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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출범 17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방미통위법)’이 강행 처리되면서다. 이 법은 기존 방통위를 폐지하고 대통령 소속의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를 신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에 따라 내년 8월까지 임기가 남아 있던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자동 면직된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연 이 위원장은 “방송과 통신 사이에 미디어라는 점 하나를 찍고 방통위를 없애버렸다”며 “구멍 많은 치즈 입법, 저를 겨냥한 표적 입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청래 대표가 25일을 날짜로 못박아 속전속결로 처리한 것”이라며 “개딸들에게 추석 선물을 주기 위한 정치적 입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정무직만 자동 면직시키는 합리적 근거가 어디 있나.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냐”며 “헌법소원과 가처분 신청 등 모든 법적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전날 본회의에는 재석 177명 중 176명이 찬성, 1명이 반대했다.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이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으며, 국민의힘은 표결에 불참했다. 새로 출범하는 방미통위는 위원장과 부위원장, 상임위원 1명, 비상임위원 4명 등 총 7인 체제로 구성된다.
대통령이 위원장 포함 2명을 지명하고, 여야 교섭단체가 각각 2명과 3명을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여야 구도가 기존 3대 2에서 4대 3으로 재편되는 셈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담당하던 유료방송·뉴미디어 정책 기능도 추가된다.
회의 운영 요건도 강화돼 4인 이상 출석해야 개의할 수 있고, 의결은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이 필요하다. 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로 개편돼 심의위원장이 정무직으로 지정되며 국회 탄핵소추 대상이 된다.
직에서 물러나게 된 이 위원장은 법안 통과 직후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전날 본회의장 앞에서 그는 “만감이 교차하는데 ‘대한민국 큰일 났다’는 생각을 했다”며 “이번 법안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방송 국민 품으로” vs 국민의힘 “이진숙 축출법”
민주당은 법안 통과를 환영했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방송을 권력의 손아귀에서 국민의 품으로 돌려놓는 순간”이라며 “새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민희 의원은 “굿바이 방송장악, 굿바이 이진숙”이라며 “방송통신의 새 역사가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진숙 축출을 위한 표적 입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곽규택 원내수석대변인은 “정권의 눈엣가시 하나 치우겠다고 멀쩡한 국가기관을 없앴다. 자유언론은 숨 쉴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필리버스터에 나섰던 김장겸 의원도 “권력분립과 임기보장이라는 헌법 원칙을 무력화한 위헌적 악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법안은 국무회의를 거쳐 곧바로 공포될 예정이다. 이르면 30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 방미통위가 출범하게 된다. 이 경우 이진숙 위원장은 즉시 면직되며, 그는 헌법소원과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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