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대행 임명·재의요구권 논란… “법과 정치 중 선택에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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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권 법조 주류 의견… 직무정지 시 ‘소극적’ 궐위 시 ‘적극적’
재의요구권, 2004년 고건 총리 권한 대행 행사… 큰 쟁점 없어

김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2-17 13:37:57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권과 재의요구권 행사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과거 사례와 법조계 해석을 두고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며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석 상태인 헌법재판관 3명을 신속히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17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탄핵심판의 공정성을 담보하려면 헌법재판소가 6인 체제가 아닌 9인 체제로 운영되어야 한다”며 “국회의 추천을 받은 헌법재판관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 절차를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최종 인용되기 전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황교안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강행하려 했으나,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강하게 비판하며 공정성을 문제 삼았다”며 “민주당이 과거와 달리 권한대행의 임명권 행사를 주장하는 것은 이중적 태도”라고 지적했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황교안 권한대행은 헌법재판관 임명을 추진했지만,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당시 대표를 비롯해 우원식, 박범계 의원이 “대통령 권한대행의 임명권 행사는 헌재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탄핵심판의 공정성을 저해한다”고 비판하며 강력히 반대했다. 당시 황 권한대행은 임명을 강행하려 했으나 정치적 압박과 여론 속에 임명을 실행하지 못했다.

법조계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임명권에 대해 대통령 직무 정지 상태와 탄핵소추안 인용으로 궐위 상태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본다. 대통령 직무 정지 상태에서는 권한대행의 임명권 행사를 최대한 자제해야 하지만, 대통령이 파면된 궐위 상태에서는 헌법에 따라 적극적으로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재의요구권,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 정치적 파장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의요구권 행사 역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한덕수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은 최근 국회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농업 4법과 국회법·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 예정돼 있어서 재의요구권 행사를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야권의 강력한 견제가 예상된다. 민주당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의 입법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려 한다”며 한 총리를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재의요구권은 과거에도 대통령 권한대행이 비교적 폭넓게 행사했던 권한이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직무정지)로 고건 총리가 권한대행을 맡았을 당시, 그는 ‘거창사건 관련자 명예회복 특별조치법’과 ‘사면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거창사건 특별조치법’은 피해자 명예 회복을 위한 법안이었으나 일부 조항의 객관성과 중립성이 논란이 됐고 ‘사면법 개정안’은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하는 내용이었다. 고건 권한대행은 이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재의요구권을 행사했으며, 당시 여야 간 일부 논쟁이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헌법적 권한으로 인정됐다.

법조계는 재의요구권이 국정 혼란을 방지하고 국익을 수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권한으로, 대통령 사고 시와 궐위 시 모두 인정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치적 사안이 첨예하게 얽히면서 여야 간 갈등이 증폭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재의요구권 행사에 대해 “정당한 국회의 입법권을 방해하려는 시도”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한덕수 총리를 겨냥해 탄핵소추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다. 정치적 대립이 격화되면서 권한대행의 재의요구권 행사 여부가 또 다른 정치적 분쟁의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결국 대통령 권한대행의 임명권과 재의요구권 논란은 법과 헌법적 원칙이 아닌,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해석되고 활용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야의 충돌 속에서 헌법적 권한 행사와 정치적 공세 간의 균형을 찾는 것이 이번 논란의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김영 기자 jebo@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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