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 반려동물은 일상을 함께하는 가족이 됐다. 수의학 발전과 반려인들의 노력에 힘입어 반려동물의 수명이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반려동물을 먼저 떠나보내야 한다는 두려움은 가슴 한 구석에 항상 자리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지만 ‘상실의 아픔’에 대한 걱정 때문에 망설이는 이들도 상당하다.
반려동물의 죽음은 언젠가 찾아온다. 피할 수 없는 시간이지만 아무런 노력과 마음의 준비도 없이 떠나보낸다면 깊은 후회가 남을지 모른다. 가족과 다름없는 구성원으로서 반려동물이 우리 곁을 떠날때 후회와 허탈함으로 상심하는 대신에 행복했던 추억으로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을 수 있으려면 언젠가 찾아올 그날에 대비해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사랑하는 반려동물아 못 해 준게 많아 미안해. 그동안 고마웠어”
펫로스 증후군(Pet loss syndrome)이란 가족처럼 사랑하는 반려동물이 죽은 뒤에 경험하는 상실감과 우울 증상을 말한다. 허탈감부터 우울증, 불면증, 무기력, 식욕감퇴, 스트레스로 인한 소화 장애까지 증상은 다양하다.
스카이데일리는 펫로스 증후군을 앓고 있거나 이를 극복한 반려인들을 만났다. 반려인들은 가슴 아픈 이야기임에도 인터뷰를 위해 어렵게 이야기를 꺼냈다. 반려견 사랑이(12세·암컷)와 반려견 밤비(17세·암컷)를 떠나보낸 반려인들은 아직까지도 못해준 것이 마음에 남아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전했다.
사랑이 반려인은 반려견 사랑이를 떠나보낸 후 반려견 소미를 입양해 사랑이에게 못 다한 사랑을 주면서 위로를 많이 받고 행복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랑이에게는 함께 지내는 동안 반려인에게 큰 힘이 돼줘 고마웠다고 여전히 많이 사랑한다는 말을 꼭 이야기 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여전히 사랑이가 많이 생각나요. 그 당시 제가 직장생활과 육아로 몸도 아프고 힘들었을 때였는데 우연히 예쁜 사랑이를 보게 됐고 그렇게 제 품으로 데리고 왔죠. 안고만 있어도 눈만 마주쳐도 행복했어요. 그런데 사랑이는 선천적으로 건강이 안 좋아서 마음의 준비도 하지 못한 채 호르몬 질환으로 갑자기 떠나보내게 됐어요. 몇 개월동안 숨도 안 쉬어지고 심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스스로 극복을 못했어요.”
“결국 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았는데 의사 선생님이 반려동물을 떠나보내는 슬픔은 가족을 잃었을 때와 똑같은 슬픔이라고 말하셨어요. 다행히 병원에 가서 약도 먹고 상담을 받으니까 좀 나아졌어요. 그런데 약으로만 의지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약을 끊고 ‘네이버 동물공감’을 보게 됐는데 거기서 반려견 소미를 입양했죠. 소미를 키우면서 사랑이 생각은 계속 났지만 소미한테 많이 위로받았어요.”
밤비 반려인은 지난달 밤비를 감기 폐렴 증상으로 갑작스레 떠나보낸 후 일주일 동안은 아무것도 못할 정도로 슬픔에 잠겨 있었다고 전했다. 밤비가 낳은 금동이 역시 잘 안 먹고 놀지도 않으며 하루 종일 잠만 잔다고 말했다.
“밤비와는 사연이 있어요. 밤비가 4살 때 동네 전봇대에 누가 끈으로 묶어놓고 도망을 갔어요. 밤이 돼도 여전히 묶여 있어서 집에 데리고 왔어요. 알고 보니 밤비는 임신을 한 상태였어요. 밤비가 낳은 새끼가 지난주 반려동물 기사에 등장한 노령견 금동이예요. 남다른 애정을 갖고 키운 밤비가 지난해 12월부터 기침을 많이 하면서 숨을 못 쉬기도 하고 아팠어요. 결국 폐렴으로 떠나보냈죠.”
“떠나보내기 직후에 병원에서 큰 호스를 목구멍으로 넣은 채 입원 중이었는데 아직까지도 마음이 너무 아파요. 차라리 제 무릎팍에 앉혀서 보낼 걸 끝까지 고생만 시키다가 보낸 것 같아요. 아직도 밤비가 너무 그리워서 집에는 밤비가 잠잤던 곳에 그대로 방석을 두고 옷과 사진도 그대로 안버리고 간직하고 있어요.”
한편 반려동물과 함께 나누었던 소중한 시간들을 추억으로 남기기 위한 반려동물 추모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비대면 시대를 맞이해 온라인 추모관부터 접근성이 우수한 서울 근교에서 반려동물 추모관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펫노블레스 △별이되어 △펫마루 등이 대표적이다. 반려인들에 따르면 저렴한 비용과 체계적인 절차진행으로 만족도 또한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펫로스 증후군’ 극복 어렵지만…슬픈 감정 충분히 느끼며 반려동물과의 추억을 돌아보기
미국수의사회(AVMA)의 ‘펫로스 지원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떠나보냈을 때 느끼는 슬픔은 실제 가족 구성원이나 절친한 친구를 잃었을 때 느끼는 슬픔과 비슷한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수의사협회가 소개하는 펫로스증후군 극복법 5가지는 △반려동물이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려 노력하기 △슬픈 감정을 충분히 느끼기 △반려동물과의 추억을 떠올리기 △반려동물이 내게 어떤 의미였는지 되새기기 △다른 사람과 감정 공유하기 등이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을 잃은 뒤의 슬픔은 당연하고 정상적인 일이라면서 이런 슬픔은 피할 이유가 없고 자연스럽게 애도하면서 감정을 시간에 따라 흘려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결국 다른 슬픔들처럼 시간이 해결해주고 이런 슬픔을 통해 성숙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잘못 때문이라거나 더 잘해줬어야 했다는 식의 죄책감을 갖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행복했던 시절의 사진이나 영상을 보면서 반려동물과의 추억을 돌아보는 방법도 도움이 된다.
김옥진 원광대학교 반려동물산업학과 교수는 펫로스 증후군의 예방법으로 △반려동물과 충분히 많은 시간 함께 하기 △사진을 많이 찍어 추억 남기기 △반려동물을 기리는 메모리얼 스톤·조각·그림·발도장·털이 담긴 기념품 등을 만들어 보기 △주변 사람들의 위로와 공감받기 △전문가 상담이나 펫로스 증후군 치유모임 나가보기 △슬픔이 충분히 극복된 후 새로운 반려동물 입양하기 등을 꼽았다.
김 교수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가족처럼 함께 지내던 반려동물과의 이별 이후 큰 상실감을 느낀다”며 “대부분 반려인들이 자신이 키우던 반려동물을 먼저 보내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자주 접하게 되는데 개와 고양이와 같은 반려동물의 평균 수명은 15년 내외이기 때문에 입양하는 순간부터 이별의 시간까지 함께 하며 지켜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사랑하던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후 우울감과 심리적 불안, 심한 경우 극단적 선택 사건까지 발생하는 데 이러한 문제들이 바로 펫로스 중후군 때문이다”며 “반려동물은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던 존재이기 때문에 반려동물 죽음 앞에서 느끼는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크게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끝으로 이와 같이 사랑하던 반려동물과의 이별이 심각한 결과를 유발하기도 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사람들은 전문가들이 권장하는 펫로스 증후군 예방법과 극복하기 위한 방법들을 따라 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경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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