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이가 미끼를 물었구나 싶었지만 희숙은 표시 내지 않았다.
“지가 뭘 알아예, 잘 모르지예. 근데 우리 근로자들 일하는 환경이 더 나아지게 회사에 요구하고 우리가 열심히 일해서 회사가 돈을 벌면 그만큼 우리한테도 이익금을 나눠 줘야 한다 아입니꺼. 그거 합법적으로 도와주는 조직이라예. 우리끼리 만들면 되는 게 아니라 조직 만들었다고 신고해야 하고 신고필증 나오면 정식으로 조직이 인정된다고 들었어예.”
동이가 다시 물었다.
“노조가 맹글어지믄 회사에서 맘대로 못 자르나? 그거 노조가 막아 주는 거시제?”
동이가 가장 궁금한 건 안 쫓겨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아무리 환경이 개선되고 급여가 높아진다 해도 일자리를 잃게 되면 아무 소용 없는 짓이었다.
동이가 풀이 죽은 듯 힘겹게 말했다. “나가 일 모대불믄 시방 우리 가족 다 굶어 죽응게….”
희숙이 짧게 대답했다. “지도 안 쫓겨나고 벌어야 해예.”
점심시간 사이렌이 울렸다. 동이가 희숙을 찾아왔는데 뛰었는지 숨이 찬 상태였다. 대단한 정보라도 들고 온 양, 상기된 표정이었다. 동이는 주변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지금 우인 난리 났는갑서.”
희숙이 물었다. “우인어패럴 말입니꺼, 무슨 일이라예?”
“우인 여자들 전부 머리에 띠 두르고 밖으로 뛰어나와서 데모한당게.”
우인어패럴은 직원 900명을 둔 중견기업이었다. 동이 말을 듣고 직원들이 우르르 창 쪽으로 다가가 밖을 내다보았다. 구호 소리가 들렸다.
“악덕 기업 물러가라, 근로자 생존권을 보장하라!!!”
단체로 외치는 소리 가운데 희미하게 한 여성 근로자의 앙칼진 소리가 허공을 가로질렀다.
“이놈들아! 나도 내 새끼 먹여 살려야 된다고!”
구경하고 있던 일월 근로자들이 웅성거렸다.
희숙은 창문에 모여든 직원들을 뒤로한 채 동이한테 점심이나 먹으러 가자고 했다. 동요하지 않는 희숙의 모습에 동이가 낮고 조용하게 물었다.
“요 공단 주변 사업장들 거의 다 노조 맹근다고 난리드만 우리도 뭔가 해야 하는 거 아녀? 안 해도 불안허고 해도 불안허고 미쳐불것네.”
희숙은 못 들은 척했다. 불을 지피기까지 좀 더 시간이 필요했다.
우인어패럴 여성 근로자 백여 명이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거리 투쟁을 시작한 건 고무적이었다. 우인어패럴 대표는 악덕 기업인으로 소문났다. 우인의 사측은 노조에 가입하려 하거나 협조한 근로자들을 색출해 해고하거나 임금 지불을 거부하는 등 강경책으로 맞섰다. 인도를 가득 메운 우인의 해직 여성노조원들은 회사 안으로 진입을 시도했고 그들을 경찰이 봉쇄했다.
그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욕설과 고성이 오갔다.
“비켜, 왜 막는 거야? 우리 직장이라고!”
“짤린 년들이 우리 직장 좋아하네. 꺼져 이년들아!”
“뭐라고? 얻다 대고 욕지거리야?”
“얻다 대고? 이 쌍년들이 정신 못 차리네. 야, 뒤지고 싶어? 매운맛 좀 볼래?”
근로자들이나 경찰이나 감정은 점점 더 날카로워지고 있었다. 희숙은 잠자코 때를 기다리란 지시를 받은 터였다. 공장 활동을 위해 연습하고 훈련했던 건 조금씩 성과가 나고 있었다.
[글 박선경 일러스트 임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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