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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스타일의 셰리가 있지만 ‘피노’와 ‘올로로소’를 알면 셰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발효를 마친 어린 와인의 알코올은 보통 11~14% 정도다. 이 초기 단계 와인의 표면에는 플로르란 효모 막이 형성된다. 이 막은 셰리의 산화를 방지하고 톡 쏘는 독특한 풍미를 준다.
셀러마스터인 까빠따즈는 베넨시아라 불리는 실린더 모양의 용기가 달린 긴 막대로 플로르 막을 뚫고 와인 샘플을 채취해 시음한다. 셀러마스터는 와인의 성격에 따라 섬세한 와인은 ‘피노’, 좀 더 진하고 묵직한 와인은 ‘올로로소’로 구분한다. 이후에 피노는 플로르에서 오는 가볍고 신선한 느낌으로, 올로로소는 산화를 통해 묵직하고 고소한 풍미를 강화하도록 양조한다. 올로로소는 스페인어로 향기롭다는 뜻이다.
플로르는 알코올이 15%를 넘어서면 살 수 없어서 살아 활동할 수 있는 15% 이하로 주정을 강화한다. 반대로 올로로소는 18% 정도로 주정을 강화해 플로르가 생기지 않도록 한다. 이후 솔레라 시스템으로 숙성을 진행하며 상급 피노는 3~5년, 올로로소는 10년까지 숙성한다. 일부 고급 와인의 경우 25년 이상 숙성하는 경우도 있다.
피노(Fino): 플로르의 영향을 듬뿍 받은 피노는 가볍고 상큼한 청사과와 시트러스·허브·아몬드 향에 톡 쏘는 느낌이 일품이다. 깔끔하고 상쾌한 맛이 식전주로 알맞다. 많은 전문가들은 피노를 셰리의 정수로 평가한다.
아몬티야도(Amontillado): 피노를 7년 정도 숙성하면 플로르가 섭취할 양분이 없어져 아몬티야도가 된다. 추가 숙성을 통해 좀 더 짙은 갈색 컬러와 함께 산화한 느낌을 드러낸다. 호두·헤이즐넛 등 고소한 풍미와 버터·허브·나무 등의 향기가 매력적이다.
드라이하고 톡 쏘며 밀도 높은 풍미는 마치 피노와 올로로소의 장점만을 뽑아낸 듯하다. 그래서 아몬티야도와 어린 피노·올로로소를 믹스해 당도를 높여 미디엄 혹은 미디엄 드라이로 출시하는 상업적인 아몬티야도도 있다.
만자니야(Manzanilla): 해안가에 위치한 산루카 지역은 내륙 지역과 달리 일 년 내내 플로르가 살아남을 수 있는 15~20도를 유지할 수 있어 플로르의 영향이 더욱 도드라지는 셰리를 생산한다. 향긋한 카모마일 아로마와 좀 더 신선하고 미묘하며 솔티한 느낌이 특징이다. 플로르가 소멸하기 시작할 때까지 6~7년간 장기 숙성한 만자니야는 ‘파사다(Pasada)’라 부른다.
팔로 코르타도(Palo Cortado): 피노로 분류됐던 섬세한 와인이 결과적으로 플로르가 형성되지 않아 만들어진다. 아몬티야도의 날카로움과 올로로소의 부드럽고 농밀한 풍미를 모두 지닌 보기 드문 스타일이다.
페일 크림(Pale Cream): 피노 셰리에 농축된 포도즙을 섞어 당도를 높인 미디엄 바디 스타일로 피노의 신선한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더해져 편안한 느낌을 준다. 영국에서는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1960년대에 D.O.(Denominación de Origen·원산지 증명 등급)가 되었고 셰리 중에서는 비교적 최근에 생겨난 스타일이다.
크림(Cream): 드라이한 올로로소에 페드로 히메네즈나 모스카텔(Moscatel)을 블렌딩해 미디엄 혹은 미디엄 드라이 정도로 당도를 높인 스타일이다. 캐러멜이나 누가·로스트 넛의 풍미와 함께 포도의 달콤함이 느껴진다. 달콤한 포도즙과 포도 증류주를 섞어 만드는 상업적인 크림 셰리도 있다.
페드로 히메네즈(Pedro Ximenez, PX): 햇볕에 건조한 포도로 만드는 매우 달콤한 풀 바디 셰리다. 바닥이 거의 비치지 않을 정도로 블랙에 가까운 진한 색을 띠며 건포도·말린 무화과·다크 베리 잼·감초·스위트 스파이스·시럽과 초콜릿 등 달콤한 풍미가 넘쳐 난다.
올로로소(Oloroso): 짙은 적갈색의 풀바디 스타일로 처음부터 산화 작용을 거쳐 진하고 부드러우며 농밀하다.
기본적으로 셰리는 구입해서 보관을 하기보다는 마시고 싶을 때 바로 구입할 것을 추천한다. 특히 피노 계열의 셰리는 병에 넣은지 얼마 안 된 신선한 것일수록 좋다. 피노 계열은 섭씨 6도 정도로 차게, 올로로소와 아몬티야도·팔로 코르타도·페드로 히메네즈 등은 12도 정도로 시원하게 마신다.
산화에 약한 피노는 오픈하면 다 마셔야 제맛을 즐길 수 있다. 늦어도 하루 이틀 안에 마시는 것이 좋다. 올로로소나 아몬티야도 등은 오픈 후에도 서늘하고 빛이 없는 곳에 보관하면 한두 달 정도는 즐길 수 있다. 페드로 히메네즈는 몇 년 정도 견디는데 냉장고에 보관하고 마시면 된다.
셰리는 아무래도 유럽 음식과 조합을 이룰 때 제맛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요즘 유행하는 사퀘테리(charcuterie; 소금에 절이거나 훈연하거나 발효시킨 모든 육가공 제품)와 피노 셰리는 찰떡궁합이다.
멜론 위에 올린 하몽(돼지 뒷다리의 넓적다리 부분을 통째로 잘라 소금에 절여 건조·숙성시켜 만든 스페인의 대표적인 생햄)은 피노의 완벽한 파트너다. 피노의 짭짜름한 뉘앙스는 간단하게 올리브·앤초비와 마셔도 좋고 일반 해산물 요리와도 잘 어울린다. 스페인 사람들은 다양한 타파스(스페인 전채요리), 즉 가벼운 요리들과 함께 즐긴다.
올로로소는 고기 스튜나 꼬리곰탕처럼 진한 고기 요리나 향이 좋은 버섯·숙성 치즈 등과 잘 맞는다. 아몬티야도나 팔로 코르타도는 좀 더 가벼운 고기 요리나 치즈·샐러드 등과 즐겨도 된다.
달콤한 셰리는 여느 달콤한 주정강화 와인처럼 다양한 디저트와 함께, 혹은 와인 그 자체만 즐겨도 좋다. 극단적으로 달콤한 페드로 히메네즈는 밀도 높은 블루치즈나 쌉쌀한 다크 초콜릿과 함께 즐기면 좋다.
셰리는 드라이할까, 스위트할까. 이 질문에 스위트라고 답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하지만 정답은 둘 다 맞다는 것이다. 셰리가 스위트한 이미지가 된 것은 아마도 대중적인 크림 셰리나 시럽처럼 달고 진한 페드로 히메네즈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가볍고 톡 쏘는 청량감이 특징인 피노 셰리의 경우 매우 드라이하다.
많은 전문가들은 피노 셰리를 서로 다른 개성에도 불구하고 샴페인과 비교하는데, 효모와의 오랜 접촉을 통해 그 풍미를 이끌어 내는 방식이나 섬세하고 가벼운 맛으로 식욕과 활력을 돋우는 스타일 때문일 것이다.
피노를 플로르가 사라진 이후까지 숙성시킨 정통 아몬티야도(Amontillado)나, 피노가 되지 못한 팔로 코르타도(Palo Cortado) 등도 모두 드라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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