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면 도다리쑥국과 토마토 키링을 찾아 SNS를 물들이고, 여름에는 갓 수확한 국내산 햇감자로 만든 한정판 감자칩을 찾아 편의점을 뒤적인다. 가을바람이 불기 무섭게 단풍 캠핑을 예약하고, 겨울이 오면 ‘제철 디저트’라 불리는 딸기 케이크를 사기 위해 오픈런도 마다하지 않는다. 2026년 현재, 대한민국 청년들의 일상을 지배하는 가장 뜨거운 키워드는 바로 ‘제철코어(季節core)’와 ‘적시소비(適時消費)’다.
제철코어는 먹거리를 넘어 패션, 소품, 공간에 이르기까지 특정 계절에만 허락된 감성과 분위기를 온전히 즐기는 문화를 뜻한다. 이와 맞물린 적시소비는 ‘지금 이 순간이 아니면 안 되는’ 타이밍에 지갑을 여는 소비 행태다. 과거의 한정판 마케팅이 남들이 가지지 못한 물건의 과시가 목적이라면, 지금 청년들의 시선은 다시 오지 않을 시간의 선점으로 이동했다.
이런 변화의 기저에는 기후 위기라는 현실이 있다. 지구 온난화로 사계절의 경계가 흐려지고 봄과 가을이 실종되자, 청년들은 역설적으로 사라져가는 계절의 희소성에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이들에게 계절은 더이상 당연한 순환이 아니다.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유한한 가치이기에, 계절을 소비하는 행위는 애틋한 기억 붙잡기이자 정서적 갈망이다.
사회심리학적으로 이 현상은 미래가 불안한 세대가 선택한 고도의 실존적 생존 전략이다. 오랜 기간 대중 소비를 지배한 심리가 남보다 뒤처질까 두려워하는 ‘포모(FOMO)’였다면, 현재 Z세대를 움직이는 동력은 ‘포모 나우(FOMO NOW)’다. 장기화된 경기 침체와 고물가 속에서 집 마련이나 장기적 커리어 같은 큰 미래를 통제하기 어려워진 청년들은, 당장 오늘 누릴 수 있는 제철 과일과 일주일 뒤 소멸하는 팝업스토어처럼 확실하고 일시적인 행복에 몰입한다.
기업들은 이러한 청년들의 심리를 간파하고 ‘시간의 밀도’를 무기로 시장을 흔든다. 오리온은 매년 6월에서 10월 사이 수확한 국내산 햇감자로만 만드는 ‘햇감자 포카칩’을 내세웠다. 늘 살 수 있는 일반 감자칩에 비해 ‘여름 한정’이라는 제철의 타임라인을 부여하자, 청년들은 이를 계절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며 열광했고, 이는 역대 최고 판매량으로 이어졌다. 투썸플레이스의 전략도 정교했다. 대표 제품인 ‘스트로베리 초콜릿 생크림 케이크(스초생)’를 단순한 겨울 마케팅을 넘어 입동과 소설 같은 전통 절기와 연결해 겨울 제철 디저트라는 맥락을 심었다. 단 며칠 동안만 빗장을 열었다가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초단기 게릴라 팝업스토어의 성황 역시 “지금이 아니면 실패한다”는 적시소비의 심리를 자극한 결과다.
언제든 얻을 수 있는 제안은 선택을 미루게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소멸하는 맥락은 인간을 움직이게 만든다. 청년들의 이유 있는 찰나의 탐닉을 철없는 소비주의나 즉흥적인 유행 추종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들의 지갑은 단순히 물질을 향해 열리는 것이 아니다.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결코 놓치고 싶지 않은 오늘이라는 시간과, 사라져가는 계절에 대한 애정을 향해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라져가는 사계절 속에서 청년들은 소비를 통해 자신만의 가장 아름다운 ‘제철’을 선점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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