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급망 脫중국 더뎌… 美 중심 재편 늦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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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5개 주요 국가 중 한국·중국 메모리 반도체 수출 결합도 1위
광학기기 대중 수출 40%가 중간재… 이 중 28%는 해외 재수출

양준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0-22 09:34:31

▲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의 입지가 아직 건재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미국을 제외한 반도체 5대 강국 간의 무역 상호의존도가 여전히 높아 미국의 우방국 중심 공급망 재편이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또한 중국과의 협력적 관계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 성장이니셔티브(SGI)는 ‘반도체 5대 강국의 수출입 결합도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SGI는 “반도체를 둘러싼 미·중 무역 갈등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국내 반도체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반도체 5대 강국 상호 보완성을 중국의 수출입 결합도를 통해 분석했다. 수출입결합도는 양국과의 무역 연계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수출결합도가 1보다 크면 양측의 무역 관계가 상호 보완적이고 1보다 작으면 그렇지 않다고 해석한다.

2022년 기준 중국과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수출 결합도는 2.94로 가장 높았고 중국과 대만의 시스템 반도체 수출 결합도 역시 1.52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수입 측면에서도 중국과 한국은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에서 각각 2.28과 2.21로 결합도가 높았고 대만과 일본 또한 결합도가 높아 보완적인 관계였다.

반면 미국과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수출입 결합도는 0.62이고 수입결합도는 88로 보완성이 떨어졌다.

SGI는 “중국이 여전히 글로벌 반도체 제조 공급망 허브로 기능하고 있고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에서 각각 한국과 대만과 긴밀한 생산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SGI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자 및 광학기기의 대중 수출의 40%가 중간재고 28%가 중국에서 해외로 재수출됐다.

정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이 범용 반도체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지속적으로 높여가고 있고 반도체 수요 시장으로서의 위상 역시 당분간은 유지할 것으로 보여 중국과의 협력적 관계를 잘 관리해 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등 첨단 반도체 기술 부문에서 미국의 우방국 중심 공급망 구축에 협력해 나가되, 범용 반도체 부문에서는 중국과의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SGI는 미·중 무역 갈등 이후 반도체 부문 공급망 재편을 국내 생태계 강화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먼저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 제조 분야까지 경쟁력을 확대할 수 있도록 정부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전력공급 등 인프라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반도체 칩 설계는 대규모 생산설비가 필요하지 않아 스타트업 및 벤처기업들이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기 때문에 국내 스타트업 및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엑셀러레이터 지원 프로그램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양수 SGI 원장은 “미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우방국 중심 공급망 구축은 더욱 강화될 것이며 범용 반도체까지 디커플링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며“어려운 상황에 처한 우리 기업이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도록 첨단산업 투자에 대한 보조금 지급이나 직접 환급 등의 재정지원 조치를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준규 기자 jgy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