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박상용 검사 탄핵청문회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대북송금 사건으로 항소심 재판 중인 이화영 씨와 김형태 변호사 간의 작년 7월 구치소 접견 녹음 일부가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에 의해 공개됐다.
이 녹음에서 이화영 씨는 김 변호사에게 김성태 쌍방울그룹 회장이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를 위한 변호사비 대납과 법조 로비 지원 사실을 폭로하려 한다면서 “사실 굉장히 두렵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미 다 나온 얘기 아니냐”며 넘기려 했지만 이화영 씨는 오히려 “김성태에게 팩트가 한 개 있는 것 같다” “변호사님 생각과 좀 다르다. 제가 내용을 안다”면서 걱정했다.
이재명 씨가 경기도지사 시절 진행됐던 재판의 변호사 보수를 쌍방울그룹이 변호사들에게 사외이사 자리를 주거나 CD를 건네는 방식으로 지원했다는 의혹이 있었는데 이화영 씨 진술을 보태면 그것이 거의 기정사실이 될 수 있다. 그러면 별도의 뇌물 사건이 된다. 법조 로비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김형태 변호사의 소위 ‘몰래 녹음’이다. 본래 수감된 피의자와 일반인 사이의 접견은 전부 녹음된다. 외부인을 통한 증거인멸 시도를 막기 위함이다. 그러나 변호인과의 접견은 녹음이 금지되고 CCTV를 이용한 관찰도 금지된다. 교정당국이나 수사기관이 변호인과 피의자 간의 은밀한 대화를 녹음해 법정에 증거로 제출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변호인 조력권을 보장해 주는 반대급부로 변호인에 의한 접견 녹음 역시 금지된다. 그래서 변호인은 휴대전화를 의무적으로 반납해 놓고 접견실에 들어간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133조 제①항은 소장 허가 없이 전자·통신기기를 교정 시설에 반입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렇다면 김 변호사의 ‘몰래 녹음’은 엄연한 실정법 위반이고 형사처벌 대상이다. 법무부 장관도 국회 청문회에서 “징계사유도 되지만 형사처벌 규정도 있어서 그 부분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김 변호사에 대한 형사 기소와 변호사협회의 징계는 시간문제일 것 같다. 자격정지 수준의 중징계도 예상된다.
김형태 변호사는 현존하는 대표적인 인권변호사이다. 90년대를 떠들썩하게 했던 치과의사 모녀 살인 사건·가수 김성재 살인 사건에서 무죄를 이끌어 내 형사재판의 달인으로 손꼽힌다. 정치나 공직에 입문하지 않고 변호사 본업에 충실해 진영을 가리지 않고 두루 신망을 받아 왔다. 그런 사람이 어떻게 실정법을 위반하는 ‘몰래 녹음’을 감행했는지 믿어지지 않는데 김 변호사는 “변론에 참고하려고 녹음했다”며 자세한 답은 회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녹취를 혼자만 간직했다면 모를까 이화영 씨 재판의 2심 변호인들을 통해서 재판에 증거로도 제출되었다고 한다. 오마이뉴스는 9월30일 이 녹취를 근거로 이화영 씨의 진술이 검찰 협박에 의한 허위자백이라는 분석 기사를 냈다.
녹취할 당시인 작년 7월 무렵에 이화영 씨는 쌍방울의 방북 비용 대납을 이재명 지사에게 보고했다고 검찰에서 자백했었다. 이 진술이 굳어지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치명상을 입게 된다. 이를 의식해선지 그의 부인이 법정에서 “정신 차려”라며 소란을 피워 화제가 됐다. 부인이 남편이 아니라 이재명 대표를 더 걱정하느냐는 세간의 질타가 있었다.
녹취 이후 김형태 변호사는 김성태 회장이 이화영 씨에게 허위 진술을 압박했다는 의견서를 재판에 제출했는데 이 과정에서 피고인 이화영 씨의 허락이 없었다고 한다. 공판이 이미 40번 넘게 진행됐는데 이제 와서 검찰 수사가 불법이라며 공격하고 재판부 기피 신청까지 냈다. 급기야 고성을 지르고 퇴장해 버려 재판을 공전시켰다. 필자도 변호사이지만 피고인의 의사에 어긋나는 변론을 하는 것은 변호사의 성실의무(변호사법 제1조 제2항)와 진실의무(변호사법 제24조 제2항) 위반으로 징계사유가 된다. 신망 높던 김형태 변호사마저 이재명 방탄에 나선 것 같아 씁쓸했다. 그래서 필자는 작년 8월23일 본지에 ‘이화영 씨 변호인의 변호사법 위반’이라는 칼럼을 게재하기도 했다.
오락가락했던 이화영 씨는 검찰 협박 시나리오로 마음을 굳혔는지 1심 재판 막판에 검찰이 술판을 벌여 자기를 회유했다는 주장까지 폈다. 그러나 교도행정 실무상 불가능하기도 하지만 이화영 씨가 주장한 술자리 날짜도 하나같이 사실과 맞지 않았다. 결국 이화영 씨는 6월8일 징역 9년 6월·벌금 2억5000만 원·추징금 3억2595만 원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항소를 했지만 재판부는 4개월 만인 이달 24일 재판 종결을 예고했다. 이대로라면 대북송금 건에 대한 유죄 판결이 뒤집힐 리 만무하다. 그렇다면 이 건으로 6월 별도 기소된 이재명 대표에 대한 제3자 뇌물죄 유죄 선고도 불가피해 보인다.
민주당은 이런 흐름을 어떻게든 뒤집어 보려고 수사검사에 대한 탄핵청문회를 열어 이화영 씨를 불러내 녹취록을 근거로 검사 협박을 주장했던 것이다. 김형태 변호사 역시 불법 녹음이 언론사를 돌아다니고 청문회에 이용되는 것을 막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절차적 위법보다 실체적 진실 발견이 더 중요하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그게 그렇지 않다. 수사기관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를 배제(‘위법수집증거 배제 법칙’)하면서 변호인이 수집한 위법 증거를 인정해 주는 것은 모순이다.
김형태 변호사는 3년 전인 2021년 1월25일 법률방송 유튜브 ‘표창원의 정의의 시간’ 12회 ‘진보 보수를 떠나서 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에 출연해 진보와 보수 양 진영 모두의 ‘내로남불’을 지적하면서 특히 법의 절차적 공정성을 역설했다. 실체적인 가치와 이익을 잘 배분하려면 절차적 공정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랬던 그가 정작 실체도 불분명한 검찰 협박을 밝혀 보겠다며 몰래 녹음을 하여 절차적 정의를 망각해 버렸다. 그야말로 내로남불이다. 이재명 방탄을 위해서라면 실정법도, 변호사 윤리도, 평생 쌓은 명예도 다 내버릴 수 있다는 것인지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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