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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산악철도 건설 지리산 정령치 르포
지리산 설국열차 실제 떠 ‘한국판 융프라우’ 설렘
국내 첫 산악기차 관광수요 기대…환경단체 ‘반대할 이유 전혀없다’ 호평
이경엽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3-24 12:51:21
지난달 24일 지리산 산악철도에 대한 정책토론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지리산 산악철도는 교통경제성과 관광경제성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좋은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환경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케이블카와는 달리 산악철도는 기존의 도로를 따라서 건설되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면서도 관광 활성화를 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산악철도는 전무하다. 지리산 산악철도는 국내 최초로 추진되는 산악철도사업이다. 스위스의 융프라우 산악철도와 일본 하코네 산악철도 등은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평가받는다. 융프라우 산악철도의 경우 매년 16억원 수준의 흑자와 이를 훨씬 웃도는 부가가치 등을 창출한다. 스카이데일리가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된 지리산 산악철도의 경제성을 확인하기 위해 현장을 다녀왔다.

 ▲ 남원시는 지난 2013년부터 지리산 산악철도 건설을 공론화하기 시작했다. 남원시청 관계자에 따르면 기존에 만들어진 2차선 도로를 따라서 산악철도 노선을 만들 예정이다. 사진은 정령치에서 내려다본 지리산 산악철도 1-1구간 건설 예정지 ⓒ스카이데일리

[전북 남원|지리산=이경엽 기자] 산악철도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지난 2013년 4월 한국철도기술연구원과 함께 지리산 산악철도 시범도입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전북 남원시가 적극적으로 설치 필요성을 전파하고 있다.
 
현재 남원시가 계획하고 있는 지리산 산악철도는 총 36km다. 1-1구간, 1-2구간, 1-3구간, 2구간 등 총 4단계에 걸쳐 순차적으로 신설된다. 각 구간을 보면 △1-1구간 고기삼거리~정령치(6.1km) △1-2구간 정령치~도계쉼터(약 6.3km) △1-3구간 고기삼거리~육모정(6.4km) △2구간 달궁~천은사(16.7km) 등이다. 2구간의 경우 도계쉼터를 경유해 1구간과 접한다.
 
1-1구간 정령치 찾아보니…계획 실현 시, 노약자도 산 정상 만끽 가능해질듯
 
전북 남원시 주천면 고기리 정령치(해발 1172m)를 찾았다. 서울 등 도심에서는 완연한 봄기운이 물씬 풍겼지만 산간지방인 이곳은 전날 내린 눈으로 하얗게 쌓인 설경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현재 이곳은 출입이 불가능한 상태다. 노면이 얼어붙어 사고 위험성이 높아 매년 10월부터 3월까지 달궁삼거리에서 고기삼거리까지의 구간이 통제되기 때문이다. 기자도 취재를 이유로 별도의 취재허가를 받은 뒤 오를 수 있었다.
 
이곳은 남원에서 구례로 넘어가는 길목에 위치한 고개다. 이곳은 해발 1433m의 만복대와 해발 1304m의 고리봉과 각각 2km, 700m 떨어진 곳이다. 많은 등산객이 찾는 길목인 셈이다. 정령치에는 휴게소가 설치돼 있다. 주차수용범위는 70대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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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박희라] ⓒ스카이데일리
 
남원시 등은 산악철도가 개통된다면 더 많은 이용객이 찾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일대를 둘러보니 수려한 경관이 눈에 들어왔다. 특히 정령치와 가까운 거리의 고리봉은 경사로가 완만한 탓에 노약자들도 쉽게 산을 오를 수 있을법했다.
 
정령치에서 남원 방향으로 걸어 내려가봤다. 차도와 가까운 거리에 폭포가 있었다. 차를 타고 정령치에 오를 땐 보지 못했던 선유폭포였다. 빙벽 사이로 흐르는 폭포수가 시원해 보였다. 이 광경을 왜 보지 못했는지 의문이 들었다. 한 택시기사를 통해 답을 얻을 수 있었다.
 
남원이 고향이라는 택시기사 최용길(55·남)씨는 “급경사·급커브 구간이 많은 도로 특성상 운전에 집중하다보면 주변 풍광을 제대로 즐길 겨를이 없게 된다”며 “남원이 고향인 나도 정령치 고갯길을 숱하게 오갔지만 폭포를 제대로 보진 못했다”고 전했다.
 
이어 최 씨는 “느린 속도의 철도가 생긴다면 편안하게 이런 풍경을 감상하면서 오를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며 “관광객도 늘 것이고 지역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남원시 “일부구간 차량통제 해야”…주민·관광객 “통제하면 큰 일”
 
이 때문인지 산악철로가 추진되는 고기리 주민들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하지만 남원시가 일부 구간의 차량을 통제해야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차량이 많이 이용하는 구간이라는 점 때문이다.
 
고기리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아왔다는 정가영(67·남)씨는 “이 일대는 차량의 통행이 허가되는 여름·가을철에는 자동차가 붐비는 관광명소다”며 “특히 단풍철에는 차량정체가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곳이다”고 말했다.
 
평소 가족들과 자동차를 이용해 지리산을 즐겨 찾는다는 관광객 염 모씨(59·남)는 “관광철로가 생겨 많은 이들이 찾는 다는 발상은 긍정적이지만 이를 위해 차로를 폐쇄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 지리산생명연대 관계자에 따르면 1-1구간, 1-2구간은 차량의 빈번한 통행으로 인한 로드킬로 야생동물의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던 구간이다. 이 때문에 지리산생명연대 등 환경단체 들에서는 지속적으로 차량통행 금지 및 셔틀버스 운행을 요구해왔다. 이에 산악철도 건설을 반기고 있다. 사진은 야생동물 조심 안내 표지판 ⓒ스카이데일리

고기삼거리 인근에서 편의점·펜션을 운영하는 김 모씨(48·여)는 “장사하는 입장에서 차량이 통제되는 겨울철은 비수기고 여름·가을철이 성수기다”며 “철도가 들어서 관광객들이 찾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차량이 끊긴다면 절반의 수혜만 입게 되는 셈이다”고 언급했다.
 
일대 주민·상인·관광객 등이 차도 존속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남원시 측은 일부구간의 경우 차량 통제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남원시청 관광개발과 양진호 주무관은 “이곳은 도로의 폭이 좁아 차와 열차가 동시에 운행하기 힘든 구조다”며 “인근에 주민이 살지 않아 도로의 필요성도 적다고 판단해 열차 설치 시 폐쇄를 계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철도학회는 달리 판단했다. 신호시스템을 통해 차와 철도의 공존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폭 2m 정도의 단선철도가 들어서게 돼 존폐위기를 맞은 1-1구간과 1-2구간 내 도로 폭은 7~8미터다.
 
학회는 논문 등 자료를 통해 도로에 매립식 철로를 설치해 같은 도로를 차량과 열차가 동시에 지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뒤 신호 우선권을 열차에 주고 다음열차가 오기까지의 시간까지 차가 다닐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환경훼손 우려, 케이블카보다 적어…환경단체 “일부문제 해결” 전제 긍정 시선
 
통상 환경단체들은 관광 등을 목적으로 산간지역을 개발할 경우 극심한 반대의견을 피력한다. 하지만 이곳 산간철로 구상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내비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철로개발이 환경을 지키는데 더 도움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김휘근 지리산생명연대 팀장은 “고기삼거리부터 정령치·달궁삼거리에 이르는 구간의 차량을 통제하고 셔틀버스를 운행할 것을 제안하려던 참이었다”며 “이 구간에서 야생동물들이 차에 치이는 로드킬 사고가 빈번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 남원시청(사진)은 산악철도 예정지 1-1구간과 1-2구간에 대해서는 차량의 통행을 통제하고 철도만 다닐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계획에 대해 지리산을 찾는 관광객들과  인근 주민들은 반발하고 있다. 산악철도는 찬성이지만 철도로 인해 도로가 통제되는 것은 반대하고 있는 셈이다. ⓒ스카이데일리

이어 김 팀장은 “사실상 환경단체들이 제안하려던 셔틀버스 대신 남원시가 산악철도를 놓겠다는 계획을 먼저 발표한 셈이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서 전혀 반대할 이유는 없다”면서도 “다만, 철도로 인한 소음공해 등에 대한 적절한 해답은 선제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다만 국내 최초로 도입되는 산악철로인 만큼 향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공식적인 입장을 정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이 비교적 타 개발사례보다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점에서 향후 사업추진계획이 확정될 경우 원활한 사업진행이 기대되는 대목이었다.
 
일각에서는 약 3000억원에 달하는 건설비용과 매년 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유지·보수비용을 문제삼았다. 충분한 관광객이 모이지 않을 경우 수익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남원시청 양진호 주무관은 “연간 지리산을 찾는 관광객 수는 약 300만명에 달하며 남원시를 찾는 관광객도 연간 500만명에 육박한다”며 “이들이 모두 산악철도를 탈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절반 이상은 찾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3월 궤도운송법이 개정되면서 지리산 산악철도 건설에 대한 법적인 문제는 대부분 해결됐으니 만큼 지리산 산악철도가 정상적으로 추진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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