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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와 지방화는 시대 흐름이다. 지방의회(1991년), 단체장(1995년) 직선제가 되면서 지방자치 시대가 도래했다. 민선 8기에 이르도록 우리 지방자치는 다수 단체장들의 위민행정 실천과 지방의원들이 입법 활동·예산 심의·행정사무 감사 등에 힘써 ‘동네 일꾼’으로서 위상을 확보했다.
지방자치제는 지역 주민의 요구에 따라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의식을 고취함으로써 그들의 부담을 정당화할 수 있다. 또한 지역 간 균형적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등 많은 이점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일부 단체장들이 지역 토호들 및 선거캠프 인사들과 ‘짬짜미’해 암암리에 이권 개입과 공정성이 결여된 인사 등 비위도 상당수에 이른다. 부패 비리 행태는 다양하다.
지자체가 재산을 팔 때 공개경쟁 입찰 원칙을 지키지 않고 수의계약을 통하는 관행이 만연한 것은 대표적 사례다. 최근 5년 간(2019∼2023년) 세외수입 중 재산 매각액 의존도가 높았던 시·군·구 17곳 중 11곳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체 매각 1532건 가운데 1480건(96.6%)이 수의계약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예컨대 2018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입찰 없이 수의계약으로 50억 원에 토지를 매각했다. 감정가보다 32억∼39억 원 싼 값이었다. 감사원 감사 결과 매수 기업은 수의계약 대상도 아니었다. 수의계약은 입찰 없이 행정기관이 특정인과 직접 계약을 맺는 것이다. 입찰을 거치지 않으면 최고가 매각 기회를 잃을 뿐 아니라 다른 매수자는 매물의 존재조차 알 수 없어 저가 매각과 특혜 의혹의 온상이 된다.
경북 포항시에선 수의계약으로 시유지를 팔아온 공무원이 뒷돈을 20억 원 가까이 챙긴 사실이 드러나 실형이 선고됐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국유재산 매각을 전면 중단시키고 헐값 매각 의혹을 조사하라고 지시한 배경이다.
아닌 게 아니라 5년간 매각액만 8조 1857억 원에 달하는 지자체 재산은 더 큰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자체 재산은 지방재정의 기반인 만큼 기본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매각 절차와 검증 장치를 보완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공직 윤리 확립이 긴요하다. 심규언 강원 동해시장은 2024년 말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검찰에 구속됐다 올 7월 복귀해 불구속 재판을 받고 있다. 1995년 선거로 뽑힌 동해시장 4명은 모두 사법처리 되는 흑역사를 쓰게 됐다. 심 시장은 동해시 출연기관인 북방물류산업진흥원이 2021년 이후 한 기업에서 받은 대게마을 활성화 기금 일부를 개인 자금으로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지방단체장의 비위 행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경기 용인시장으로 재직하며 부동산 개발업자에게 인허가 편의를 제공하고 수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정찬민 전 국회의원은 대법원이 실형을 확정함에 따라 23년 5월 의원직을 잃었다. 정 전 의원은 상고심에서 징역 7년과 벌금 5억 원을 선고받았다. 공직자로서 윤리 의식 결여도 비판 대상이다. 문헌일 전 구로구청장은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백지신탁하지 않고 10월에 사퇴를 택했다.
일부 지방의회 의원들의 부패 비리 또한 예외가 아니다. 해외 출장을 가면서 항공권 금액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실제 경비보다 많은 예산을 지급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부풀린 경비 등으로 축구경기장이나 루브르박물관과 같은 관광지를 다녀갔고, 화투나 숙취해소제 등을 구입하기도 했다. 지방자치가 분노·자괴의 동의어가 돼선 안 되도록 자체 정화와 엄중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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