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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장에 진출하며 막대한 비용을 투입한 국내 기업들이 불확실성에 대비해 투자 전략을 다시 점검하고 있다. 미국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300여 명이 체포되는 사태가 발생한 영향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차를 비롯해 삼성전자, 삼성SDI, SK하이닉스, SK온, CJ제일제당, LS전선 등 다수 기업이 미국에서 공장 신·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발생한 HL-GS 배터리 공장은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차가 약 63억 달러(8조8000억 원)를 투입한 합작 프로젝트로, 주요 인력이 철수하면서 공사 기간은 최소 2~3개월 지연될 것으로 관측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조지아 외에도 애리조나주 퀸크릭, 미시간주 랜싱, 오하이오 파예트카운티 등 4개 지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삼성SDI는 인디애나주에 스텔란티스·제너럴모터스(GM)와 각각 합작 공장을 짓고 있으며, 두 곳의 총 투자액만 74억 달러(10조3000억 원)에 달한다. SK온도 조지아주, 켄터키주, 테네시 등에 공장을 세운다.
반도체 기업의 투자 규모도 막대하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에 370억 달러(52조6000억 원) 이상을 투입해 차세대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38억7000만 달러(5조4000억 원)을 투자해 고대역폭 메모리(HBM) 후공정 공장을 준비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MAS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 50억 달러(7조 원)을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배터리, 반도체, 조선, 자동차 등 국내 기업들이 미국에 쏟아붓는 총 투자 규모는 200조 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는 이번 사태의 직접 원인이 된 비자 문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체포 사태로 인해 대미 사업 추진 전반에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비자 제도 개선 가능성, 현지 고용 확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기업은 멕시코, 캐나다 등으로 생산 거점을 다변화하는 방안도 타진 중이다. 현지 고용 확대나 미국 내 법인 설립을 통한 대응 전략도 거론된다. 특히 중소기업은 미국 제조사에 장비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비자 및 인력 운영 문제가 사업 지속성에 직결되기 때문에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미국 법인 설립, 현지 파트너사 협력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비자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한미 간 비자 문제 해결을 위한 워킹그룹을 가동하고, 취업 비자 쿼터 확대 등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근본적인 제도 개편에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조속히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며 “기업들이 불신 없이 안전하게 투자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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