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소년 이야기는 언론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표현 중 하나다. 매번 같은 잘못을 하고 달라지겠다고 말하면서도 결국 바뀌지 않는 사람이나 집단을 묘사할 때 이만한 비유가 없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21일 인적 분할 계획을 발표했다. 카카오를 카카오톡과 인공지능(AI)을 담당하는 카카오 AI와 테크핀·콘텐츠·모빌리티를 포함하는 투자 회사로 분할해 기업 상승과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카카오에 따르면 12월17일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2027년 1월1일 분할을 완료하고 2027년 1월27일 카카오 AI 재상장 및 카카오 X 변경상장을 추진할 예정이다.
카카오는 서로 다른 특성과 성장 단계를 가진 두 사업을 분리해 AI 시대에 맞는 실행 속도와 자본 배분 체계를 갖출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분할 후 회사의 성과와 재무 정보가 독립적으로 축적되면 사업별 가치가 명확하게 판단돼 기업가치 제고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21일 오전 9시 기준 3만8150원으로 시작한 카카오 주가는 21일 오후 1시 기준 3만3750원까지 떨어졌다가 오후 3시 30분 기준 3만58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인적분할과 함께 별도의 주주환원 대책까지 제시했음에도 주가 하락을 막지 못했다.
카카오가 이전부터 핵심 사업부를 자회사로 만든 뒤 주식 시장에 따로 상장하는 ‘쪼개기 상장’으로 악명 높다. 여기에 카카오페이 상장 이후 한 달밖에 안 된 시점에서 임원 8명이 스톡옵션으로 취득한 주식을 매각해 현금화하며 ‘먹튀’ 논란까지 있었다.
유구한 중복상장의 역사로 카카오는 코스피가 미친 듯이 오르는 와중에도 박스권에 머물렀다. 이런 기업이 이번에는 본사를 둘로 나누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더 대단한 것은 인적분할을 발표한 시점이다. 카카오는 20일 카카오모빌리티 미국 ADR 상장을 검토 중이라고 공시한 바 있다. ADR 상장으로 카카오식 쪼개기 상장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도는 와중에 인적 분할을 발표하는 건 참으로 비범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 카카오 인적분할 보도자료를 보면 누가 봐도 주가가 하락할 만한 결정을 내렸으면서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가치 제고를 언급하고 있다. 이미 쪼개기 상장으로 주가 하락을 겪었던 사람들이 이런 사탕발림을 믿을 리가 없다.
올해 3월 열린 카카오 주주총회에서는 주가 부진에 분노한 카카오 주주들의 성토가 오랫동안 이어졌다. 주주총회에서 쪼개기 상장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크게 나오지 않았다.
당시 정부가 쪼개기 상장을 규제한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이미 중복상장과 먹튀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기업이 또 쪼갤 거라는 생각을 한 사람은 적었다. 그러나 카카오는 기어이 또 회사를 나누는 그야말로 그릇이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양치기 소년의 결말은 화가 난 마을 사람들에게 양치기 소년이 두들겨 맞고 쫓겨나는 것이다. 다만 이미 계열사 스톡옵션 먹튀로 회사를 나간 사람을 본사 임원으로 복귀시킨 전적도 있는 만큼 쪼개기 상장의 수혜자들이 책임질지는 모르겠다. 지금 카카오는 거짓말쟁이 양치기 소년을 넘어 애초에 주주를 잡아먹을 생각으로 온 늑대에 가까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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