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의 허상 짚은 창작 초연 연극 ‘애나엑스’ 프레스콜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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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호 연출 “이상적 진실에 물든 현대 사회상 반영한 작품”

최영호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2-20 17:04:49

▲ 서울 강서구 마곡동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연극 ‘애나엑스’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주인공 '애나' 역은 한지은·김도연·최연우 '아리엘' 역은 이상엽·이현우·원태민이 출격한다. 글림아티스트·글림컴퍼니

매력과 속임수의 아슬한 경계를 오가며 뉴욕 사교계를 뒤흔든 지각변동의 실화 연극 ‘애나엑스’가 한국에 상륙했다.

5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제작사 글림컴퍼니·글림아티스트 주최로 연극 애나엑스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시대를 정확하게 꿰뚫는 기자 출신 극작가 ‘조셉 찰턴’의 작품이 원작인 애나엑스는 2018년 애나 만들기라는 넷플릭스 시리즈로 제작된 실존 인물 ‘애나 소로킨’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2021년 미국 웨스트엔드에서 창작 초연 작품으로서 첫 관객을 맞았다.

작품은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라 정체성을 쉽게 꾸며내고 조작하는 사회적 현상을 조명하면서 이로부터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을 포장하고 영향을 받는가를 탐구하고 나아가 디지털과 현실 세계의 모호한 경계 속 진정한 정체성을 찾는다.

이 자리에는 6명의 주연배우를 비롯한 김지호 연출과 황석희 번역가가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애나’ 역을 맡은 최연우·한지은·김도연은 부유한 상속녀라는 거짓 배경으로 상류층 행세를 하며 뉴욕 사교계를 뒤흔든 실제 인물을 실감나게 표현했다.

이상엽·이현우·원태민은 애나의 매력과 자신감에 매료됐지만 거짓말과 속임수가 난무한 진실 앞에 무너지는 기술 스타트업 창업자 ‘아리엘’ 역할을 완벽하게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프레스콜은 작품의 대표적인 3개 장면 시연과 번역 등 연출진 및 출연 배우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시연은 한지은·원태민이 연기하는 애나와 아리엘이 클럽에서 첫 만남을 갖는 장면과 미국 뉴욕에서 그리는 미래 그리고 과거와 현재를 이야기한다.

두 번째는 최연우·이현우 조합의 애나와 아리엘이다. 아리엘이 만든 서비스 ‘제네시스’를 계기로 서로에게 호기심이 생겨 본격적인 만남을 예고한다.

마지막으로 등장한 김도연·이상엽은 또 다른 매력의 애나와 아리엘을 선보였다. 이들은 애나에 대한 의심이 확신으로 전환되면서 아리엘의 불안이 고조해 가는 상황을 연기했다.

이 가운데 연출에서 역점을 둔 부분은 ‘2인칭 시점 방백’과 ‘현재형 표현 화법’이다.

황 번역가는 “작품에서 애나라는 캐릭터는 방백을 통해 자신을 ‘너’라는 2인칭으로 지칭한다”며 “애나의 2인칭 서술 방식은 끊임없이 정체성을 조작하는 나쁜 애나와 자신을 분리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라고 말했다.

황 번역가는 또 “대화를 제외한 모든 문장은 현재형으로 표현했는데 현재형 문장은 이미 끝난 사건을 창조적으로 서사를 이어가며 생동감을 부여하는 장치”라며 “보는 관객에게는 사실과 인지의 경계를 흐려 작품이 끝날 때까지 능동적으로 진실을 고민하게끔 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김 연출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완벽하게 편집된 일상을 공유하며 이미지를 포장하면 이를 본 사람들은 그러한 삶에 매료된다”며 “작품의 매력은 우리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믿고 싶어 하는가를 겨냥한 데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 연출은 현대 사회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애나의 이야기가 이상적인 진실에 중독돼 있는 현대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