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고려아연 순환출자 공정거래법 근간 흔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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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대기업 집단 내 상호 출자 금지… 2014년 신규 순환출자 금지
“신규 순환출자 금지 이후 최초 의도적인 상호출자 금지 위반·탈법행위”

양준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2-20 12:48:53

영풍이 1월23일에 열린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에서 최윤범 회장 측이 순환출자를 악용해 최대 주주인 영풍의 의결권을 부당하게 제한했다고 비판했다.

20일 영풍은 “수십 년간 대기업 경제력집중 규제를 구축해 온 대한민국 공정거래법의 근간을 흔들고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훼손한 탈법적 행위”라고 강하게 규탄했다.

영풍 주장에 따르면 우리나라 정부의 대기업 순환출자 규제는 대기업집단(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방지하고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여 경제의 공정성과 효율성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 정책이다.

순환출자는 계열사 간 출자를 통해 소수의 지배주주가 적은 자본으로 여러 계열사를 손쉽게 지배할 수 있게 하는 수단으로 재벌의 경제력 집중과 자본 공동화를 초래할 수 있어 정부가 지속적으로 규제를 강화해 왔다.

1980~1990년대 국내 대기업들은 적은 자본으로 다수 기업의 지배를 위해 순환출자를 적극 활용했지만 이러한 순환출자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그룹 계열사 동반부실 확산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정부는 1986년부터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를 도입해 대기업집단 내 상호출자를 금지한 이후 2014년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대기업 계열사 간 신규 순환출자를 완전 금지했다.

이후 국내 대기업들은 순환출자 구조를 정리하고 지주사를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을 진행해 왔다. 영풍 그룹도 2019년 장형진 영푼 고문이 사재 1336억 원을 들여 순환출자를 완전히 해소한 바 있다.

영풍은 이러한 상황에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1월22일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를 하루 앞두고 기습적으로 순환출자 구조를 새로이 형성했다고 비판했다.

영풍은 “최 회장은 임시주총에서 영풍 & MBK파트너스 연합과의 표 대결이 불리해지자 영풍정밀과 최씨 일가가 보유한 영풍 지분 10.3%를 고려아연의 호주 내 피지배 회사인 SMC에 넘겨 탈법적 순환출자 구조를 만들었고 이를 통해 최대 주주인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했다”며 “이는 정부의 1986년 상호출자 금지·1990년 탈법행위 금지·2014년 신규 순환출자 금지 이후 최초의 의도적인 상호출자 금지 위반 내지 탈법행위로 대한민국 공정거래법의 근간을 뒤흔든 행위”라고 평가했다.

영풍은 최윤범 회장이 애초부터 현재까지 고려아연의 1대 주주가 아니었고 단순한 경영 대리인일 뿐인데도 경영자로서의 지위 유지를 위해 탈법적 꼼수로 정부가 수십 년간 공들여 온 순환출자 규제를 무력화했다고 지적했다.

영풍은 이러한 최 회장의 결정이 단순한 경영권 다툼을 넘어 대기업의 법적·사회적 책임을 훼손하는 중대한 사건이고 특히 공정거래법 제21조의 직접 적용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해외 계열사를 활용한 점에서 위법성과 탈법성이 더욱 크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정부와 기업이 수십 년간 노력해 구축한 지배구조의 건전화 방벽이 무너질 수 있다”며 “관계 당국의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준규 기자 jgy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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