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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락에 둘러싸인 강원도 정선은 예부터 오지 중의 오지였으며 먹고 살 게 마땅치 않은 척박한 곳이었다. 우리 선조들은 정선을 피장지로 소개하거나 유배지, 험준한 땅으로 불렀다. 하지만 현대에 이르러 정선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고 이다. 정선은 동강이나 가리왕산 같은 빼어난 자연 풍경과 아우라지, 화암동굴 같은 지형적 특색을 지닌 관광명소를 품은 보석 같은 지역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가리왕산 상류에서 시작되는 동강의 물줄기는 동남천과 합류한 후 영월을 거쳐 남한강 물줄기와 합쳐진다. 과거 교통이 불편하던 시절 정선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은 이 강줄기를 이용한 뱃길이었다. 또한 백전리 용소에서 발원하는 어천은 화암8경을 이루는 젓줄로 소금강을 비롯해 광대곡과 몰운대 등의 명소를 품고 있다.
전국 5대 억새 명소 중 으뜸…황금빛 물결 연상케 하는 억새만발 ‘민둥산’
민둥산은 정선군 남면과 화암면에 걸쳐 있는 높이 1119m의 산이다. 민둥산은 정상부가 나무 하나 없는 벌거숭이산이라는 이름에서 명명됐다. 민덕산 또는 민드기산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민둥산은 전국 5대 억새 명소 중 하나로 꼽힌다. 민둥산은 늦가을이면 산 정상부의 억새를 감상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이곤 한다.
민둥산의 억새는 산사면 중간의 안부에 군락을 이루고 있는 타 산들과 달리, 북쪽으로 길게 이어지 주능선과 북동쪽 안부에 군락을 이루고 있다. 등산객들은 산자락 남쪽 아래 자리한 증산초교에서 시작해 주능선을 타고 인근의 지억산이나 삼내약수까지 산행을 하곤 한다.
정선군은 매년 9월 중순부터 11월 초까지 억새꽃축제를 열고 있다. 민둥산의 억새는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가 가장 절정에 달한다. 이때가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낸다. 특히 오후 햇살을 받아 바람에 일렁이는 황금빛 억새의 물결은 쉽게 접할 수 없는 장관이다.
산행은 청량리에서 출발하는 태백선 기차가 정차하는 민둥산역(옛 증산역)을 들머리로 삼아야 한다. 민둥산역에서 시작해 증산초교를 지나 주능선을 따라 정상에 오르면 된다. 거리는 3km 정도로 1시간 반에서 2시간이면 정상에 설 수 있다.
민둥산 정상에선 소백산에서 태백산으로 이어진 백두대간의 굵은 산줄기를 마주할 수 있으며 정선군 남면 일대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다. 하산은 정상부의 드넓은 억새밭을 감상할 수 있는 발구덕마을로 내려오는 것이 가장 빠르다.
▶Tip: 민둥산 산행 중에는 식수를 구할 곳이 전혀 없다. 따라서 민둥산역 인근의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미리 식수를 구매해야 한다.
‘궁궁을을’ 휘돌아가는 동강과 주변 산새를 한 눈에 감상 가능한 ‘고성리 산성’
정선군 신동읍 고성리에 위치한 ‘고성리 산성’은 삼국시대 때 조성된 석성이다. 정선군은 이 산성의 북쪽 면 450m 구간을 복원해 놓았다. 산성의 가장 높은 곳은 8m 정도며 전체적으로 ‘ㄷ’자 모양을 하고 있다. 고성리 산성은 아직까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명소다. 이곳에서 갈지자를 그리며 휘어지는 동강의 물줄기를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다. 고성리 산성은 강원도에서 확인된 가장 오래된 성곽으로 6세기 경에 축조된 것으로 전해진다.
산성 입구 주차장에서 산성으로 이어진 산길은 아이들도 함께 오를 수 있을 만큼 걷기 좋은 숲길이다. 솔잎 향 가득한 오솔길을 따라 걷다 보면 모퉁이를 돌때마다 형형색색의 가을풍경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산성 성문 터에 이르면 사방이 트여 신동읍 운치리와 덕천리 일대의 경관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고성리 산성은 정선시내에서 신동읍을 고쳐 사북과 태백으로 넘어가는 교통의 요충지에 쌓았다. 고성리 산성은 동강 가에 자리해 인근의 백운산은 물론 능암대산 등을 조망할 수 있다. 산성의 가장 높은 성벽에 오르면 옛 봉수대의 흔적을 만날 수 있으며 성곽을 따라 걸을 수 있다. 산성의 북쪽 면은 제법 위용을 갖추고 있지만 남쪽 면은 현재 보수 중이다.
▶Tip: 고성리산성은 주차장이 넓지 않아 단풍시즌이나 여름철 성수기에는 산성 아래 있는 예미초등학교 고성분교장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금강산의 계곡을 축소해놓은 듯한 정선의 가을 명소 ‘소금강’
정선 소금강은 화암팔경 중 제6경이다. 소금강은 정선군 동면 화암1리에서 시작해 몰운1리까지 이어진 4km 구간의 계곡을 일컫는다. 소금강은 421번 지방도 상에 위치해 많은 이들이 무심코 지나치곤 한다.
하지만 유심히 들여다 보면 정선 소금강은 자연과 어우러진 정선의 가을 풍경을 대변하는 곳으로 전혀 부족함이 없다. 백전리 용소에서 시작하는 어천(漁川)의 물줄기는 정선읍에서 조양강에 합류하며 곳곳에 아름다운 명승지가 자리하고 있다. 정선을 대표하는 명소인 화암8경은 모두 어천 인근에 자리하고 있다.
가을이면 소금강은 어천을 품은 바위벽들 위로 붉게 피어오른 단풍들로 장관을 이룬다. 여기에 어천의 맑은 물길이 이어져 한 폭의 산수화를 떠올리게 된다. 그 중 수면 위에 투영된 바위벽의 모습은 경이로운 자연의 조화에 저절로 감탄하게 만든다.
소금강의 바위들은 하나같이 독특하며 모두 제 각각이다. 높이는 100~150m 정도며 하나같이 급경사를 이루고 있다. 정선 소금강을 대표하는 바위로는 족두리 모양을 한 쪽도리바위를 비롯해 신선 삼형제가 어천의 아름다움에 취해 놀았다는 삼형제바위, 독수리가 집을 짓고 살았다는 평화바위 등이 있다.
▶Tip: 소금강 주변에는 화암8경중 하나인 화암약수를 비롯해 거북바위, 몰운대 등 아름다운 명소들이 지척이다.
맑은 계곡 품은 가리왕산에서 즐기는 숲 체험 ‘가리왕산자연휴양림’
가리왕산은 평창올림픽 때 알파인스키 대회가 열리던 곳이다. 가리왕산(1561m)은 전형적인 육산이다. 가리왕산이란 명칭은 삼한시대 맥국(貊國)의 갈왕(葛王)이 이곳으로 숨어들어와 성을 쌓고 왕국의 재건을 도모했다는 의미에서 지어졌다. ‘갈왕의 산’이란 뜻인 갈왕산(葛王山)이 뒤에 가리왕산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가리왕산에는 주목과 잣나무, 소나무, 단풍나무 등이 자라며 만병초와 눈측백·분비나무·노랑무늬붓꽃 등과 같은 희귀식물들이 서식한다.
가리왕산 산자락 아래 회동을 비롯한 정선과 평창, 태백 일대는 예로부터 금강송이 군락을 이루던 곳이다. 흥선대원군은 경북궁을 중건할 때 이 지역의 소나무들은 이용했다. 일제강점기 때도 아름드리 소나무들은 수탈의 대상이었다.
가리왕산이 품고 있는 회동계곡은 1급수의 맑은 물을 자랑한다. 산림청은 회동계곡을 따라 자연휴양림을 조성했다. 1993년에 조성된 자연휴양림은 가족은 물론 청소년들을 위한 숲 체험 및 교육시설을 갖추고 있다. 숲 해설사와 함께 숲길을 거닐며 숲 체험을 하거나 목재연구실에서 솟대나 문패 등을 만들 수 있다.
휴양림에서 가리왕산 산행은 7시간이 넘게 걸린다. 느즈막이 무리하게 산에 오르기보다 자연휴양림의 숙소나 야영장을 이용해 하룻밤을 보낸 후 아침 일찍이 산행에 나서는 것이 여유롭고 안전하다.
▶Tip: 평창올림픽이 펼쳐졌던 중봉 일원은 아직까지 완벽한 복원이 이루어지지 않아 길을 잃기 쉬우니 주의해야 한다.
[이철규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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