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이은 미사일 실험 등 북한의 군사위협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우리나라도 핵 무장이 시급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비대칭 전력인 핵을 보유해 북한의 위협에 대비하고 나아가 국제사회의 주축으로 발돋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동맹국인 미국에서도 우리나라 핵 무장 필요성에 공감하는 여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태평양전쟁 이후 핵 개발나선 세계 열강들, 국가 외교·군사력 잣대 된 핵 전력
태평양전쟁이 한창이던 1945년 8월 6일 미국은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리틀 보이’와 ‘팻 맨’으로 명명한 핵폭탄을 떨어뜨렸다. 두 방의 핵폭탄의 위력을 본 일본은 미국에 ‘무조건 항복’을 하며 무릎을 꿇었다. 1941년 12월 7일 일본이 미군의 태평양 전진 기지인 진주만을 공격하며 발발한 태평양전쟁이 단 두발의 핵폭탄으로 막을 내린 순간이었다.
승패를 가늠하기 힘들었던 전쟁이 핵폭탄으로 마무리되는 것을 본 세계열강들은 핵 개발에 경쟁적으로 뛰어들었다. 막강한 위력을 발휘한 핵을 보유하고 있다면 적어도 전쟁에서 일방적으로 패배할 일은 없을 뿐 아니라 정치·외교적으로 무시를 받지 않고 국가와 국민을 지킬 수 있다고 판단한 결과였다.
과거 미국과 2강 체제를 구축했던 소비에트연방(소련)은 1942년 핵 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미국과의 경쟁에서 체제의 위기를 느꼈던 소련은 살아남기 위한 방법으로 핵을 선택한 것이다. 이후 소련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핵무기를 보유한 나라가 됐다.
프랑스 역시 자주국방을 위해 핵 개발에 착수했다. 1959년 프랑스 대통령으로 당선된 샤를르 드 골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미국-영국-프랑스 3강 체제로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던 미국과 영국은 프랑스가 핵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이 제안을 거절했다.
드 골은 독자적인 핵능력을 가지지 못한다면 강대국의 위성국가에 지나지 않게 된다고 판단해 공개적으로 핵무기 개발 의지를 피력했다. 드 골은 “전적으로 프랑스의 국익을 위해 어디에서나 즉각 동원될 수 있는 군사력, 즉 독자적 핵 타격력이 필요하고 이것을 수년 내에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는 유엔, 미국, 소련 등 국제사회의 거센 반발에도 부딪혔지만 자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명분 삼아 핵 개발을 밀어붙였다. 그 결과 1960년 2월 알제리에서 최초의 핵실험을 성공시키며 당당히 핵 보유 국가로 인정받았다.
인도도 비슷한 케이스다. 인도는 1962년 중국과 국경분쟁을 펼쳤는데 브라마푸트라 계곡에서 크게 패했다. 서방의 원조로 어렵사리 중국군을 물리쳤지만 자와할랄 네루 당시 인도 총리는 힘의 논리에 맞서기 위해선 핵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비밀리에 진행하던 핵 개발에 속도를 내 1974년 첫 핵실험을 감행했다. 현재 120기의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시기 인도의 숙적인 파키스탄도 핵 개발을 시작했다. 인도의 핵보유 사실을 인지한 줄피카르 알리 부토 당시 파키스탄 총리는 핵 프로그램을 만들고 핵 개발에 박차를 가했고 1998년 핵 실험을 감행해 마침내 핵 보유국이 됐다. 파키스탄과 인도는 오래전부터 이슬람교와 힌두교 간의 종교 대립을 겪었다. 두 나라는 지역 영유권을 가지고도 두 차례 전쟁을 치렀으며 방글라데시 독립과 관련해서도 전쟁을 치렀다.
주적 북한 핵 보유 기정사실화…동맹국 미국 중심 韓 핵보유 지지 목소리 고조
문제는 우리나라와 휴전 상태인 주적 북한 역시 핵 보유 야욕을 끊임없이 드러낸 끝에 마침내 핵 보유 전력 보유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한 소련이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 오른 것을 목격한 이후인 1955년 4월 원자 및 핵물리학 연구소를 설치했다. 1956년에는 소련과 핵연구 협정, 원자력 협정을 체결했다.
소련을 비롯한 공산주의 국가가 무너지는 것을 목격한 북한은 더욱 핵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북한은 2017년 9월까지 무려 6차례나 핵실험을 진행했다. 특히 6번째 실험에서 공개된 핵의 경우 TNT 약 100~300kt 규모로 세계 6번째 규모의 수소폭탄(열핵폭탄)인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의 끊임없는 핵 보유 시도에 우리나라도 손 놓고 있었던 것만은 아니었다. 고(故) 이승만 전 대통령은 1953년 미국과 원자력 협정을 체결하고 미국에 원자력 유학생을 파견하는 등 핵무기 개발의 토대를 닦았다.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9년 7월 발표된 ‘닉슨 독트린’에 의한 안보위기 가능성을 우려해 핵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닉슨 독트린’은 아시아 국가에 대한 미국의 정치적·군사적 개입을 피한다는 것이 골자다.
구체적으로 박 전 대통령은 무기개발위원회와 국방과학연구소에 무기 국산화를 서두를 것을 지시했다. 또 1975년 프랑스의 국영원자력기업으로부터 재처리 기술을 체결했다. 이후 캐나다로부터 플루토늄 추출이 용이한 캔두(CANDU) 원자로 도입을 서두르고 해외에서 유학하던 우수한 과학자들도 귀국시켰다. 박 전 대통령은 미국의 발사체 기술과 프랑스의 재처리 시설, 캐나다의 중수로 기술을 활용한 핵 개발 체계를 완성했지만 결실을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국제사회의 거센 반발에도 끊임없이 핵 실험을 벌였던 북한은 암묵적인 핵 보유국의 지위를 갖춘 상태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 국이 북한의 핵 무장 해제를 시도하고 있지만 사실상 실패로 끝난 형국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제사회 안팎에선 북한의 핵 위협을 견제할 유일한 국가로 한국을 지목하며 핵 무장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심지어 미국 정가에서도 한국의 ‘독립적인 핵무기 개발’ 의지를 지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조지프 디트라니 전 미 국무부 대북협상담당특사는 17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기고한 ‘압둘 카디르 칸(파키스탄 핵실험 주도자)의 죽음은 핵 확산의 위협을 멈추지 않는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북한이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을 경우 한국과 일본도 자체 핵무기 보유가 필요하다는 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니퍼 린드·대릴 프레스 다트머스대 교수는 지난 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게제한 기고문을 통해 중국의 부상과 북핵의 고도화로 한미동맹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며 한국의 독자 핵무장이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전쟁이 나면 북한 수뇌부는 한국의 재래식 전력 우위를 무력화하기 위해 핵무기를 사용할 강력한 인센티브를 가질 것이다”며 “미국이 보복하면 미 본토가 (북핵의) 목표물이 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해결책은 한국이 워싱턴의 대다수가 ‘생각할 수 없는 일’로 간주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다”며 “생각할 수 없는 일이란 독자적 핵 무기고를 개발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이 핵을 보유하더라도 국제사회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점은 한국의 핵 보유 가능성에 무게감을 싣고 있다. 가입국의 탈퇴를 규정한 핵확산금지조약(NPT) 10조에 따르면 해당 조항은 특별한 상황으로 국가의 중대한 이해관계가 위험에 처할 경우 가입국이 조약에서 탈퇴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북한의 불법적인 핵무기 개발 및 그 위험에 마주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이 조항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국민의힘 대권주자·군사전문가 한 목소리로 “핵 없인 국민 목숨·안전 못 지킨다”
국제사회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핵 보유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정치권에선 야권의 대권주자를 중심으로 핵 관련 공약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홍준표 후보는 지난달 미국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핵을 가진 나라와 핵을 가지지 못한 나라는 군사적 균형이 맞지 않는다”며 “쿼드에 가입하는 대신 나토식 핵 공유를 한반도에 해달라고 요청할 것이다”고 전했다.
홍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서도 “공포의 핵 균형을 구축해야 한다”며 “미국이 이러한 요구(나토식 핵공유)를 들어주지 않으면 한국이 자체 핵무장 카드를 고려할 수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윤석열 후보도 지난달 ‘외교안보 11대 공약’을 발표하면서 한·미 간 논의를 통한 한반도 핵 전력 구축을 약속했다. 그는 한반도 유사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전략폭격기 등 미국의 핵무기 전략자산 전개 협의절차를 마련하고 핵무기 운용 연습도 정례적으로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군사전문가들 역시 한 목소리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국가적 위상 제고를 위해서라도 핵 보유가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휘락 국민대 교수는 “핵무기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아무리 첨단 무기를 갖췄다 한들 큰 의미가 없다”며 “우리가 직접 만들지 못한다면 미국의 전술핵무기 배치를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북전문가인 정광일 노체인 대표도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 중 일본을 제외한 중국과 러시아, 북한 모두 핵을 가지고 있다”면서 “전략적으로 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핵무기 보유를 서둘러야 하고 특히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핵무장은 필수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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