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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파베르(Homo Faber)는 ‘도구를 만드는 인간’ 또는 ‘기술적 인간’을 뜻하는 라틴어로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의 개념이다. 그는 인간의 본질을, 도구를 만들고 사용하는 능력에서 찾았다.
신간 ‘산림동의 만드는 사람들: 호모 파베르’는 청계천 을지로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산림동의 제조업 생태계를 중심으로 10대부터 손으로 기술을 익혀온 산림동 제조업 기술자 38명의 인터뷰를 담고 있다. 이들의 연령은 60~80세에 이른다.
이들은 우리나라 제조업과 기계 개발의 뿌리와 같은 존재들이다. 이들에게 청계천은 ‘고향’이자 ‘나의 전부’ ‘놀이터’다.
산림동은 청계천 지역 소공장 지대에서 금속제조업 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이 지역 제조업 장인들의 평균 업력은 45년이 넘는다. 하지만 무책임한 재개발 탓에 이들의 삶의 터전과 숙련된 기술이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
산림동은 연내에 철거가 결정됐다. 이들 200명 중 이주 단지에 입주하게 된 17개의 공장을 제외한 다수 공장들은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거나 폐업했다.
2018년 세운 3-1, 4, 5구역(입정동)을 시작으로 산림동 5-1, 3구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재개발은 이들의 삶의 터전을 파괴하고 산업생태계를 와해하고 있다.
책은 산림동 산업 생태계의 변화를 관찰하는 것을 넘어, 그 변화 속에서 사람과 기술을 지키기 위한 목소리를 내는 한편 도시 계획이 앗아가는 가치를 질문한다.
또 좁은 골목 사이로 들어선 공장들,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여러 장의 사진이 책의 이해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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