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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사람들]-온기제작소
“온기가득 진심어린 손편지로 공감·위로 나눠요”
도심 곳곳 노란 익명우편함…외로움 완화, 소통 부재 해소 기여
배수람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6-02 00:05:45
▲ 온기제작소는 도심 곳곳에 익명으로 고민편지를 전할 수 있는 온기우편함을 설치했다. 우편함에 모인 편지들은 8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손편지로 답장해 위로를 전한다. 사진은 서울 광화문 인근에 설치된 온기우편함과 온기제작소 운영진들. 왼쪽부터 박주영 씨, 문경미 씨, 조현식 대표 [사진=박미나 기자]ⓒ스카이데일리
  
“온기우편함은 이름 그대로 편지를 담는 우편함이에요. 다만 일반 우편함의 편지에는 적어도 수신자가 명확하게 적혀있는 반면 온기우편함의 편지들은 모두 익명이라는 게 가장 큰 차이죠. 익명으로 남긴 메시지들은 저마다의 고민들이에요. 때론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고민을 털어놓을 때 더 편하다고 느낄 때가 있잖아요. 그런 마음을 담기 위해 제작됐죠”
 
온기제작소는 우리사회 소통의 단절 완화를 위해 손편지를 매개로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기 위해 설립됐다. 도심 곳곳에 설치된 온기우편함을 통해 다양한 외로움들을 치유해 나가겠다는 목표로 지난해 2월 설립된 비영리단체다. 이곳 대표·운영진들은 손편지로 마음을 건네는 이 같은 방식이 곧 진심을 주고받는 일이라 설명하며 그 진심의 힘을 믿는다고 입을 모았다.
 
매주 150여통 익명 편지…공감·위로 담은 진심어린 답장
 
“처음에는 단지 ‘진짜 답장이 올까’ 하는 반신반의로 편지를 보낸 분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한두 줄의 짧은 고민이 편지 내용의 전부인 경우도 있었죠. 하지만 온기우체부들이 보낸 편지에 감동을 받았다거나 우연히 우편함을 보고 알게 된 분들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진정성을 알아주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아날로그 성격이 강하다 보니 자칫 홍보효과가 떨어질 수 있지만 손편지에 대한 향수를 가진 60대 이상 기성세대의 관심도 불러일으킬 수 있었죠”
 
지난해 2월 10명의 온기우체부로 시작한 온기제작소는 현재 80여명으로 그 수가 늘어났다. 고민편지에 직접 답장을 보내는 온기우체부는 온기제작소의 취지에 공감하고 모인 자원봉사자들이다. 온기우편함은 현재 노량진·삼청동·혜화 등 총 7곳에 설치돼 있다. 이 중 2곳은 서울나음백혈병센터와 원자력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에 마련됐다.
 
조현식(29·남) 대표는 온기우편함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할머니 때문이라고 밝혔다. 조 대표는 1년간 암 투병 후 여러 합병증으로 돌아가신 할머니를 보며 외롭고 아픈 사람들을 위해 일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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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레터스 투 줄리엣(Letters To Juliet)’을 보고 영감을 얻었어요. 영화 속 배경이 되는 로마 베로나의 줄리엣 하우스에서는 전 세계에서 모인 사랑에 대한 고민편지에 일일이 답장을 해주죠. 우리나라에도 있다면 어떨까 생각하다가 직접 해보기로 결심했어요. 그런데 처음 온기우편함을 설치하고 그 주에 70통이 넘는 편지가 도착했더라고요. 이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고 우편함을 차츰 늘려가기 시작했죠” 
 
▲ 조현식(사진) 대표는 아프고 힘든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한 방법으로 온기우편함을 생각해냈다. 온기제작소의 취지에 공감한 자원봉사자들이 모여 현재는 80명의 온기우체부들이 매주 150통 이상의 편지에 답장을 보낸다. ⓒ스카이데일리
  
“80명의 온기우체부들은 20대부터 60대까지 연령도 다양해요. 기존에 있는 느린 우체통은 내가 나에게 보내는 편지라면 온기우편함으로 보내는 편지들은 만난 적도 없는 완전한 낯선 사람이 자신의 고민에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서 답장을 해주죠. 답장을 받고 감동했다는 피드백을 받을 때는 이름처럼 온기를 전했다는 뿌듯함이 들기도 해요”
 
온기제작소 운영진 문경미(29·여) 씨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다양한 활동을 하며 이직을 고민하던 시기에 온기제작소를 만났다. 온기우체부 자원봉사로 시작한 문 씨는 다양한 고민에 답장을 보내는 일이 스스로를 마주하는 기회로 작용했다고 술회했다. 그는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관과 온기제작소의 방향성이 같다고 느끼고 활동의 다양화를 꾀하기 위해 올 2월부터 뜻을 모았다.
 
“매주 도착하는 150여통의 편지들 중에는 마치 저를 부르는 듯한 편지들이 있어요. 아무래도 비슷한 고민을 했고, 겪었거나 현재 겪고 있는 고민들에 마음이 많이 움직이죠. 익명의 누군가를 위로한다는 생각도 있지만 동시에 저도 위로받는 느낌이 들어요. 원하는 걸 찾아가는 과정이 고통스럽고 그걸 찾지 못해 불안한 청년들이 많잖아요. 그런 고민이 이상하지 않고 존재 자체로 소중하고 귀한 사람이라는 걸 깨닫게 해주고 싶죠”
 
심리학을 전공한 박주영(29·여) 씨는 어떤 충격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안고 지내는 사람들의 고민편지에 마음이 움직인다고 전했다. 박 씨는 저마다의 고민이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비슷한 생각을 가진 또 다른 누군가가 있다는 걸 깨닫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치유의 효과를 불러일으킨다고 강조했다.
 
“온기우체부들만의 원칙이 있어요. 정답을 제시하거나 막연히 힘내라고 말하지 않죠. 그저 진심으로 공감·위로를 전할 뿐에요. 또 고민을 털어놓는 이들의 이야기를 온전히 수용해주고자 노력하죠. 섣부른 조언과 판단은 누군가에게 새로운 생채기가 될 수 있기에 고민편지를 통해 느끼는 감정들을 정리하고 온기우체부를 통해 위로와 공감을 얻으며 마음을 치유할 수 있더롱 도와요”
 
편지로 주고받는 온기…세대 간 격차 해소 효과
 
“고민편지를 받을 때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다양한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구나, 놀라기도 해요. 80명의 자원봉사자들은 각자 마음이 가는 편지에 답장을 하는데 공감이 안 가는 편지가 없을 정도니까요. 모든 연령대의 온기우체부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편지를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세대 간의 격차를 줄이는 효과까지 거뒀죠. 특히 50대 이상 온기우체부들은 자녀의 이야기를 편지로 듣는 거잖아요.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늘어나고 서로 생각하는 걸 공유하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어요. 일부 온기우체부 중에서는 자녀와 함께 봉사활동을 하면서 관계회복에 나서는 경우도 있죠”
 
▲ 문경미(사진·왼쪽)씨와 박주영(사진) 씨는 올해 온기제작소에 합류했다. 이들은 온기제작소에 모아지는 편지들에 본인들의 경험을 풀어내 공감과 위로를 전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쓴 편지를 받은 사람들 중 일부는 온기제작소 블로그, SNS 등을 통해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한다. ⓒ스카이데일리
  
조현식 대표와 문경미 씨는 온기우편함이 익명의 누군가와 소통하는 공간이 되는 동시에 다양한 연령대의 온기우체부들끼리도 격을 허물 수 있는 매개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주영 씨는 20~30대 젊은 층의 진로, 인간관계, 사랑, 결혼 등의 고민뿐만 아니라 40대 이상 중년들이 마주하는 자녀문제, 결혼, 이혼, 갱년기, 삶의 허무함 등도 고민편지를 통해 만나게 된다고 전했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고민의 무게도 달라지죠. 살면서 겪게 되는 허무한 감정, 외로움 등을 터놓는 고민편지도 많이 도착해요. 겪어보지 않아서 답장을 하기 조심스러운 부분들은 온기우체부들끼리도 머리를 맞대서 의견을 공유해요. 그렇게 쓴 편지는 받는 사람에게도 위로가 되지만 우체부들의 생각이나 마음도 커지는데 일조하죠”
 
“요즘 현실이 팍팍하고 마냥 착하기만 해서는 손해 보기 십상이라는 말을 흔히들 하잖아요. 온기제작소와 만나는 사람들은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는 말을 많이 해주세요. 이곳에서만큼은 내가 착한 사람이어도 괜찮구나, 라고 생각하는 거죠. 누군가에게 진심을 전하겠다는 마음가짐만 있다면 어떤 엄청난 자격이 없어도 타인을 위로할 수 있어요. 온기제작소에서 다양한 고민편지를 받으면서 깨달은 점은 모든 것이 결국 ‘진심’으로 귀결된다는 거였어요”
 
온기제작소에서는 3세 어린 아이부터 70세에 이르기까지 모든 연령을 아우르고 있다. 이들은 각자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고민들을 털어놓음으로써 저마다 외로움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해 나가는 거라고 입을 모았다.
 
“어린 친구들은 ‘수학을 못 해서 고민이에요’, ‘동생이 말을 듣지 않아 걱정이에요’ 등 귀여운 고민을 털어놓기도 해요. 반면 호스피스 병동 환자들의 경우에는 죽음을 앞두고 가족들에게 전하지 못한 말, 그동안 하고 싶었던 얘기들을 적어서 보는 이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주기도 해요. 짧아도 그 안에 담긴 마음은 모두 깊기 때문에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답장할 수 있게 에너지를 쏟으려고 노력해요”
 
“꾸준히 가치를 즐겁게 추구해 나가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고민도 빠질 수 없어요. 그만큼 치열하죠. 수많은 흔들림과 다른 사람과 비교했을 때 뒤쳐진다는 느낌이 없다면 거짓말 일거예요. 하지만 혼자가 아니잖아요. 함께 마음을 모아주는 든든한 온기우체부들이 있어요. 힘들고 지칠 때 갈 수 있는 곳에 온기우편함이 있도록 노력할 거예요. 몇 통의 편지가 와도 진심으로 답장을 할 수 있다면 온기제작소로서의 소임을 다 했다는 생각이 들 것 같아요”
 
[배수람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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