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산업(방산)기업들의 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폴란드와 대규모 무기 수출 계약을 맺으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내수산업에서 수출산업으로 탈바꿈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과 중국 간 갈등 여파로 군사적 긴장감이 커진 점도 방산주(株)에는 호재가 아닐 수 없다. 일본, 호주, 대만 등이 군비를 확장함에 따라 방산주의 수주계약을 기대할 수 있다. 한국보다는 전 세계 방위산업을 호령하는 미국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해야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요 방산주 4곳, 한 달 새 주가 15~54% 급등
최근 방산주는 상승세의 주가 흐름을 타고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유일 방산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로 분류되는 ‘ARIRANG iSelect우주항공&UAM’은 1만530원으로 한 달 전인 7월20일 종가(8985원)와 비교해 17.2% 올랐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4.4%)을 네 배 이상 뛰어넘는 수준이다. 이 ETF는 우주항공과 도심항공교통(UAM) 종목에 투자한다.
주요 방산기업이 상승세를 주도했다. 같은 기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54.1% 올랐고 △현대로템 30.6% △LIG넥스원 22.2% △한국항공우주 15.1% 등으로 올랐다. 최근에는 잇따라 1년 중 가장 높은 주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달 8일 한국항공우주(6만1400원)를 시작으로, 9일 LIG넥스원(9만6400원), 16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7만4000원), 19일 현대로템(2만6900원)이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순매수 주체는 외국인과 기관이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한 달간 외국인은 LIG넥스원을 507억원, 현대로템을 200억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146억원 사들였다. 기관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448억원, 현대로템을 362억원, 한국항공우주를 108억원어치 담았다.
대규모 해외 수출이 ‘주가 호황’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로템·한화디펜스(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자회사)·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폴란드 정부와 한국산 무기체계 도입을 위한 기본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총 148억달러(19조4000억원)로 추정된다. 최근 4년간 국내 방산 수출액을 모두 합친 것(161억달러)과 맞먹는 수준이다. 폴란드 정부는 현지 생산 등을 포함해 △현대로템의 K2 전차 980대 △한국항공우주산업의 FA-50 경공격기 개량형 48대 △한화디펜스의 K-9 자주포 648대를 구매할 계획이다.
증권업계는 방산이 내수산업에서 벗어나 수출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대규모 방산 수출에 따른 창정비(depot maintenance) 수익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창정비는 납품 후 일정 기간 운용한 뒤 해체·수리해 신품 수준으로 복원하는 과정을 말한다. 무엇보다 동유럽 지역에서 전면전뿐 아니라 국지전과 분리주의 형태의 내전이 지속적으로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유럽 전반적으로 군사적 긴장도가 높아지고 있어 무기 체계 현대화가 유럽 국가의 핵심 우선순위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이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동부유럽 무기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기본계약으로 한국산 무기체계가 폴란드 현지에서 대량생산해 배치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교두보가 확보되면서 후속군수지원 인프라를 중동부유럽에 구축할 수 있다”며 “이로써 유럽 역내 국가들을 한국산 무기를 구입하는 고객으로 끌어들이기가 훨씬 수월해지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연구원은 “향후 호주 차기 장갑차 산업, 말레이시아 FA-50 경공격기, 노르웨이 K2 전차 등의 사업이 성사된다면 폴란드 수출을 제외하고도 100억~150억달러 이상의 방산수출을 기대할 수 있다”며 “폴란드 수출과 더불어 이러한 대규모 사업들이 수출로 연결된다면 방산수출 세계 5위권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방위산업이 수출 기대산업으로 떠오르면서 증권사들은 방산주의 목표주가를 대폭 상향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평균 목표주가는 1개월 전과 비교(6만8666원→8만2500원)해 20.1% 올랐다. 한국항공우주(6만3500원→7만4000원)도 16.5%로 높았다. LIG넥스원(11만3333원→12만2666원)은 8.2% 상승했다.
이 연구원은 “탈세계화로 인한 국가안보 환경의 전환으로 국방비 증가가 가시화되는 환경아래 성능, 가격, 신속한 공급능력 등 3박자를 갖추고 있을뿐 아니라 고객 맞춤형 부품과 호환성·성능개선 측면에서도 방산수출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면서 “이를 통해 방산수출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재평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美 방산주, 글로벌 시장 절반 이상 점유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뉴욕증시에 상장된 미국 방산주도 주목받는다. 록히드마틴, 노스롭그루만, 제너럴다이내믹스, 레이테온테크놀로지스, 보잉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록히드마틴은 세계 최강 전투기로 꼽히는 전투기 F-22 랩터와 F-35 시리즈를 생산하는 업체다. 노스롭그루만은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로 불리는 B-2 스텔스 전투기와 글로벌호크 무인기를 만들고 제너럴다이내믹스는 미국 주력 전차인 M1에이브럼스를 생산한다.
이들은 3일(현지시간)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후 상승세를 탔다. 19일까지 록히드마틴은 2.6%, 노스롭그루만은 2.0%, 제너럴다이내믹스는 6.4% 올랐다. 연초 대비 수익률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급등한 이래 여전히 두 자릿수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방산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디펜스뉴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100대 방위기업의 총 매출 규모는 5950억달러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미국 46개 기업의 매출액은 3166억달러로 절반을 훌쩍 넘었다. 록히드 마틴, 레이테온테크놀로지스, 보잉, 노스롭그루만, 제네럴다이내믹스와 같은 미 대형업체 5개로 한정해도 2036억달러에 달했다.
최대 고객인 미 정부의 국방비도 압도적이다. 미국은 지난해 8010억달러를 국방비로 지출했다. 전 세계 군비지출액(2조1130억달러)의 38%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중국(2930억달러)·인도(766억달러)·영국(684억달러)·러시아(659억달러)·프랑스(566억달러)·독일(560억달러)·사우디아라비아(556억달러)·일본(541억달러)·한국(502억달러)의 국방비를 합친 것보다 많다.
친미성향의 국가들이 군비를 확대하는 점도 미 방산기업에 호재로 다가올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총생산(GDP)의 1% 이내로 군비를 지출해온 일본은 중국의 군사력 증강 등에 대비해 방위비를 2027년까지 2배 이상 늘리기로 했다. 이를 위해 F-35 전투기에 탑재할 수 있는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 150기를 레이테온테크놀로지스로부터 2억9300만달러에 구매할 계획이다.
호주도 록히드마틴으로부터 공대지 미사일 80기를 2억3500만달러에 매입하기로 했다. 대만은 미 국방부로부터 1억800만달러의 군사적 기술지원을 받는다. 지원 내용은 탱크와 전투차량의 수리·예비용 부품 구매 등이다. 한국도 미 국방부로부터 MK 54 경어뢰와 관련 장비를 1억3000만달러에 구매하기로 했다. 올 3월에는 러시아 위협 등에 맞서 독일과 캐나다가 록히드마틴의 F-35 전투기를 각각 35대, 88대 도입하는 구매 계약을 맺었다.
김도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향후 세계 각국들이 본격적으로 무기체계의 개편에 나설 때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을 만한 기업들은 미국의 군수기업들이 될 것이다”며 “잠재력을 가진 혁신적인 무기의 배치를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과 기나긴 개발기간 및 각종 실패들의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고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면서 새로운 무기체계의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해 나갈 수 있는 고객과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들이 바로 미국의 군수기업들이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거대한 내수시장에 힘입어 다방면으로 사업을 다변화할 수 있다는 점도 미국의 군수산업이 가진 중요한 경쟁력이다”며 “장기적인 계약의 가능성에 근거해 무기체계를 준비해야 하는 특성을 고려할 때 분산된 사업구조는 군수기업에 대한 투자위험을 크게 줄이는 요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은 투자 매력도가 높은 미 방산기업으로 록히드마틴과 노스롭그루만을 제시했다. 각각 스텔스(Stealth) 전폭기·정밀타격 무기 부분과 무인기·전략무기 부문에서 강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 연구원은 “모두 스텔스 항공기 부분에서 선도적인 기술력과 생산경험을 보유하고 있으며, 21세기의 전쟁환경을 지배할 미래의 무기체계들을 선도적으로 개발하는 기업들이다”며 “특히 두 기업 모두 무인기 및 대무인기 시스템(C-UAS)부문에서 세계 선두권의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황기를 맞은 미 방산기업을 주식시장에서 개별적으로 거래할 수 있지만 ETF로 골고루 매매하는 것도 좋은 선택지 가운데 하나다. 미 방산주 ETF로는 ‘iShares US Aerespace & Defense ETF’‘SPDR S&P Aerospace & Defense ETF’등이 있다. ITA는 18일 기준 레이테온테크놀로지스(20.71%), 록히드마틴(15.58%), 보잉(7.22%) 등을 담았다. XAR은 보잉(4.15%), 버진갤럭틱(3.90%), 엑슨(3.77%)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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