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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개인 종합부동산세(종부세)의 절반 이상을 60세 이상 고령층이 납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 세대의 자산이 부동산 중심으로 형성된 현실이 반영되면서, 종부세 부담이 점점 고령층으로 쏠리는 구조가 심화되고 있다.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20년 이후 종부세 결정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 46만3906명이 종부세 1조952억 원을 납부했다. 이 가운데 60세 이상 납부자는 24만1363명(52.0%)으로 절반을 넘었으며, 납부액 기준으로는 6244억 원(57.0%)에 달했다.
연령별로 보면 60대가 13만2653명, 70세 이상이 10만8710명으로 각각 집계됐다. 1인당 평균 세액은 236만 원이며, 60세 이상은 평균 259만 원으로 60세 미만(203만 원)보다 훨씬 많았다.
60세 이상 납부자의 비중은 최근 몇 년 새 가파르게 늘었다. 이들의 세액 비중은 2020년 49.1%에서 2021년 44.6%로 잠시 줄었다가, 2022년 45.2%, 2023년 56.9%로 급등한 뒤 지난해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4년 만에 7.9%포인트 증가한 셈이다.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다시 상승세를 보인 점을 고려하면, 올해 12월 납부할 고령층의 종부세 부담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다른 연령대와의 격차도 뚜렷하다. 지난해 50대는 12만6877명이 총 2695억 원을 납부해 전체의 24.6%를 차지했다. 40대는 1345억 원(12.3%), 30대는 335억 원(3.1%) 수준이었다. 50대의 세액 비중은 2020년 27.0%에서 4년 새 2.4%p 감소했고, 40대 역시 같은 기간 16.9%에서 12.3%로 4.6%p 줄었다.
박성훈 의원은 “2005년 노무현 정부 시절, 강남의 고가주택 및 다주택자를 겨냥해 도입된 종부세가 이제는 노년층과 퇴직자에게 무거운 세금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종부세 존치 여부를 포함해 제도 전반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한국의 고령층이 보유한 자산 구조 자체가 이미 ‘부동산 편중형’으로 고착돼 있다고 진단한다. 즉, 노년층의 부(富)가 대부분 주택과 토지 같은 실물 형태로 묶여 있어, 세금을 낼 현금 여력이 점점 줄어드는 구조라는 것이다.
실제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2022)’에 따르면 65세 이상 가구의 자산 중 금융자산은 약 15%, 실물자산은 85% 이상으로 나타났다. 하나금융연구소가 지난 4월 발간한 ‘고령화 시대, 주택 다운사이징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는 이를 인용해 “고령층 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에 집중되어 있다”고 분석했다.
예컨대 65세 이상 1인 또는 부부 가구의 평균 총자산이 약 4억 원이라면, 그 중 3억4000만 원 이상이 부동산 형태로 묶여 있고, 예·적금이나 보험 등 현금성 자산은 6000만 원 수준에 그친다. 이런 구조에서는 종부세처럼 매년 일정 금액을 현금으로 납부해야 하는 세목이 현실적으로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보고서는 또 “고령층의 부동산 자산 대부분이 실거주 목적의 주택에 집중돼 있고, 이를 현금화하기 위해서는 주택을 매도하거나 주거 규모를 줄이는 ‘다운사이징’이 필요하지만, 정서적 요인과 거래비용 부담 때문에 실제 실행률은 낮다”고 지적했다. 고령층의 자산이 ‘집값은 높지만 돈은 없는’ 이른바 ‘하우스 푸어(house poor)’ 상태로 고착되고 있다는 비판이 힘을 얻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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