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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특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방조한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이번 구형은 12·3 계엄 사건 관련 피고인들 가운데 첫 ‘중형 판단’이다. 윤 전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피고인들에 대한 처벌 수위를 가늠할 초기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한 전 총리가 계엄의 위헌성을 인지하고도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으며 사후 문건 작성·폐기와 위증까지 더해 헌정 질서 파괴에 가담한 중대 범죄라고 규정했다.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진관)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국무총리인 피고인이 국가 최고 책임자 중 한 명으로서 헌법수호 의무를 저버렸다”며 징역 15년 선고를 재판부에 요청했다. 특검은 “2024년 12월 3일 불법 비상계엄 선포 당시 한 전 총리는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행위를 보좌하고 위헌적 조치를 확대·지속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특검은 특히 한 전 총리가 위헌·위법한 계엄 계획을 알면서도 윤 전 대통령에게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해 국무위원 의결 정족수 확보를 도와 계엄 선포의 형식적 정당성을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초 계엄 선포문의 법적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사후 선포문을 작성한 뒤 폐기한 점,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선포문을 본 기억이 없다”고 거짓 진술한 위증 혐의도 중대하다고 판단했다.
특검은 “한 전 총리는 국무총리라는 헌법기관의 지위로 내란 행위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며 “이 같은 위헌적 폭력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특검은 한 전 총리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가 인정될 경우 법정형은 사형·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이며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는 10년 이상 50년 이하 징역형이 가능하다.
한 전 총리에 대한 징역 15년 구형은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의 심각성을 반영한 강도 높은 처벌 요구다. 이는 법정형 범위 내 중간 수준의 형량으로 헌정 질서 파괴에 대한 사회적 경고를 담고 있다. 이번 구형은 내란 재판의 첫 기준점으로 향후 판결과 다른 피고인에 미칠 영향이 크다.
반면 한 전 총리 측은 그간 재판 내내 ‘계엄 만류 노력’을 강조하며 방조 의혹을 부인했다. 24일 공판에서도 한 전 총리는 “윤 전 대통령에게 계엄이 국가 신인도와 경제를 무너뜨릴 위험이 있다고 말하며 재고를 요청했다”고 진술했다. 또 국무회의 소집 건의는 “더 많은 국무위원들이 반대 의견을 전달할 수 있도록 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판부가 “그렇다면 왜 국무회의에서 반대 의견에 동조하지 않았느냐”고 되묻자 그는 “두 차례 집무실에 들어갈 때마다 만류 입장을 전달했다”면서도 “지금 생각하면 더 적극적으로 행동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답했다.
재판 과정에서 공개된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 영상도 쟁점이 됐다. 영상에는 한 전 총리가 문건을 들고 이동하거나 이상민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과 16분간 대화하는 장면 등이 확인됐지만 한 전 총리는 “멘붕 상태였고 기억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사후 계엄 선포문 폐기와 관련해 “헌재에서 위증했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한 전 총리는 이 재판 말미에 “국무총리로서 위헌·위법한 계엄을 막지 못한 데 대해 정치적·역사적 책임을 느낀다”며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한 전 총리에 대한 1심 선고기일은 내년 1월 21일 또는 28일로 예상된다.
그가 내란 혐의로 기소된 국무위원 중 가장 먼저 판결을 받게 되는 만큼 이번 특검의 구형은 윤 전 대통령을 포함한 다른 재판에도 큰 파급력을 미칠 전망이다. 내란 사건 전반의 법적 기준과 책임 범위가 구체화되는 내년 1월 법원의 판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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