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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시중은행 대부분이 ‘안정’보다는 ‘변화’를 택했다. KB국민·하나·우리은행은 대표이사 교체를 단행했다. 올해 높은 실적을 거둔 것을 고려하면 의외의 선택이다. 수장을 대거 교체한 것은 금리 인하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축소 등 암울한 내년 금융환경에 대비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비이자수익·해외 진출 등 수익 기반을 다변화해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대 주요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 NH농협은행을 제외하고 나머지 4곳이 차기 은행장 최종 후보를 확정했다. 신한금융은 정상혁 신한은행장 연임을 결정했고 KB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은 이재근·이승열·조병규 은행장에서 새 인물로 수장을 교체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하나금융은 하나은행 대표이사 후보로 이호성 하나카드 사장을 추천했다. 1964년생인 이호성 후보는 대구 중앙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92년 하나은행에 입행해 중앙영업그룹장·영남영업그룹장 등을 거쳐 2023년부터 하나카드 대표이사 사장직을 맡고 있다.
하나금융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이 후보에 대해 “대내·외적으로 불확실한 금융환경 속에서 위기를 타개하고 지속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 손님 기반을 탄탄히 하면서 풍부한 현장 경험과 영업 노하우를 갖춘 적임자”라며 “하나카드 대표이사 사장 재임 기간 조직에 긍정 에너지를 확산시키면서 트래블로그 카드를 히트시키는 등 영업력과 수익성을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
우리금융은 정진완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을 차기 우리은행장으로 내정했다. 1968년생인 정진완 후보자는 우리은행 내 대표 ‘영업통’으로 분류된다. 1995년 입행해 삼성동금융센터장·테헤란로금융센터 본부장·본점영업부 본부장을 거쳐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을 맡고 있다. 중소기업금융 분야에서의 오랜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뛰어난 전략과 추진력을 보유했다는 평가다.
KB금융은 이환주 KB라이프생명보험 대표를 국민은행장 후보로 선정했다. KB금융 계열사 대표가 은행장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후보는 1991년 입사해 개인고객그룹 전무·경영기획그룹 부행장·재무 총괄 부사장(CFO) 등을 지냈다. 조직의 안정과 내실을 지향하고 지주·은행·비은행 등 KB금융의 전 분야를 두루 거치며 탁월한 성과를 입증한 경영인이라는 평가다.
신한은행까지 포함해 이들 은행 4곳은 3분기까지 총 10조9623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역대 최대 실적이자 1년 전(10조4775억 원)보다 5% 늘어난 규모다. 호실적에도 대부분 수장을 교체한 것은 내년 은행업 전망이 어두운 영향으로 풀이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은행의 내년 실적 전망에 대해 ‘저하’를 제시했고 한국기업평가는 내년 은행업 사업환경에 대해 ‘중립’을 제시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4대 은행 등 국내은행의 내년 순이익이 22조5000억 원에 그칠 것으로 봤다. 이는 올해 예상 순이익(23조5000억 원)보다 1조 원 작은 규모다.
금리 인하에 따라 NIM 마진이 하락할 수 있는 게 악재로 꼽힌다. 지형삼 나신평 책임연구원은 “대출자산 증가율이 둔화하는 가운데 금리 인하에 따른 NIM 축소로 은행의 핵심이익창출원인 이자 이익이 정체·감소할 것”이라며 “금리 인하기에서 대기성 자금인 요구불예금이 증가하고 장기저축성예금 비율이 하락하는 등 자금조달 안정성이 약화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가 지속되고 건전성 관리 부담이 크다는 점도 악재다. 지 연구원은 “가계부채 관리 기조 강화로 우량 중소기업·대기업을 중심으로 여신 경쟁이 심화될 경우 NIS(예대마진) 축소에 따른 수익성 저하 압력이 확대될 수 있다”며 “이러한 수익성 저하와 함께 취약 차주 대출자산의 연체율 상승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내다봤다.
여신 성장이 둔화하는 사업환경도 위기다. 정문영 한기평 전문위원은 “당분간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가계부문의 부채 부담·2021년 이전 대비 상승한 금리에 따른 이자 부담을 감안하면 민간소비 증가율도 낮은 수준에 머무를 전망”이라며 “보호무역주의 기조와 주요국의 경기 전망을 감안하면 수출경기도 2024년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내년에는 이자수익만으로 이익을 내기 힘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은행권이 어떤 방식으로 수익성 기반을 확대할지 주목된다. 비이자이익 비중이 커질 전망이다. 3분기 기준 4대 은행의 비이자이익 규모는 총 2조9772억 원으로 전체의 10.4%에 그친다. 다만 정부에서 검토 중인 비금융 자회사 투자 허용·부수업무 범위 등 금산분리 규제 개선 시 비이자수익을 늘릴 수 있다.
해외 진출도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과 중위 연령이 낮은 개발도상국 시민을 잠재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은행의 해외점포 수는 작년 말 기준 202개로 5년 전인 2018년 말(189개)보다 10개 이상 늘어났다. 영업점 수를 급격히 줄인 국내와 상반된다. 올해도 적극적이다. 우리은행은 16일 베트남 28호 영업점 서사이공지점 오픈했다. 국민은행은 10월 인도 경제 중심지인 첸나이와 푸네 지역에 영업점을 개점했고 신한은행 8월 베트남 롱안성에 롱안지점을 각각 열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방카슈랑스·IB 수수료·유가증권 트레이딩 등이 올해 중요했듯이 내년에도 비이자 부문이 중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년 정치 상황 등을 감안해 포트폴리오를 짜고 있는데 비이자이익이 은행의 주 수익원 중 하나이므로 이를 확대하는 데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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