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변한 남욱 태도에 ‘기획입국’ 의혹 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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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 ‘그분’ 아니다”던 南, “이재명도 아냐”
진중권 “南, ‘그분’과 입 맞추고 기획입국한 듯”
野 “단 1원도 안 받았다는 설계자는 어떤 사람”

오주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1-10-19 13:20:36

▲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핵심인물인 남욱 변호사(가운데)가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 도착한 후 검찰에 체포돼 이동하고 있다. 천화동인 4호 소유주인 남 변호사는 검찰 수사 전 미국으로 떠났다가 한 달 만에 귀국했다. [사진=공동취재단]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 진상규명 ‘키맨’으로 꼽혔던 천화동인 4호 실소유주 남욱 변호사가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유리하고 야당에게는 불리한 듯한 진술을 쏟아냈다. 일각에서는 남 변호사의 ‘기획입국’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남 변호사는 18일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 조사에서 대장동 사건에서의 이른바 ‘50억 클럽’과 관련해 “저는 김만배 씨가 돈을 줘야 한다고 해서 자금만 마련했을 뿐이다. 두 사람 빼고 실제로 돈이 전달된 건 없는 것으로 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50억 클럽’은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6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언급한 대장동 사업 투자사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로부터 이미 거액을 받았거나 받기로 약속했다는 로비 대상자를 뜻한다. 박 의원에 따르면 구성원은 △권순일 전 대법관 △박영수 전 특검 △곽상도 무소속 의원 △김수남 전 검찰총장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 △홍모 씨 등 6명이다.

이들은 모두 의혹을 강력 부인하며 법적대응을 예고했지만 검찰은 남 변호사가 언급한 2명 중 1명이 곽 의원인 것으로 보고 있다. 근래 국민의힘을 탈당한 곽 의원 아들은 화천대유 근무 후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았다는 혐의를 사고 있다.

남 변호사는 이 지사를 감싸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18일 미국에서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그는 한 매체와의 기내 인터뷰에서 “내가 알고 있는 한 이 지사와 거기(천화동인)는 관계없다”며 “(나도) 이 지사를 모른다. 2010년 (성남시장) 선거 때 선거운동 하러 오셔서 그 때 딱 한 번 봤다”고 했다.

또 “이 지사가 선거운동 현장에서 ‘대장동 민간개발을 돕겠다’고 강조하더니 시장이 된 후 ‘공영개발을 하겠다’고 입장을 바꾸는 바람에 우리가 힘들어졌다. 내 입장에선 (이 지사가) 합법적 권한을 이용해 사업권을 빼앗아간 사람이다”고 덧붙였다.

화천대유가 지분 100％를 소유한 천화동인 1호는 최근 3년간 배당금 1200억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 씨는 과거 “천화동인 1호 지분의 절반은 ‘그분’ 것이다”고 말한 녹취록이 공개돼 ‘그분’이 이 지사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남 변호사의 일련의 행보를 두고 각계에서는 기획입국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18일 저녁 CBS라디오 한판승부에서 “(남 변호사가) 도주할 수도 있었는데 왜 굳이 귀국했을까.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든다”며 “(그분과) 뭔가 입이 맞춰졌기 때문에 귀국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사실 이 분(남 변호사)이 귀국하지 않고 버티면 데려오기 굉장히 힘들다. 거의 불가능하다. 귀국 자체가 좀 이상한 측면이 있다”며 “(검찰에서는) 이분이 와서 마지막 (대장동 사건 몸통 진상규명) 퍼즐을 맞출 거라고 하는데 제가 볼 때는 그렇게 큰 게 나올 것 같지 않다. 대충 입이 맞춰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남 변호사는 귀국 전인 12일에는 “김만배 씨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행은 형·동생한다. 유 전 사장 직무대행은 ‘그분’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18일에는 전혀 다른 뉘앙스의 발언을 내놓은 것이다. 이 지사도 18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그분은 돈을 나눠 가진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이다”고 했다.

남 변호사 태도 앞에 대장동 사건 수사가 미궁에 빠질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야당은 이 지사가 대장동 사건 ‘몸통’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김도읍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 지사를 ‘그분’으로 지칭하면서 “(대장동 사건에서) 단 1원도 안 받았다는 설계자는 어떤 사람일까. 돈을 만든 자와 돈을 가진 자 위에서 돈을 지배하는 자다”고 지적했다. 이 지사는 국정감사에서 대장동 사업 설계자는 자신이 맞다고 인정했다.

오주한 기자 jho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