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빼려다 췌장염 사망… 위고비 부작용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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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치료제 위고비 안전성 논란 커져
부작용 보고 증가 GLP-1RA 주의 필요

허승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1-03 14:26:54

비만 치료제로 유명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 부작용으로 췌장염 진단을 받고 사망한 사례가 나타났다.

세마글루타이드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수용체 작용제(GLP-1 Receptor Agonist·GLP-1RA) 계열의 약물로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되었으나 고용량 투여 시 체중 감소 효과가 나타나 일론 머스크와 킴 카다시안의 비만 치료제로 유명해졌다. 한국에도 출시된 위고비는 최근 부작용 사례가 발표되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기적의 비만약 위고비 부작용에 따른 사망사고는 최근 SCI급 국제학술지 큐리어스(Cureus)에 실렸다. 체블리 다거 미국 코니티컷대학교 내과 교수팀은 70대 미국 남성 A씨가 세마글루타이드 용량을 늘렸다가 복통을 호소했고 급성 췌장염으로 입원한 뒤 결국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다거 교수팀은 약 4년간 세마글루타이드를 0.25㎎ 사용했던 환자가 입원 4주 전 비만 치료 목적으로 주당 투여량을 0.5㎎으로 늘렸다고 살명했다.

최근 국내에 출시된 비만치료제 위고비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세마글루타이드를 복용하던 환자들이 사망하거나 응급실에 입원하는 등 부작용이 잇따르고 있어 학계에서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위고비와 오젬픽 등은 GLP-1 유사체를 이용해서 음식물이 위에서 소장으로 넘어가는 속도를 늦추기 때문에 포만감이 증가하고 식사량이 감소해 장기적으로 체중 감량에 도움을 준다. 그러나 소화 지연에 따른 부작용이 눈에 띈다. 미국 마취과 학회는 “수술 당일에는 GLP-1RA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면서 “전신 수술 7일 전에는 위고비 오젬픽과 같은 제제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마취과 학회는 6월 성명서를 통해 “GLP-1RA를 사용한 후 처음 3~5개월 동안은 위 배출이 지연되는 현상이 심화될 수 있으며 수술 전날 단식을 했어도 수술 당일에 음식물이 위장이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아 수술 당일 마취를 했음에도 음식물이 역류하거나 폐 흡인으로 인해 생명이 위험해질 수 도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임신한 사실을 모른 채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약하면 이상 반응을 보인 사례도 보고됐다. 임상 내분비학 및 신진대사 저널 사례 보고 학회지 9월호에 따르면 이제마 글로리아 오케케 저지 쇼어 대학교 메디컬 센터 의학과 교수팀은 34세 여성 B씨의 사례를 소개했다.

B씨는 세마글루타이드 2㎎을 6일째 자가 주사했고 극심한 △메스꺼움 △복부경련 △식욕부진 △하루 10회 이상의 구토 등의 증상을 보여 결국은 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B씨는 입원 후에야 자신이 임신 7주 4일째라는 사실을 알게됐고 세마글루타이드 투여를 중단한 후에야 증상이 호전돼 퇴원했다.

일본 수미토모 병원 이토 요시토 내분비대사과 교수팀도 이와 같은 사례를 공개했다. 30세 일본 여성 C씨는 경우용 세마글루타이드를 하루 3㎎ 복용하기 시작했고 1년 만에 14㎎으로 증량했다.

C씨는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가 효과가 없자 곧 주사용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여를 시작했고 1.5개월 만에 최대치인 1.5㎎으로 용량을 늘리고 이후 6개월 간 이 용량을 주사했다.

그러던 중 어느날 C씨는 다량의 술과 함께 다시마와 가리비를 평소보다 많이 먹게 되었고 반나절 후 복통을 호소했다. C씨는 응급실로 옮겨졌고, CT(컴퓨터단층촬영) 결과 소장폐색을 진단받았다. 결국 그는 복강경수술을 통해 소장 8㎝를 절제한 후 12일만에 퇴원했다.

의료진은 “GLP-1RA를 처방할 때 음식을 철저히 씹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GLP-1RA의 사용은 씹고 삼키는 데 문제가 있거나 이전에 수술 동반질환으로 연동 운동이 손상된 노인 환자에게서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다양한 부작용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위고비를 복용하는 동안 저혈당의 위험이 증가하며 인슐린이나 설포닐우레아와 같은 당뇨병을 복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또 △현기증 △시야흐림 △불안감 △과민성 △기분 변화 △혼란 쇠약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아울러 입술·혀·목 등의 부종 등을 포함한 알레르기·반응·피로·속 쓰림·인후통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위고비 홈페이지에서 경고하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는 “비만 치료는 단순한 미용 목적의 체중 감소가 아닌, 동반된 대사질환과 합병증을 치료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며 “인크레틴 기반 당뇨병 및 비만 치료제들은 반드시 관련 전문가의 진단과 평가를 거친 후 처방돼야 하며 환자 개개인의 건강 상태와 대사질환 상태를 면밀히 고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허승아 기자 heosa@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