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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유기와 학대가 반복되고 법·제도의 사각지대가 지속되는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 입법과 정책으로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회에서 제기됐다. 동물 사육금지 명령제 도입, 등록제 확대, 판매업자 책임 강화 등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 없이는 유기·학대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반려동물 유기·학대 예방과 생명 존중 문화 확산 정책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번 토론회는 동물복지국회포럼(공동대표 이헌승·한정애·박홍근·전용기 의원)과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관으로 열렸으며 동물복지 전문가와 입법 관계자, 동물권 단체 등이 참석해 현행 제도의 한계와 개선 방향을 집중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유기·학대 문제의 심각성을 공유하고 생명 존중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정책·법제 대응이 시급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정치권에서는 관련 입법 의지를 잇달아 강조했다. 이헌승 의원은 “반려동물 생산·판매업 관리 강화, 전시 동물 보호 의무 부과 등을 담은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며 “동물에 대한 존중은 사회가 약자를 대하는 기준”이라고 말했다. 한정애 의원도 “유기 방지, 학대 처벌 강화, 책임 있는 입양 문화 정착은 여야를 넘어선 과제”라며 “입법적 뒷받침에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최훈 강원대 교수는 ‘동물복지의 윤리와 사회적 가치’라는 주제로 동물권의 철학적 토대를 짚었다.
그는 “동물은 단순히 보호 대상이 아니라 고유한 욕구와 권리를 가진 존재이며 물건이 아니라는 법 규정이 선언에 그치지 않으려면 공장식 축산, 동물 실험, 선택적 교배 등 인간 중심의 산업 관행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동물이 고통을 피하고 본능적 행동을 표현할 권리, 자유롭게 살 권리는 인간의 기본권과 마찬가지로 보장돼야 하며 이를 침해하는 행위에는 강력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도희 변호사는 ‘반려동물의 현실과 법의 사각지대’ 발제를 통해 현행 제도의 한계를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그는 “입양 전 의무교육, 보호자 자격 심사, 판매업자 하자담보책임제 도입 등 책임성 강화를 위한 법적 장치가 시급하다”며 “특히 등록제의 적용 대상을 개에서 고양이, 기타 반려동물까지 확대하고 신고·관리 체계를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학대 재범 방지를 위해 사육금지 명령 제도가 도입돼야 하지만 기본권 침해 논란을 이유로 입법이 지연되고 있다”며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제도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들도 현실적 한계를 날카롭게 짚었다. 김수정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보는 “지난 11년간 4천여 건의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이 있었지만 구속 사례는 단 5건에 불과하다”며 “사육금지 명령, 교육 명령 등 사후 관리 제도를 통해 재범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환 동물권단체 케어 대표는 “지난 8월 충남 천안에서 반려견 ‘파샤’가 전기자전거에 매달린 채 30분 이상 끌려다니다 숨진 사건처럼 잔혹한 학대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처벌 강화와 집행력 확보가 필수”라고 말했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국장은 “등록제 확대, 보호시설 개선, 유기 동물 반환 절차 간소화가 병행돼야 정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으며, 박운선 행강 대표는 “입양 문화가 정착되지 않으면 어떤 제도도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동물보호법 개정과 민법 정비, 등록제 확대 등 입법적 조치 없이는 현실 개선이 어렵다며, 동물을 생명체로 존중하는 사회적 합의를 법과 제도로 구체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토론회는 반려동물을 단순한 보호 대상이 아닌 공존의 주체로 인식하고 이를 실현할 정책 기반 마련의 필요성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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