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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우크라 사태가 한반도에 끼칠 영향
‘北 미사일부품 지원’ 러시아, 핵전쟁 도화선 당기나
2016년 국정원 “수거한 北 미사일 잔해서 러 부품 발견”
北-러, 1995년 군사동맹 폐기 후에도 물밑서 긴밀히 협력
우크라 사태서도 한목소리… 핵도발 장단 맞출 가능성↑
오주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3-07 13:47:00
▲ 2019년 4월 북러정상회담장인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에서 악수하는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북러가 끈끈한 관계를 과시하면서 푸틴의 핵전쟁 위협에 김정은도 동참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조된다. [AP/뉴시스]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한 러시아가 수렁에 빠진 분위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당초 속전속결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항복을 받아낸 뒤 친러(親露) 정부를 세운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여성들부터 노인까지 우크라이나 전 국민이 결사항전하면서 푸틴의 야심은 무참히 꺾이고 말았다.
 
푸틴이 꺼내든 건 다름 아닌 ‘핵위협’이었다. 그는 핵무기 운용부대 경계태세 강화를 지시하면서 국제사회를 긴장시켰다. 미국은 푸틴의 심리상태 분석까지 돌입하는 등 상호확증파괴를 막기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수십년 전 러시아와의 군사동맹 와해에도 불구하고 물밑 협력해온 북한도 주시 대상이 됐다. 반미(反美) 이데올로기를 공유하는 북한이 푸틴의 결심여부에 따라 핵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핵억지력 부대의 특별전투임무 돌입 지시한 푸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진격은 지난달 24일 기습적으로 이뤄졌다. 국경에 대기 중이던 러시아군은 미사일 폭격을 실시한 뒤 장갑차량을 앞세워 키이우(키예프) 등지로 향했다. 체르노빌 원전 장악 등 푸틴이 쓴 전쟁시나리오는 러시아 입장에서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리는 듯 했다. 그러나 전황은 푸틴의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코미디언 출신이라는 조롱을 받던 젤렌스키 대통령은 해외로 도주하는 대신 수도 키이우에 잔류하면서 전쟁을 지휘했다. 우크라이나 여성은 물론 노인까지도 자동소총을 들고 전선으로 향했다. 주류공장에서는 맥주 대신 화염병이 제조됐다. 화염병의 불붙은 기름은 장갑차량 틈새로 새어 들어가 승무원들을 산 채로 불태웠다. 주요 시가지로 진입해 건물 곳곳에서 날아드는 화염병 세례를 받은 러시아군은 지옥과 맞닥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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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등 서방세계가 지원한 무기도 큰 위력을 발휘했다. 미 육군이 운용하는 휴대용 대전차미사일 FGM-148 재블린은 러시아 장갑차량의 해치(탑승구)를 통조림캔 따듯 따버렸다. 재블린은 사출 후 고각으로 치솟았다가 장갑차량 취약부분인 상부를 타격하는 무기다. 급기야 전장 곳곳에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시민들에게 투항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설상가상 서방은 러시아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퇴출시키는 등 목을 옥죄었다.
 
▲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브(키예프)에서 민방위대원들이 화염병을 만들어 준비하고 있다. 러시아는 당초 속전속결로 우크라이나를 항복시킨다는 전략이었지만 현지인들의 완강한 저항은 물론 국제사회의 단합된 제재 앞에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AP/뉴시스]
 
벼랑 끝에 몰린 푸틴이 꺼낸 카드는 ‘핵’이었다. AP통신 등에 의하면 그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각) TV연설에서 “핵억지력 부대의 특별전투임무 돌입을 국방부 장관과 총참모장(합참의장)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핵억지력 부대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운용하는 러시아 전략로켓군 등을 일컫는다. 푸틴은 침공에 앞서 가진 연설에서도 “우리를 방해하는 자들에 대해 러시아는 즉각 대응할 것이며 그 결과는 역사에서 한 번도 마주하지 못한 것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협박은 한 번으로 그치지 않았다. 푸틴 최측근인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2일(현지시각) 알자지라 방송 인터뷰에서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다면 파괴적 핵전쟁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 등에 의하면 러시아는 세계 최대 핵보유국으로 현재 6255개의 핵탄두를 운용 중이다. 미국은 5550개다.
 
국제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린다 토마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 대사는 CBS방송 인터뷰에서 “푸틴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방식으로 이 전쟁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며 “우리는 가장 강력한 방법으로 그를 막아야 한다”고 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핵전쟁 언급은) 계산착오의 위험을 더한다”고 우려했다.
 
핵전쟁 방지 총력 다하는 美… 中 통제도 무용지물
 
러시아의 위협이 말뿐만이 아니라는 점은 핵전쟁 예방을 위한 실제 행동에 나선 국제사회 움직임에서도 포착된다. 로이터통신에 의하면 미 국방부 고위당국자는 1일(현지시각) 러시아 국방부와 충돌방지 연락선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그는 ‘오판’을 막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푸틴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예정됐던 ICBM 시험발사도 연기했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2일(현지시각) 브리핑에서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이번 주 예정된 미니트맨3 시험발사 연기를 지시했다”며 “우리는 오해를 받거나 잘못 해석될 수 있는 어떤 행동에도 연루될 의도가 없음을 보여주려 한다”고 했다. 그는 “러시아가 핵 태세 관련 수사에서 강도를 낮춤으로써 화답하는 걸 보고 싶다”며 발사 연기가 핵전쟁 방지를 위한 것임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미니트맨3은 사거리 1만㎞의 미 핵전력 핵심자산이다. 미국은 공해상으로 향하는 ICBM을 러시아가 자국에 대한 핵공격 시도로 간주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푸틴 심리상태 분석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일(현지시각) CNN 보도에 의하면 미국은 푸틴이 갈수록 실수를 자주 하고 비합리적으로 행동한다고 보고 있다. 비합리적 행동의 대표적 사례로는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을 꼽았다. 최근 에이브릴 헤인즈 국가정보국(DNI) 국장으로부터 보고받은 척 그래슬리 상원의원은 푸틴의 정신상태 보고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걱정스럽다”고 지적했다.
 
푸틴의 불안정한 심리상태는 중국과의 엇박자에서도 드러난다. 2일(현지시각)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긴급특별총회에서 193개 유엔 회원국 중 141개국 찬성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규탄 결의안이 통과됐다. 러시아‧북한‧벨라루스‧에리트리아‧시리아 등 5개국은 반대했지만 중국은 ‘기권’했다. 당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한 발 물러서는 대신 라브로프 장관을 통해 ‘핵전쟁’을 경고했다.
 
▲ 2016년 4월 국방부가 공개한 북한 미사일 잔해. 당시 국정원은 잔해 분석 결과 러시아산 부품이 발견됐다고 폭로했다. 많은 전문가들도 북한 미사일 기술 급진전 배경에는 러시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근래 러시아 이스칸데르와 흡사한 무기체계를 공개하기도 했다. [국방부 제공]
 
중국과의 끈끈한 대미 파트너십을 과시해왔던 푸틴이 관계 균열을 감수하면서까지 전쟁을 밀어붙이는 건 오래 전부터 감지됐던 중러관계 이상기류가 표면화됐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잇따랐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중러는 각각 러시아 재건‧중화민국 재건이라는 목표를 갖고 있지만 중국은 러시아와 달리 기존 질서 안에서 목표를 이루겠다는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더 이상 중국의 통제가 먹히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된 러시아가 실제 핵도발에 나서면서 폭주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동시에 북한도 러시아 기조에 맞장구를 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진다. 1995년 폐기된 북러 군사동맹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물밑에서 북한 핵개발을 도왔기 때문이다. 2016년 국정원은 제주 서남방 해역에서 수거된 북한 미사일 잔해 분석 결과 ‘러시아산 부품’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주호영 당시 국회 정보위원장은 “중요 부품은 러시아에서 도입했을 것으로 (국정원은) 추측했다”고 전했다.
 
최근 유엔총회에서 중국 대신 러시아 손을 들어주며 ‘국가주권’을 강조한 북한 행보도 북러 동시행동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언제 도발하더라도 놀라울 것 없다”고 했다. 미 인도태평양사령부(INDOPACOM)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각) 성명에서 올 들어 8번째 탄도미사일을 사격한 북한에 대해 “불안 조성행위를 삼가라”고 경고했다. 박 교수는 “러시아가 알아서 국제질서를 흔들어주고 있기에 북한으로서는 그 자체만으로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북한식의 ‘특이사고’로는 러시아가 자신들의 반제국투쟁에 동참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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