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이기는 정부 없다’에 ‘정부 이기는 시장도 없다’고 도전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지난주 검은 화요일과 목요일의 코스피 폭락과 그간의 집값 폭등 등으로 사면초가다. 잘 살려는 건 인간의 본능적 욕구다. 시장은 그래서 생겨난 자연발생적 구조이고 현상이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 집값이 비싼 이유를 투기나 공급 부족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강남은 우수한 학교와 학원, 교육정보와 생활 인프라가 집중된 지역이다. 이런 환경에서 자녀를 키우려는 욕망이 주택 수요를 떠받치고 있다.
이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브루클린은 보스턴 인근의 우수한 교육환경과 생활 인프라로 주택 가격이 높다. 미 부동산 정보업체 질로에 따르면 2026년 9월 브루클린의 주택 평균 가치는 약 112만 달러로, 매사추세츠주 평균 약 65만5000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인근의 시커모어도 비슷하다. 2026년 여름 시커모어의 단독주택 중간 매매가격은 약 76만 달러로, 러블랜드 등 다른 지역보다 높았다. 이는 미국도 교육환경이 주거 선택과 부동산 가치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미국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게리 베커는 ‘인적자본론’을 통해 교육과 훈련을 개인의 생산성과 미래 소득을 높이는 투자로 봤다. 부모에게 교육은 자녀의 미래를 위한 투자다. 좋은 교육환경을 위해 비싼 집값을 감수하는 것은 이런 관점에서 합리적이다.
또다른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로머의 ‘내생적 성장론’도 교육의 중요성을 뒷받침한다. 지식과 기술, 인적자본의 축적은 경제성장의 핵심 동력이다. 우수한 교육기관과 정보, 인재가 집중되면 그곳의 매력은 커지고 주택 수요도 늘어난다. 교육의 기대수익이 주거비에 반영되는 것이다.
스탠다드차터드가 2018년 발표한 신흥 소득자 보고서 ‘번영의 사다리를 오르며(Climbing the Prosperity Ladder)’는 아시아·아프리카·중동 11개 시장의 신흥 소득자 1만1000명을 조사했다. 보고서는 자녀 교육비 마련이 모든 조사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저축 목표였으며, 응답자의 16%가 이를 최우선 재무 목표로 꼽았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것이 특정 지역에 집중될 때 교육 기회의 격차와 주거 불평등이 커진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수요 억제와 세금, 대출 규제만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규제는 구매력을 제한할 수 있지만, 자녀에게 더 나은 미래를 제공하려는 열망까지 없애지 못한다.
인간의 욕망을 통제하는 시도에 대해 역사는 이미 ‘부정적’이라고 답을 내놓았다. 해법은 욕망 통제에 있지 않다. 주택 공급을 늘리고 교육 인프라를 지역별로 분산하며 공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 어디에 살든 양질의 삶과 교육을 받을 수 있다면 특정지역 수요 집중도 완화될 수 있다.
시장에 대해 마르크스는 ‘자본주의’라는 이름으로 악마화했다. 그러나 자연은 인위보다 강하다. 자연은 인간의 합당한 도전은 허했지만, 그 기본 질서와 원리에 대한 도전엔 그렇지 않았다. 자연과 인간 존재의 기본 시스템 보호를 위해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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