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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규제에 발목 잡힌 미래산업(中-블록체인)
비트코인 부작용에 제2반도체 블록체인 앞길 막혔다
블록체인 분야 법·제도 무주공산…높은 불확실성 탓에 경쟁력 확보 요원
임현범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12-17 00:05:01
▲ 우리나라 ‘핀테크 1세대’로 불리는 김승기(사진) 대표는 현재 블록체인과 보안인증 분야 전문기업인 엑스블록시스템즈를 이끌고 있다. 김 대표는 블록체인 산업을 둘러싼 정부의 불확실성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특별취재팀=임현범 차장|문용균·나광국 기자]최근 세계 각국 정부와 경제계에선 미래산업의 핵심으로 불리는 ‘블록체인’ 기술 주도권 확보에 분주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제자리걸음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블록체인산업을 바라보는 정부의 부정적 입장과 불명확한 규제로 인해 사업 진행부터 개발, 인력 고용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정부가 겉으로는 블록체인 산업 육성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해당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 해소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우려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국내 블록체인 산업을 이끌고 있는 대다수 CEO들은 한국의 블록체인 산업이 세계적으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무주공산이나 다름없는 법·제도 탓에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합법과 불법 오락가락…불확실성 탓에 신사업 추진 어려워”
 
국내 블록체인과 보안인증 분야 전문기업인 엑스블록시스템즈를 이끌고 있는 김승기 대표는 대한민국 ‘핀테크 1세대’로 평가되는 인물이다. 이미 10년 전인 2008년부터 국내 지급결제 서비스인 ‘페이온’ 서비스를 론칭하면서 핀테크 산업에 뛰어들었다.
 
지난 2015년 11월 당시 핀테크 전문기업인 기브텍을 운영하던 김 대표는 두리안이라는 전자문서 송금플랫폼을 통해 NH농협은행과 농협상호금융이 개소한 NH핀테크지원센터의 멘토링기업 1호로 선정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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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전자문서 보안·인증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제3자의 검증 없이 문서의 위변조를 확인하고 관련 문서를 폴더식으로 분리해 안전하게 저장하는 플랫폼이다.
 
국내 핀테크 및 블록체인 분야 산증인이라 불리는 김 대표는 그동안 국내의 블록체인 산업이 불확실성에 가로막혀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시장을 개척해나가는 동안 법·제도적 기반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사업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컸다는 설명이다.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때마다 기술개발에 신경을 쓰기보다 법·제도적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는데 신경을 더 쏟아야 했어요. 차라리 규제를 한다면 명확한 규제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데, 법 자체가 없다보니 합법인지 불법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에 시간적·금전적 소모가 크게 이뤄지는 거죠”
 
▲ 블록체인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때마다 법과 제도적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한 비용소모가 상당하다. 글로벌 기업과 다퉈야하는 블록체인 분야에서 경쟁력 확보가 어려워지는 셈이다. 사진은 김승기 엑스블록시스템즈 대표 ⓒ스카이데일리
 
“더욱이 조금이나마 법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법무법인에 거금을 들여 법적자문을 구해도 뾰족한 수가 없었어요. 사업을 추진해도 괜찮다는 말보단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말만 되돌아오니 부가가치가 높은 시장에 진출하려고 해도 항상 해외기업보다 늦게 진출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됐죠”
 
김 대표는 ICO(암호화폐공개) 규제를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했다. 지난해 정부는 국내 블록체인 기업에 대해 ICO 추진을 금지하도록 했지만 이와 관련해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명확한 내용이 부재한 상황이다. 해외 블록체인 기업이나 개인이 ICO거래하는 것에 대해서도 명확한 규정이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오히려 해외기업에 비해 국내기업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
 
“정부가 올해 11월까지 ICO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황이에요. 금지하겠다고 말만 해놓고 명확한 처벌규정이나 내용이 없다보니 해외기업은 국내에서 ICO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유치하고 있고 개인들도 해외를 통해 거래하고 잇죠.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과 동시에 자본유출이 발생하고 있는거죠.”
 
“암호화폐 거래소 열풍이 일어났을 때 정부가 적극적으로 명확한 규제를 했다면 청년 일자리 문제나 경제발전에도 상당한 도움이 됐을 거라고 생각해요. 가령 수조 원 규모인 퀀텀이나 이더리움 등 글로벌 기업이 전부 해외로 빠져나갔는데 최소한 가이드라인이라도 마련했다면 국내 블록체인 산업이 지금보다 훨씬 더 발전할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들어요”
 
김 대표는 국내 블록체인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높은 만큼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정부의 전향적인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불거진 암호화폐 열풍으로 인해 이른바 ‘한탕주의·투기’라는 부정적 인식이 자리 잡게 됐지만 산업 발전 정도에 따라 한국 반도체의 뒤를 잇는 미래먹거리 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암호화폐 열풍이 거래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높이는 계기가 됐지만 반대로 국내 블록체인 산업 발전에 있어서 커다란 계기로 작용했다고도 볼 수 있어요. 한국에서 열린 수많은 컨퍼런스와 세미나로 인해 한국의 블록체인 산업을 바라보는 세계적인 관심은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죠”
 
“실제로 해외에선 한국의 블록체인 산업에 대해 우호적으로 평가하는 보고서가 상당해요. 그만큼 한국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는 말이죠. 블록체인 산업 자체는 아직 초기단계에 불과하지만 잠재력은 무궁무진해요. 블록체인 산업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명확한 규제가 마련된다면 일자리 문제뿐 아니라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부분이 적지 않을 거에요”
 
“한국 블록체인 기술력은 충분…정부 보여주기식 시범사업 지양해야”
 
최근 해외 주요 ICT 기업은 블록체인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컨소시엄을 구성해 물류부터 의료, 공공 등 다양한 분야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응용서비스를 상용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글로벌 기업들은 블록체인 플랫폼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는 이더리움을 활용하는 추세다. EEA(Enterprise Ethereum Alliance) 단체가 대표적이다.
 
EEA는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한 블록체인 기술개발부터 협력, 제휴하기 위해 만들어진 세계적인 규모의 블록체인 컨소시엄이다. 삼성SDS부터 SK텔레콤, HP,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등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가입돼 있다. 4차산업의 핵심기술인 블록체인에 대한 글로벌 기업들의 높은 관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 한국에서 EEA를 대표하는 ‘크래프트이더’는 블록체인부터 IoT, 인공지능까지 다양한 신산업을 영위하고 있다. 국내 블록체인 기업들의 기술력은 충분한 만큼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사진은 신영성 크래프트이더 CFO ⓒ스카이데일리
 
한국에서도 EEA를 대표하는 법인이 있다. 기업용 블록체인 솔루션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스타트업 ‘크래프트이더’다. 현재 크래프트이더는 박준호 대표, 신연성 CTO가 경영일선에서 진두지휘하고 있다.
 
박 대표는 삼성전자 전무 출신으로 5G와 와이브로 개발을 주도했으며 미국 벨 연구소 및 IBM 연구소에서도 활동한 통신 및 IoT 전문가다. 신연성 이사는 트레이딩 시스템 개발 및 금융정보 인공지능 분석 전문가로 현재 EEA블록체인 기술그룹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블록체인뿐 아니라 IoT, 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의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는 크래프트이더는 현재 국내 블록체인 기업이 기술력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기술을 상용화해 수익을 창출하기까지 제도적 미비점이 여전하다는 게 신 이사의 설명이다.
 
“블록체인은 기술 문제보단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연대하고 뭉쳐서 협업하는지가 관건이죠. 블록체인 기술 자체가 많은 사람들이 이용했을 때 비용이 절감되고 힘이 커지기 때문이죠. 다만 아직까지 제도적인 개선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의료 및 개인정보, 유전자정보 영역에 대한 논의가 대표적이죠”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이 없다보니 사업을 추진할 때 망설여지는 부분이 커요. 돈은 돈대로 투자해놓고 완성된 기술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죠. 정부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개인정보나 유전자정보 등과 관련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준다면 한국이 고부가가치 시장을 선점하는 건 충분히 가능해보여요”
 
신 이사는 블록체인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시범사업에 대한 우려도 내놨다. 정부는 지난 6월 블록체인 기술발전 전략의 핵심 추진과제 중 하나로 축산물유통에 블록체인과 IoT를 접목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소의 사육단계부터 도축과 식육포장, 판매단계까지 블록체인을 통해 신뢰성을 확보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나눠지는 건 하지마라는 게 블록체인 산업의 기본입니다. A++등급의 소가 하루 300마리가 도축되는데 유통 되는 건 700마리라고 해요. 키우는 곳에선 인증이 된다고 해도 유통과정에서 분리되다보니 위·변조에 대한 신뢰성을 확인하기 어렵죠”
 
“인천세관에서 블록체인을 통해 통관절차를 확인한다고 하는데 이것 역시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이 들긴 마찬가지에요. 전 세계 배송업체나 공항에서 동시에 참여해야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신뢰성이 확보되는데 인천세관과 일부 배송업체가 협력한다고 해서 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진 모르겠어요”
 
특히 신 이사는 블록체인 산업 발전을 위해선 인재양성을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블록체인 기술과 관련해 개발자는 상대적으로 구하기 쉽지만 기획 분야의 경우 항상 인재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블록체인 산업분야가 초기이다 보니 교육기관이 부족한 게 사실이에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실무적인 레벨의 인재를 구하긴 쉽지 않죠. 특히 블록체인 분야 기획과 관련해선 항상 인재난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해결할 수 있는 지원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돼요”
 
[임현범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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