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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로 촉발된 검사들의 집단 항명이 번지자 법무부가 검찰 인사 조정을 통해 조직 기강 재정비에 나섰다. 핵심은 항명에 나선 검사장 18명을 평검사로 전보 조치하는 카드 검토와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한 주요 보직 교체를 통해 지휘 라인을 재편하는 것이다. 법무부는 이러한 조치가 “조직 안정” 차원이라고 강조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선택적 징계와 보복성 인사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항소 포기 논란의 중심에 있던 박철우 대검 반부패부장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19일 전격 발탁됐다. 박 신임 지검장은 광주지검 특수부장,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장, 법무부 대변인, 서울중앙지검 2차장 등을 거쳤다. 대장동 수사팀에 ‘재검토’ 지휘를 내린 핵심 인물임에도 오히려 승진성 보직을 맡으면서 정부가 항소 포기 결정 과정에 절차적 문제가 없다는 점을 인사로 재확인하려는 의지가 읽힌다.
박철우의 이동으로 생긴 반부패부장 자리는 주민철 부장검사가 승진해 채웠다. 정용환 서울고검 감찰부장 역시 고검 차장으로 보임되며 검사장급 인사가 연쇄적으로 이어졌다. 정 차장은 최근 '인권침해 점검 TF'를 맡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관련 검찰의 조작 기소 진상을 추궁한 인물이다. 이번 인사는 항명 사태 이후 검찰 고위직을 교체해 지휘 체계를 재정립하는 ‘물갈이 인사’의 성격이 짙다.
반면 집단 입장문을 주도한 검사장들에 대해서는 법무부가 징계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10일 박재억 수원지검장·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박영빈 인천지검장 등 전국 검사장 18명은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대장동 재판 항소 포기의 경위와 법리적 근거를 설명하라고 요구하는 집단 입장문을 올렸다. 이 같은 검찰의 집단 항명 움직임에 법무부는 대장동 재판 항소 포기와 관련해 노 전 대행에게 경위 설명을 요구한 검사장 18명을 평검사로 전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법률상 검사 직급은 검찰총장과 평검사 두 개뿐이어서 ‘검사장→평검사’ 전보가 형식적 강등은 아니지만 사실상 지휘권을 박탈하는 조치라는 점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 성명을 주도했던 박재억 수원지검장과 송강 광주고검장은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정부·여당은 강온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항명 사태의 불씨가 일부 특수통 검사들에게 있다는 판단 속에 전면 징계보다는 주동자만 겨냥한 선택적 인사로 조직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17일 검사장 18명의 징계 검토와 관련해 “국민을 위해 법무부와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어떤 조치가 좋은 방법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동시에 검찰의 과거 부실 처리 사건들, 녹취록 왜곡, 증거 보존 부실, 외압 의혹 등 최근 드러난 각종 조작·은폐 문제에 대해 강도 높은 감찰과 상설특검을 가동하며 검찰 내 약점을 파고드는 방향도 병행된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사징계법 폐지와 검찰청법 개정안을 13일 국회에 제출해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징계위원회 심의를 통해 파면할 수 있도록 법 제도를 바꾸려 하고 있다. 아울러 국회 범여권 법사위원들은 집단 항명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19일 경찰에 고발하며 정치적 중립성 위반을 문제 삼았다.
결국 검찰이 ‘사회정의의 최후 보루’라는 명분으로 항명을 정당화하기엔 내부 비위 의혹이 누적돼 있는 상황이라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항소 포기 사태 이후 불거진 정치적 충돌을 인사권으로 정리하면서 법무부가 검찰 조직 힘의 축을 재편하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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