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리 인하… 올해 성장률 전망도 1.9→1.5% 낮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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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 불투명 상황에서 통화정책부터 가동해 금리 인하로 ‘내수 진작’ 나서

임진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2-25 11:33:52

▲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가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은행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25일 올해 두 번째로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시장 전망대로 기준금리를 연 3.00%에서 연 2.75%로 0.25%p 인하했다.

1430원대로 치솟은 원/달러 환율 부담에도 불구하고 금통위가 다시 금리 인하를 통해 통화 완화에 나선 것은 그만큼 한국 경제가 국내·외 악재로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은도 이날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기 정부의 관세 정책과 계엄 이후 국내 정치 불안 등을 고려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1.5%로 0.4%p 대폭 하향 조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인하하고 시중에 돈을 풀어 민간 소비·투자 등 내수를 진작해야 한국 경제의 하강 속도를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금통위는 작년 10월 기준금리를 0.25%p 낮추면서 3년여 만에 통화정책 완화기조로 돌아섰고 그해 11월에도 시장 전망에서 벗어나 추가 인하를 단행했다.

금통위가 연이어 금리를 낮춘 것은 금융위기 당시 6연속 금리 인하(2008년 10월∼2009년 2월)를 단행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경기 불황과 성장 침체 추세가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작년 말 이후 계엄·탄핵 사태까지 겹쳐 소비·투자 등 내수 위축 우려가 더 커지면서 3연속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을 촉구하는 여론도 높아졌다.

다만 금통위는 1월 회의에서 시장 예측을 벗어나 금리를 3.00%로 동결했다. 당시 한은은 급등한 환율 위험 등을 금리 동결 이유로 꼽았다.

전달 이창용 한은 총재는 “경기 상황만 보면 지금 금리를 내리는 게 당연하다”면서도 “두 차례 금리 인하 효과도 지켜볼 겸 숨 고르기를 하면서 정세에 따라 (금리 인하 여부를) 판단하는 게 더 신중하고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1월 금통위 회의 이후 경기·성장 지표가 예상보다 더 나쁜 것으로 전망됐고 트럼프 정부가 주도하는 관세전쟁 위험도 더욱 커졌다.

작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소비·건설투자 등 내수 부진에 비상계엄 이후 정국 혼란까지 겹쳐 당초 한은 전망치(2.2%)보다 0.2%p 떨어진 2.0%에 그쳤다. 특히 4분기 성장률(전 분기 대비)은 저조한 건설투자(-3.2%) 등의 영향으로 3분기와 같은 0.1%에 머물면서 반등하지 못했다.

여기에 미국이 우리나라 주력 수출 상품인 자동차·반도체 등에 10∼25%의 높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국내·외 기관의 올해 한국 경제 성장 전망치도 낮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1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1.6%로 하향했고 해외 투자은행(IB)들의 성장 전망치 평균도 작년 말 2.0%에서 최근 1.6%까지 하락했다.

결국 한은까지 이날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1.5%로 내렸다. “이자 부담을 줄여줘야 민간 소비·투자가 살아나고 자영업자·취약계층의 형편도 나아진다”는 강한 여론 분위기를 한은이 두 달 연속 외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재정정책 측면에서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불투명한 가운데 일단 통화정책을 통해서라도 한은이 서둘러 경기 진작에 나설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최근 세계 주요 국가들도 미국의 관세 정책이나 경기 침체 등에 대응해 전반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추세다.

호주중앙은행(RBA)이 18일 약 4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25%p 인하했고 인도중앙은행(RBI)도 7일 약 5년 만에 기준금리를 내렸다. 멕시코중앙은행(Banxico) 역시 6일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 위협 속에 4년여 만에 빅컷(0.50%p 인하)을 단행했다.

물론 금리 인하에 따른 우려도 상존한다. 우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관세 인상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로 인해 금리 인하를 단행하지 않는 상황에서 한은만 금리를 계속 인하하면 미국과의 금리 격차 확대와 함께 환율과 물가가 널뛰고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출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원/달러 환율은 작년 11월 미국 대선 이후 물가·금리 상승 기대가 커지면서 작년 4분기부터 오르기 시작해 연말엔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80원을 돌파했다. 최근에도 기존의 1300원대로 돌아가지 못하고 1430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만약 미국이 계속 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하면 현재 한국과 미국 간 금리 차가 큰 상황에서 환율이 더욱 불안해 질 수 있다. 이날 기준금리 인하로 한국과 미국(4.25∼4.50%) 금리 차이는 기존 1.50%p에서 1.75%p로 다시 벌어졌다.

원론적으로는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다면 외국인 투자 자금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국내서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 원화 약세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ㅍ하면 수입물가 상승과 함께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도 강해질 수 밖에 없다.

임진영 기자 jy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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