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독 우울한 국내시장의 분위기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민 지지와 비슷한 모양세로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이 자본시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하나의 흥미있는 이론으로 치부되기 보다는 실제 대통령의 결정에 의해 변화하는 국내 정치적 상황들이 국내 경제와 자본시장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어 설득력이 있는 주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러한 주장은 경제전문가들이나 자본시장에서가 아니라 정치권에서 처음 불거져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야당이 아닌 여당쪽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권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더불어민주당에서 “개미 투자자들의 대통령 지지자 이탈이 현재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라는 분석들이 대두되고 있다.
대북이슈 때마다 올라갔다 폭등하는 주가·대통령 지지율…효과 없을 땐 바로 급락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 지수는 지난 1월29일 최고점인 2607.10 포인트를 기록한 뒤 18일 종가기준 2062.11 포인트로 지속적인 하락세 있다.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도 지난 1월 첫째주 71.6%의 최고치를 찍은 뒤 최근 발표인 지난 13일 기준 48.1%로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전체적인 추세뿐 아니라 기간별 주요 변화 시기들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이다. 이러한 추이는 지난 6·13 지방선거 이후부터 유독 두드러졌다. 지난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열인 북·미 정상회담 이후 대북 관련주는 일제히 하락 추세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지방선거가 끝난 바로 다음주엔 올해 6개월간 지켜오던 코스피 2400선이 무너지는 충격적인 사태가 발생했다. 이후 2달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며 결국 2200대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문 대통령의 지지율도 6월 둘째주 75.9%에서 58.1%로 무려 17.8%p라는 큰 낙폭을 보였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60% 이하로 떨어진 것은 취임 후 이 때가 처음이어서 정치권을 비롯한 국민들의 모든 관심이 집중됐다.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이 기간 주가와 대통령 지지율 동반 하락에 대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결과가 시장에서 예상한 것 보다 약했던 것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 전까지만 해도 향후 예상되는 경제적 효과에 따른 기대감이 대북주 등에 반영돼 상승했지다. 하지만 실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만난 뒤에도 특별한 결과물이나 이벤트가 없자 기대감은 곧장 실망감으로 변했고 주가는 물론 두 정상의 만남을 주선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도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이 시점에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한국 전체시장에 미칠 수 있는 호재 역할을 해 왔던 재료가 소멸됐다”며 “북·미 정상회담 후 시장에서도 이후 특별한 이벤트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나와 주가가 하락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평양에 다녀왔던 시기에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국내 정치권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북한 김정은과의 세 번째 정상회담 등을 위해 지난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2박3일간 평양을 방문했다. 평양 방문 직전과 직후는 괜찮았다. 이 기간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대북주 등이 한꺼번에 상승세를 보이며 코스피가 2300선을 회복했었다.
그러나 방문 결과가 시장이 기대했던 것보다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이 없는 것으로 평가되자 코스피 지수는 10월초부터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10월 29일엔 코스피 지수가 22개월 만에 처음으로 2000선 아래로 추락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도 평양방문 기간에는 59%에서 65%까지 올라갔으나 이후 다시 하락세를 기록하며 10월 5주차에는 55%로 이전보다 더 내려앉았다. 이후 50%대에서 거듭 취임후 최저치 지지율을 갱신하며 현재 11월 넷째주엔 취임 후 처음으로 40%대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서울 모 대학의 한 경영학과 교수는 “당시만해도 정부가 강조했던 남북관계의 평화적 청사진을 보며 대북주 등에 투자해 여권의 지지자가 된 사람이 많았다”며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북관계 호재로 인한 경제적 효과가 미비하자 곧장 등을 돌린 이들도 상당했다”고 설명했다.
대북주·원전주 등 구체적 인과관계 존재…“자본시장 안 살리면 지지율 얻기 어렵다”
자본시장업계에서는 이러한 주가와 대통령 지지율의 연동 추세에 대해 단순히 흥미있는 이론에 그치지 않는 실제적인 상관관계가 있는 설득력 있는 주장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대통령이 증권세 인하 등 자본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는 지지율의 상승이 앞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금융데이터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주식투자층은 연령과 지역, 직업 등으로 집계 되지 않기 때문에 기존 여론조사 데이터 분석으로는 지지층인지 잘 잡히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정치적 대북관계에 따라 실제 대북주들이 하락했고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원전기술 관련주들이 하락하는 등 어느 정도 인과관계를 가지고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주식시장이 회복되지 않고서는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이 어려울 것이다”며 “시장경제체제에서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자신의 재산에 손해를 끼친 원인을 제공한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서는 지지율을 위해서라도 자본시장을 살려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것이 현재 여·야를 불문하고 정치권에서 적극 추진 의사를 보이고 있는 ‘증권거래세 인하·폐지’ 정책이다. 증권세를 인하 혹은 폐지해 거래활성화를 이뤄내고 이를통해 자본시장을 살리겠다는 취지다.
지난 11월29일 국회 정무위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증권거래세율을 현행 0.5%에서 0.15%로 낮추는 내용의 증권거래세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같은 당인 최운열 의원과 조경태 의원도 아예 증권세 폐지 법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인 자유한국당 의원들도 지난 12월 6일 자본시장 전문가들을 초청해 증권거래세 개편 관련 토론회를 개최하며 한 목소리로 증권세 인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당시 토론회에 참석했던 한 야당 의원은 “주먹구구식 민주당의 증권세 관련 법안보다 더 합리적이고 완성된 법안을 제출해 국민들에게 인정받을 것이다”며 “증권세 인하와 관련해 여당과의 협치는 아직 논의 중에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자본시장에서는 이러한 법안들을 통해 자본시장이 활성화될 경우 정치권의 지지율 뿐 아니라 국민 전체에도 득이 될 것이라는 기대 섞인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거래세 인하 등 자본시장 관련 정책·조세제도가 정비되면 산업경쟁력 강화와 함께 국민재산 증대로 이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곽성규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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