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를 계기로 식욕억제제의 부작용 위험성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식욕억제제에 대한 인식 변화가 절실해 보인다.

우리나라는 다이어트 공화국이라고 불릴 만큼 최근 5년간 처방된 식욕억제제 처방 건이 10억 정을 넘었다. 식품의약안전처에서 발표한 2020년∼2024년 5월 비만치료제 처방 및 유통 현황을 보면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은 환자 수는 연평균 약 123만 명·총처방량은 10억6096만805정에 달한다.

연도별 환자 수와 처방량은 △2020년 130만9459명·2억5370만6272정 △2021년 126만8146명·2억4495만2097정 △2022년 120만5439명·2억4287만3243정 △2023년 114만3759명·2억2699만7378정 △2024년 1월~5월 78만2950명·9243만1815정으로 집계됐다.

이 중 펜타민과 펜디메트라진 성분의 처방량이 전체 처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올해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펜타민과 펜디메트라진 성분은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식욕을 느끼는 뇌에 작용해 배고픔을 덜 느끼게 하거나 포만감을 증가시켜 일명 ‘살 빼는 약’으로 소비자들에게 인식되고 있는 제품이다. 이들 제품은 의료용 마약으로 분류되어 투여 기간은 일반적으로 4주 이내로 사용하되 최대 3개월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주요 성분 중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인 메틸페니데이트의 경우 1인당 처방량은 2022년 대비 유사했으나 처방 환자 증가로 전체 처방량은 전년도에 비해 증가하고 있다.

식욕억제제 처방은 비급여 대상이다 보니 상업 목적으로 마구 처방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병원에서는 3개월 처방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병원이 대다수다. 무엇보다 처방 권한이 의사에게 있다 보니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게 문제다.

국민의 건강을 책임져야 할 의료 현장에서 상업적인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처방되고 오남용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식욕억제제를 처방받는 환자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것은 많은 사람이 다이어트 목적으로 마약류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을 방증한다.

식욕억제제가 단순히 체중 감량의 도구가 아닌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약물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 정부는 이러한 마약류 약물의 오남용을 규제해야 한다. 동시에 의료진은 환자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안전한 치료 방법을 제시하고 단기적인 체중 감량보다는 장기적이고 건강한 체중 관리 방안을 제시해야 할 책임이 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심각해지고 있는 마약 문제는 의료용 마약류의 오남용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마약 중독은 치료가 가능한 질병이다. 마약류 취급 정보의 맞춤형 분석 결과를 의료기관에 제공해 처방 시부터 적극적 예방을 유도해 나갈 필요가 있다.

허승아 기자 heosa@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