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권화사처럼… 창경궁 대온실 무대로 장원서 꽃꽂이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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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중문화축전서 60세 이상 시니어 대상 프로그램 첫선
조선 장원서 주제로 꽃꽂이 체험… 11·12일 ‘창경궁 시간여행’

임요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10-12 09:46:45

조선왕조실록 연산군일기 1505년 1월26일 기록에 의하면 왕이 영산홍 1만 그루를 후원에 심으라고 했다고 전하는 부분이 나온다.

조선의 왕들은 꽃과 정원을 사랑했다. 폭군으로 일컬어지는 연산군도 후원에 꽃을 심으라는 전교를 내릴 정도였으며 장원서(掌苑署)라는 기관을 두어 궁궐에 과실과 화초의 공급을 담당 하도록 했다.

또 철을 따라 대전이나 중전에 꽃을 바쳤는데, 오늘날의 온실과 같은 흙집을 쌓아 겨울철에도 꽃을 볼 수 있도록 했다. 도성 내 산림과 못을 관할하는 것도 장원서의 몫이었다.

부슬비가 내리던 연휴 기간 서울 종로구 창경궁 대온실에서 어르신을 대상으로 전통 화훼 문화를 소개하는 ‘동궐 장원서’ 행사가 열렸다.

10일 대한노인회 종로구지회 회원 18명이 참여한 행사는 경복궁·창덕궁·창경궁·덕수궁 등 서울의 4대 궁과 종묘에서 펼쳐진 ‘궁중문화축전’(10.8∼12)의 일환이다.

참가자들은 권화사(궁에서 꽃꽂이를 담당하던 직책)로 분한 오흥경 호경재 대표의 지도에 따라 소나무·국화·고목을 활용한 꽃꽂이 체험에 나섰다. 오 대표는 꽃꽂이에 앞서 기자들에게 소재의 특징을 설명했다.

“꽃의 수명이 길어 절개를 뜻하는 국화는 장안서에서 전에 올리던 대표적인 꽃이었죠. 궁은 문화의 시작이었습니다. 한국의 꽃꽂이에는 천·지·인 사상이 담겨 있어요. 오늘 꽃꽂이 소재 가운데 하나인 고목은 죽음을 의미하지만 고목이 있어 소나무와 국화가 돋보이죠.”

체험에 참여한 김갑자(72) 씨는 “어르신을 위한 행사라 더욱 의미 있게 느껴진다. 내년에는 한복을 예쁘게 차려입고 궁궐을 거닐고 싶다”며 축전 기간 내내 비가 내렸던 아쉬움을 토로했다.

국가유산진흥원은 향후 시니어 대상 프로그램을 꾸준히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참여하는 송재성 감독은 “창경궁을 지은 성종, 백성을 만나 곡식을 나눠준 영조 등의 이야기를 극으로 만날 수 있다. 관객에게 직접 배역을 맡겨 능동적인 축제가 되도록 했다. 역사적 현장을 직접 참여하면서 즐겨달라”고 당부했다.

진미경 국가유산진흥원 궁중문화축전팀장은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공개 10분 이내에 매진됐다며 “특정 연령이나 국적을 넘어 다양한 계층이 참여할 수 있도록 신경썼다”고 밝혔다.

궁중문화축전은 12일까지 이어졌으며 11·12일에는 창경궁 명정문·명정전·경춘전·통명전 등 주요 전각을 따라 역사적 순간을 재현하는 ‘창경궁 시간여행’ 프로그램을 선보여 많은 호응을 얻었다.

임요희 기자 ly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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