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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을 둘러싼 외교안보 고위 당국자들의 발언이 엇갈리며 혼선을 빚고 있다. 남북 두 국가론, 9·19 군사합의 복원, ‘END(엔드) 구상’에 이어 북한 접경지 훈련 문제까지 상반된 목소리가 잇따르면서 정부 내 ‘자주파와 동맹파’의 불협화음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2일 외교안보가에 따르면 논란의 불씨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발언에서 시작됐다. 정 장관은 지난달 25일 기자간담회에서 “9·19 군사합의 복원 여부와 관계없이 군사분계선 일대 사격훈련과 실기동 훈련은 중지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북측의 불신을 줄이고 남북 교류 복원의 동력을 마련하려는 차원이라는 설명이었다.
이를 두고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정 장관의 주장에 즉각 반박했다. 지난달 30일 국방부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군인이라면 기본적으로 훈련을 해야 한다”며 “북한이 계속 군사훈련을 하는데 우리만 멈출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안 장관은 서북도서 해상사격훈련을 자신이 직접 승인했다며 “훈련은 단계적으로 수위를 조정할 수는 있어도 중단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통일부와 국방부 수장이 공개적으로 다른 입장을 드러내면서 정부의 대외 메시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자주파와 동맹파가 갈수록 양극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자주파는 정 장관,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등을 중심으로 남북 교류 복원과 자주국방을 강조하는 반면, 위성락 안보실장과 조현 외교부 장관 등 동맹파는 한·미 공조와 비핵화를 중시한다.
논란은 최근 정 장관의 ‘두 국가론’과 ‘END 구상’ 발언에 이어 불거진 추가 혼선으로 일파만파 확산했다. 정 장관은 지난달 독일 베를린 국제포럼에서 “북한은 이미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3대 국가 중 하나가 돼 버렸다”며 사실상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어 “남북은 사실상의 두 국가”라며 ‘평화적 두 국가론’을 주장했다.
이를 두고 위 국가안보실장은 즉각 “정부는 두 국가론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는 헌법에도 맞지 않는다”고 정면 반박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유엔총회 연설에서 ‘비핵화’를 분명히 거론하며 정부 공식 입장과의 괴리를 좁히려 했지만, 통일부 장관 발언은 여권 내 혼선을 심화시켰다.
특히 이 대통령이 지난달 말 뉴욕에서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대기권 재진입 기술만 남겨둔 상태”라고 평가한 것과 달리 정 장관은 “북한은 이미 3대 전략국가가 됐다”고 규정해, 북한 핵능력을 둘러싼 정부의 평가조차 일관성이 흔들린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편, 이 같은 엇박자는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더욱 주목된다. 경주 회담에는 미국과 중국 등 북핵 관련국 정상들이 집결할 예정이어서 한국의 대북 메시지와 정책 일관성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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